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합성 인공배아, 배양기간 계속 늘어나는 이유

2021년 인공배아 배양기간 14일 미만 규정 삭제돼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난자와 정자의 수정을 거치지 않고 줄기세포를 합성해 만든 생쥐의 인공 배아를 8.5일까지 성장시킨 연구 2개가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발표됐다. 지난 1(이하 현지시간) 《셀》에 발표된 이스라엘 바이즈만연구소 연구진의 논문과 24일 《네이처》에 발표된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연구진의 논문이다.

 두 논문은 모두 초기 단계의 심장, 내장, 신경주름의 발달이 인공배아에서 관찰됐다고 보고했는데 사용된 기술은 유사했다. 이렇게 비슷한 연구가 거의 동시에 발표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최근 그 이유를 설명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국제줄기세포연구학회는 오랫동안 인간배아의 배양 기간을 14(생쥐의 6) 미만으로 제한하도록 권고해왔다. 14일부터 내배엽, 중배엽, 외배엽의 3배엽이 분화 형성되기 시작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회는 지난해 기한 규정을 삭제하는 대신 해당 연구의 과학적 근거가 설득력 있어야 하고 최소한의 배아만 사용해야 한다고 새로운 규정을 제정했다.

 이렇게 기한에 대한 빗장이 사라진데 더해 《네이처》 연구를 주도한 막달레나 제르니카괴츠 케임브리지대 교수 겸 칼텍 교수(생물학)와 《셀》 연구를 주도한 바이즈만연구소의 제이콥 한나 교수의 기술 공유와 협업의 결과 인공 배아의 배양 기간이 늘어나게 된 것이었다.

 제르니카괴츠 교수 연구진은 몇 년 전 줄기세포로 만든 인공 배아에 태반과 난황낭을 생성하는 줄기 세포를 추가하면 배아 발달 기간을 연장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지난해 이 기술을 통해 7일까지 배아를 배양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최근 논문에서 그 기간을 1.5일 더 추가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지난해 한나 교수의 연구진은 자궁 밖에서 전례 없는 시간 동안 쥐의 자연 배아를 배양할 수 있는 인큐베이터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유리병에 배아를 넣어 회전시키는 이전 기술에 유리병 안으로 들어가는 산소와 이산화탄소 혼합물 및 압력을 조절하는 장치를 결합한 이 인큐베이터에서 연구진은 수정된 배아를 5일째부터 11일째까지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생쥐 임신기간 8.5일, 사람일 경우 임신 4개월…

 한나 교수는 이 인큐베이터의 일부를 제르니카괴츠 교수 연구진을 포함한 줄기세포 연구자들과 공유했다. 1일《셀》에 발표된 논문에서 한나 교수 연구진은 8.5일 동안 인공 합성한 쥐의 배아를 성장시키기 위해 인큐베이터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설명했다. 생쥐의 임신 기간은 약 20일이므로 8.5일이면 인간일 경우 임신 4개월 정도에 해당하게 된다.

 8.5일은 뇌 영역이 발달하고, 심장이 뛰기 시작하고, 신경관과 장기가 형성되기 시작하고 남는다. 인공 합성 배아는 생쥐 정자가 알을 만날 때 형성되는 자연 배아와 많이 닮았지만 “100% 동일하지는 않았다”고 한나 교수는 설명했다. 장기 크기에 약간의 결함과 변화가 발견됐다는 것.

 한나 교수팀과 제르니카괴츠 교수팀은 3가지 다른 세포유형을 결합해 인공 배아를 성장시켰다. 한나 교수팀은 순수한 배아 줄기세포로부터 3가지 유형 모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제르니카괴츠팀도 같은 날인 81일 생물학 사전논문 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유사한 성과를 보고했다. 제르니카괴츠 팀의 《네이처》논문은 태반 전구체 세포에 의존해 만든 인공배아를 배양한 것이었다.

 제르니카괴츠 팀은 뇌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Pax6라는 유전자 발현을 억제시키는 실험을 함께 진행했다. 이 유전자를 제거했을 때 쥐의 머리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는 자연 배아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모방한 것이었다“두 논문은 서로에게 힘을 실어준다”라고 미국 잭슨 정밀 유전학 연구소의 줄기세포 생물학자인 마틴 페라 연구원은 말했다. 독립적인 두 실험에서 같은 결과가 도출된다는 점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합성 배아는 난자와 정자로 만들어진 자연 배아보다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다. 자궁 밖에서 자라기 때문에 관찰하기가 훨씬 쉽고 유전자편집 도구를 사용하여 조작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미국 미시간대 지안핑 푸 교수(생명공학)는 “우리는 (합성배아를) 교란하고 조작할 수 있으며 불필요한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시키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는 선천적 결함이나 발달 장애에서 서로 다른 유전자의 역할을 밝히는 데 유용할 수 있다. 제르니카괴츠 교수는 이 기술로 불임의 원인을 밝혀 내기를 원한다. 한나 교수는 이 기술로 새로운 장기와 조직의 원천이 될 수 있는 인간 합성 배아를 개발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이 기술을 인간에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인간 배아세포에서 장기 형성이 시작되는 수정 후 약 한 달까지 도달하려면 기술적 난제가 많이 남아있다. 그렇지만 미국 록펠러대의 알리 브리반루 교수(발달생물학)는 “그 분야 정복도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리적 문제가 더 큰 난관이 될 수 있다. 핵심적 질문은 이런 인공합성배아도 배아로 간주해야 하느냐가 될 것이다. 지난해 국제줄기세포연구학회의 기한 제한이 풀리긴 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이러한 모델의 윤리성에 대한 설득작업이 필요하다고 페리 연구원은 밝혔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이에 대한 반대 없이 인간 배아 모델을 연구해왔지만 장기 발달이 시작되는 인간 배아 모델이 개발되기 시작하면 거센 역풍을 맞을 우려가 크다는 것. 그는 “어떤 것이 제안되고 있는지를 사람들에게 열심히 알려야 하고 그것이 윤리적 합의의 결과임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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