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자 아이 장난감은 핑크색인가?

남녀 구별 없는 장난감 필요

여자 아이를 위한 장난감은 대체로 핑크 계통의 색상으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처럼 획일화된 색깔이 아이들에게 일방적인 정체성을 주입하고, 고정관념을 양산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많은 전문가들이 ‘핑크색은 여자 아이들의 과학과 기술·공학·수학(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장난감 산업 분석 전략가 리차드 고틀리브는 “어렸을 때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아이의 관심사와 직업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또 신경과학자 리즈 엘리엇은 “아이들의 뇌가 성(性)의 정의에 민감해지는 미취학 아동 때 여아용과 남아용 장난감을 구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정체성이 구축되는 시기 남자아이들이 평범한 과학도구세트를 가지고 논다면 여자아이들은 분홍색으로 치장된 실험도구를 가지고 논다. 블록제품의 경우에도 여아용으로 나오는 것은 애완견 가게나 뷰티살롱을 짓는 블록들로 구성돼 있다.

상당수 장난감 가게들은 여아와 남아 구획으로 아예 분리해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여아 구획에는 대체로 핑크 계통의 공주인형들이 주를 이루고 남아 구획에는 슈퍼히어로나 무기류 등이 진열돼 있다. 남아 역시 남성스러움을 강요하는 상품들로 구성된다는 점은 마찬가지로 문제적이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캠퍼스 박사과정의 엘리자베스 스위트는 “여아용 과학세트를 별도로 생산할 필요 없이 성별 구분 없는 과학도구만 제작하면 된다”고 말했다. 여아와 남아의 성별을 구분해 장난감을 생산하는 것은 아이의 타고난 능력을 막고 고정관념을 심어주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또 최근 다양한 국제 연구논문들이 성별에 따라 과학에 관심 차이를 보이는 것은 생물학적 결과라기보다 문화적으로 생산된 공산품과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연구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시간대학교의 2012년 연구에 따르면, 여성스럽게 구성된 STEM 도구들은 여아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을 저해시킨다. 과학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도구들의 아름다움에 관심이 가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일부 장난감 상점들은 최근 분홍색과 파란색 구획을 없애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성별 구분 없이 장난감을 생산하고 소비할 때 아이들이 더 많은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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