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시각장애, 유전자 고쳐 치료한다

‘레버선천흑암시(LCA)’ 환자 14명 중 11명 시력 개선 효과

LCA는 10만 명의 아기 중 2. 3명에게서만 발견되는 희귀질환. 이를 갖고 태어날 경우 바로 실명 상태가 되거나 생후 약 6개월 정도부터 시력을 잃기 시작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실명이나 시력 저하를 초래하는 유전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의 시력을 향상시킨 실험적인 유전자 치료법이 소규모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보였다. 6일(현지시간)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발표된 미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태어날 때부터 시력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잃게 되는 ‘레버선천흑암시(LCA)’에 걸린 14명을 모집해 유전자 편집 치료제를 한쪽 눈에 주사했다. 그 결과 11명의 한쪽 눈의 시력이 측정 가능할 정도로 개선됐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독일 안과의사 테어도어 레버(1840~1917)가 발견해 그 이름을 딴 LCA는 10만 명의 아기 중 2. 3명에게서만 발견되는 희귀질환. 이를 갖고 태어날 경우 바로 실명 상태가 되거나 생후 약 6개월 정도부터 시력을 잃기 시작한다.

LCA는 중심체단백질290(CEP290)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한다. 이 돌연변이는 시각 신호를 감지해 뇌가 수신하는 전기 신호로 처리하는 망막의 간상체와 원추체의 오작동을 일으키게 한다. CEP290 돌연변이는 사람의 생애 첫 10년 동안 발생하는 유전성 실명의 주요 원인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러한 유전적 결손을 치료하기 위해 연구진은 3세대 유전자 편집 도구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에 주목했다. 크라스퍼 유전자 가위는 돌연변이 유전자의 일부를 잘라낼 수 있고, 잠재적으로 그것을 편집해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14명의 임상시험 참가는 성인 12명과 어린이 2명(9세 1명과 14세 1명)으로 구성됐다. 시력검진표 의 맨 윗줄의 글자도 알아볼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1년 동안 매 3개월마다 관찰됐고 그 후 2년 동안은 간간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번 임상시험을 통해 크리스퍼 기반 유전자 치료제를 몸 안에 직접 투여한 환자는 처음으로 입증됐다”고 밝혔다. 임상효과는 다음과 같다.

-약 79%인 11명이 4개의 측정된 시력 결과 중 적어도 하나에서 개선됐다.

-약 43%인 6명이 2개 이상의 결과에서 개선을 보였다.

-약 43%인 6명이 시력 관련 삶의 질이 향상됐다고 보고했다.

-약 29%인 4명이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시력 향상, 즉 시력검진표의 문자나 사물 식별 능력에서 개선 효과를 보였다.

이 치료제를 제조한 미국 생명공학회사 에디타스 메디슨(Editas Medicine)의 최고의료책임자인 바이송 메이 박사는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치료제를 망막에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고 임상적으로도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임상시험이 체내에 직접 CRISPR 기반 유전자 치료제를 주입해 성공한 최초의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 치료제의 첫 주입은 2020년 초 미국 오레곤보건과학대(OHSU)의 케이시 눈연구소에서 이뤄졌다. 이후 보스턴, 마이애미, 앤아버, 필라델피아의 여러 안과 연구기관에서 순차적으로 주입됐다.

OHSU의 마크 페네시 교수는 “임상시험 참가자들은 엉뚱한 곳에 놓인 휴대전화를 찾아내거나 커피 머신이 작은 불빛을 보고 작동 중임을 알게 됐다”며 “이는 시력이 없거나 낮은 사람들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제 에디타스와 손잡고 추가적인 대규모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ejm.org/doi/10.1056/NEJMoa2309915)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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