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찐 이유가.. 술은 열량만? 한 잔도 해롭다
술은 WHO가 규정한 1군 발암물질
음식을 적게 먹어 칼로리(열량)를 줄여도 술을 자주 마시면 살이 찔 수 있다. 술 자체가 칼로리가 높기 때문이다. 소주, 맥주, 막걸리 등 술 종류에 따라 칼로리 차이가 많이 난다. 소비자들은 알 길이 없다. 다른 식품과 달리 열량 표시가 없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2017년부터 열량 등 주류의 영양성분 표시 의무화를 시작했지만 우리나라는 감감 무소식이었다. 술에도 칼로리를 표기하라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확한 열량은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일부 인터넷 정보를 통해 새어 나왔지만 정확성이 문제였다. 열량이 적다는 의미로 ‘라이트’란 명칭을 사용한 제품이 있어도 확인은 할 수 없었다.
◆ 내년 1월 1일 막걸리를 시작으로 모든 술의 열량 표시
정부가 술에도 열량 표시를 의무화 하기로 했다. 하지만 단계적이다. 내년 1월 1일 막걸리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모든 술의 병이나 캔에 열량 정보가 표시된다. 현재 주류는 열량 등 영양정보 표시 의무 규정이 없다.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가 주류의 열량 표시를 의무화하는 고시 개정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이번에는 주류 업계와 업무협약을 맺고 열량 자율 표시를 확대하는 방안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새 정부 첫 소비자정책위원회를 주재하고 “술의 종류에 따라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열량을 표시하는 내용의 협약(MOU)을 주류 업계와 체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선 연 매출 120억 원 이상 업체를 중심으로 주류 제품의 열량 자율 표시를 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기준 전체 주류 매출액의 72%에 해당한다.
가장 먼저 열량 표시를 하는 제품은 막걸리(탁주)‧약주로 내년 1월 1일부터 시작한다. 소주‧맥주는 병 제품부터 우선 적용하고 캔 용기는 이미 완성된 제품의 재고가 소진된 후 추진하기로 했다. 와인은 대형 마트에서 판매하는 제품부터 먼저 표기하기로 했다. 모든 술에 대해 즉시 열량 표기를 하지 않는 이유는 용기나 병의 디자인을 바꾸는 데 비용이 들어 이로 인해 제품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 술, 칼로리만 높나? WHO가 규정한 1군 발암물질
술을 ‘적당하게’ 마시면 건강에 좋다는 주장이 있었다. 요즘에는 이런 주장이 점차 힘을 잃고 있다. 술은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표한 1군(group1) 발암물질이다. 미세먼지, 담배와 같은 1군이다. 암 예방에는 적정 음주량이 없다. 술 한 잔도 암 위험을 높인다.
‘유럽 암 예방 수칙’에는 술은 암에 관한 한 ‘안전한 양’(no safe limit)은 없다고 게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 ‘국민 암 예방 수칙’에도 암 예방을 위해서 하루 한, 두 잔의 술도 마시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 정도의 음주로도 구강암, 식도암, 간암, 유방암, 대장암 발생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술을 마시면 살만 찌는 게 아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암 위험도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