시원함에 품위까지…. 여름만두 규아상-편수

●한주연의 꽃피는 밥상(6)

봄꽃이 피는가 싶더니 신록의 계절도 한순간, 벌써 여름이다. 수은주를 따라 체온도 올라가는 듯하다.

사람들은 달아오르는 몸을 식혀줄 요깃거리로 냉면을 꼽는다. 메밀 면에 차가운 육수나 동치미를 부어서 한 그릇 후루룩 먹으면 온몸이 시원하겠지만 원체 고기를 좋아하는 식성이라 냉면만 먹으면 늘 뭔가 허전하다. 고명으로 올라가는 고기 한 두 점과 달걀 반쪽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심심하고 헛헛하다.

차가운 만두는 어떨까? 궁중 여름음식 ‘규아상’과 개성 만두 ‘편수’는 만두의 풍부한 맛을 살리면서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규아상은 궁중에서 여름에 먹던 찐만두다. 조선 마지막 주방 상궁 한희순과 인간문화재 황혜성이 지은 ‘이조궁정요리통고’에 소개된 만두다. ‘미만두’라고도 부르는데 ‘미’는 해삼의 옛말. 빚은 모양이 해삼을 닮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해삼만두’라고도 한다. 얇은 밀 피 안에 아른아른 비치는 푸른색이 먹기도 전에 시원한 느낌을 준다. 접시에 푸른 담쟁이 잎을 깔고 만두를 담기 때문에 더 시원해 보인다. 아삭아삭 씹히는 오이가 소의 재료여서 ‘오이만두’라고도 부른다. 오이의 시원함을 온몸으로 받을 수 있다.

편수(片水)는 물 위에 조각이 떠 있는 모양과 같다고 해서 이 이름이 붙었다. 조선 순조 때 빙허각 이씨가 지은 ‘규합총서’에 나온다. 네모지게 납작하게 빚고 소도 애호박, 표고버섯, 달걀지단, 실백 가운데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담백하게 만든다. 초간장에 찍어 먹기도 하지만, 차가운 장국을 부어 먹으면 물냉면 못지않게 시원하다.

대체로 겨울만두에는 두부가 들어가지만 더위에 쉬 상하기 때문에 여름만두에는 넣지 않는다. 돼지고기도 마찬가지. 대신 소고기를 넣고 시원한 재료를 첨가한다. 각각의 재료에 간을 한 다음 볶아서 소로 쓰기 때문에 쉽게 상하지 않는다.

규아상과 편수는 식감과 맛, 향이 다르기 때문에 함께 만들어 먹어도 좋다. 한방에서 오이는 성질이 차고 수분이 많아서 열을 내리고 갈증을 푸는 채소로 분류된다. 비타민A와 비타민C가 풍부한 애호박은 소화흡수가 잘 되고 기를 보호하는 대표적 채소다. 영양으로도 궁합이 맞고, 시너지 효과가 난다.

여름에 내가 꾸려나가는 맞춤형 식당에서 이 두 만두를 함께 내놓으면 대부분의 고객이 “이 만두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각각의 이름을 알려주지만, 그 전에 ‘오호 만두’라고 이야기한다. ‘오이만두’와 ‘호박만두’의 합성어이지만, 두 만두의 시원한 시너지 효과에 ‘오호’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기 때문이다.

여름만두

재료(4인분) – 편수(30개), 규아상(24개)

만두피(지름 5cm, 8cm 각각 1팩), 소고기(우둔살) 200g, 생표고버섯 4개, 청오이 1개, 애호박 1개, 숙주 100g, 잣 2T, 담쟁이 잎 24장

소고기 버섯 양념 : 간장 2T, 설탕 1T, 다진 파 4t, 다진 마늘 2t, 참기름 2t, 깨소금 2t, 후추

육수 : 소고기(양지머리) 200g, 물 10컵, 대파 초록잎 1대, 마늘 5쪽, 통후추 10알

초간장 : 간장 1T, 식초 1T, 설탕 1/2T, 물 1T

만들기

1. 만두피는 사서 쓰는데 규아상은 5cm 짜리를 쓰고 편수는 8cm 짜리 둥근 것을 정사각형으로 잘라 5cm로 만들어 쓴다.

 

2. 양지머리를 덩어리째 씻어서 2~3토막을 낸 다음 끓는 물에 파, 마늘, 통후추를 함께 넣어 끓인다. 20분 정도 삶다가 찬물 1컵을 붓고 다시 20분 정도 삶아 고기를 건져내고 면보에 3~4번 걸러 기름을 제거한다. 국간장 1t, 소금1T을 넣고 간하여 식힌 후 냉동실에 1시간 정도 둔다.

3. 쇠고기는 3cm 길이로 곱게 채 썰고 표고버섯은 편으로 얇게 저민 후 곱게 채 썬다.

4. 오이는 3cm 길이로 토막 내서 돌려 깎아 채 썰고 호박은 3cm 길이로 토막 내서 가운데 씨를 남겨두고 채 썬다.

5. 오이와 호박은 소금에 살짝 절여서 따로 면보에 물기를 짠 후, 팬에 식용유를 약간 두르고 각각 재빨리 볶아서 큰 접시에 쏟아 식힌다.

6. 쇠고기와 표고버섯은 양념장의 3/4과 1/4로 나누어 양념한 후 센 불에 따로 볶아 식힌다.

7. 숙주는 씻어서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데친다. 찬물에 헹구어 건진 다음 물기를 짜고 송송 썰어 소금과 참기름 약간으로 간하여 둔다.

8. 그릇 2개에 쇠고기와 표고버섯을 반으로 나누어 담되 규아상은 오이를 넣고 편수는 애호박과 숙주를 넣어서 섞는다.

9. 규아상은 만두피 가운데에 소와 잣 1알을 올리고 반달 모양으로 붙인 다음 해삼처럼 등에 주름을 잡고, 편수는 사각 만두피에 소와 잣 1알을 넣고 만두피의 네 귀를 한데 모아서 맞닿는 자리를 마주 붙이고 방석 모양이 되도록 네모지게 빚는다. 모두 익힌 재료들이므로 김이 오른 찜통에 얹어서 5분 정도만 찐다.

10. 접시에 얼음을 담고 담쟁이 잎을 깐 다음 규아상을 담는다. 초간장을 만들어서 곁들인다.

11. 냉동실에 둔 살얼음 낀 장국을 접시에 붓고 쪄 낸 편수를 동동 띄워 담아낸다. 초간장을 곁들인다.

Tip

*만두 빚기와 찌기

– 만두피는 냉동이나 냉장이 크기별로 시판되고 있으니 편한 것으로 구입하되, 냉동용은 요리하기 전에 상온에서 해동시켜 사용한다. 만두 빚을 때 마를 수 있으므로 젖은 면보를 덮어두거나 비닐봉지에 넣어두고 하나씩 꺼내 쓴다. 빚은 만두 또한 마르지 않도록 젖은 면보를 덮어두면서 빚는다.

– 쪄 낸 만두는 식으면서 가장자리들이 마르기 십상. 물 1T에 참기름 한방울을 떨어뜨려 섞어서 만두피에 바르면 빨리 마르지 않는다.

*만두 보관법

– 만두를 자주 빚기 어렵다면 한꺼번에 많이 빚어서 냉동실에 보관해 두고 먹고 싶을 때 꺼내서 찌면 된다. 지퍼 백에 빚은 만두를 가지런히 넣고 딱딱한 받침으로 받쳐서 냉동실에 보관한다.

– 육수를 우려내고 남은 양지머리는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편육으로 얇게 썰어 국수나 냉면의 고명으로 써도 되고, 남은 육수로 수육을 만들어 먹거나 장조림으로 활용해도 좋다.

 

*어울리는 술

– 색과 향이 좋은, 단호박이나 고구마 등으로 직접 빚은 가양주는 양념한 시원한 만두와 잘 어울린다.

– 산지오베제 품종의 이탈리아 와인을 10℃정도로 시원하게 해서 마시면 볶은 오이나 호박이 들어간 여름만두와 잘 어울린다.

 

코메디닷컴 관리자 kormed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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