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못 멈추는 것도 병일까?

감정조절장애와는 다르지만 우울증약 효과 볼 수도

경기침체와

장마로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요즘 “정말이지 웃을 일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웃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 웃음을 잘 멈추지 못해 고통받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는가.

때와 장소에 적절치 않게 터진 웃음이 사람을 곤란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여성

아나운서가 심각한 TV뉴스를 전하는 상황에서 웃음을 터뜨려 물의를 빚은 적도 있고

연기자가 연기 도중 웃음을 참지 못해 10번 이상의 NG를 내 촬영장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들기도 했다.

웃음이 많은 것과, 전혀 우습지 않은 상황에서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웃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전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치료가 필요하지 않으나 후자의 경우 뇌

기능의 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 하지만 별다른 뇌 기능 장애가 의심되지 않으면서도

단순하게 웃음이 많다고 보기에는 그 정도가 심한, 웃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도 웃음을

너무 못 참는 사람은 어떻게 봐야 할까.

의학적으로 봤을 때 병적으로 많이 웃는 증상은 크게 두 가지 원인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사람을 웃게 만드는 신경회로에 특정한 손상이 생겼을 때이고 둘째는

감정 억제 역할을 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마비됐을 때다.

사람을 웃게 만드는 신경회로는 대뇌의 전두엽, 측두엽을 시작으로 뇌간의 간뇌와

중뇌를 지나 얼굴근육으로 연결된다. 이 신경회로에 특정한 손상이 생기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아무 때나 웃는 ‘병적 웃음(pathological laughing)’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손상은 흔히 간질, 뇌경색, 뇌종양, 다발성 경화증 등 다양한 뇌신경질환

때문에 웃음과 관련된 신경 회로가 끊기거나 잘못 연결되는 병변 때문에 일어난다.

예를 들어 뇌 혈관이 막혀 생기는 뇌경색은 막힌 부위가 웃음과 관련된 신경회로와

얽혀있을 경우 병적 웃음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일반인이 웃음을 참지 못하는 증상과는

거리가 있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함봉진 교수는 “적절하지 못한 상황에서 계속

웃는 병적 웃음은 뇌 손상으로 나타나는 하나의 증상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웃음이

많은 것과는 다르다”고 설명한다.

전두엽은 웃음이 최초로 유발되는 부위로 감정과 사고를 제어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손상될 경우 감정 조절을 잘 못해 웃음을 멈출 수 없게 하며 성질이 난폭해질

수 있게 한다. 외상에 의한 뇌 부상도 전두엽 손상을 야기해 감정조절장애를 일으킨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김한영 교수는 “전두엽의 기능이 마비돼 웃음을 못 참는

것은 감정조절에 장애가 오기 때문”이라며 “이 때에는 기쁜 감정 이외에 화나는

감정도 못 참는 감정부조절증을 겪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증상은 치매

환자에게서 빈번하게 나타난다.

일반인이 웃음을 못 멈추는 현상은 웃음과 관련된 신경회로 손상이나 전두엽 손상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굳이 따지자면 전두엽 손상으로 야기되는 웃음에

보다 가까울 수 있으나 작동원인이 같지는 않다. 다만 일반인도 전두엽의 기능이

평소보다 약해지면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웃음을 제 때 참지 못할 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병적 웃음은 항우울제인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계통 약을

섭취할 경우 보통 완화된다. 김한영 교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분비를 강화하면

사람의 마음이 편안해지기 때문에 우울증 뿐 아니라 병적 웃음도 줄어들게 된다”며

“세로토닌의 이러한 효능은 한 번 웃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일반인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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