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 쏘였는데 간·콩팥 다 망가져”…죽을 뻔한 50세男 사연은?

거대 꿀벌 쏘이고 호흡 곤란 등 호소...신장·간 등 장기 기능까지 저하해

거대 꿀벌에 쏘인 소말리아의 한 남성이 호흡 곤란, 혈압 및 혈당 상승 등 증상을 겪었다. 그의 몸 곳곳에는 벌에 쏘여 빨갛게 부어오른 자국이 발견됐다. 사진 속 벌은 기사와 직접적 관계 없음. [사진=데일리메일 보도 캡처/국제의학사례보고서저널(International Medical Case Reports Journal), 게티이미지뱅크]
거대 꿀벌에 쏘인 한 남성이 가까스로 죽음을 피한 사연이 화제다. 숨을 쉬기 어렵고 혈압과 혈당 등이 높아지는 등 증상을 겪은 것이다.

최근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아프리카 소말리아의 50세 남성은 꿀을 수확하다가 벌에 쏘여 다발성 장기부전 증상을 겪었다. 다발성 장기부전은 몸의 여러 장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현상이다. 호흡 곤란, 배뇨 장애, 전신 부종 등이 나타난 남성은 별에 쏘인지 6일 만에 병원을 찾았다.

소말리아 남부 농촌 지역에 사는 이 남성이 찾은 병원에는 의료시설이 부족한 탓에 남성은 소말리아 수도인 모가디슈에 있는 병원에 갔다. 의료진들은 남성의 몸에서 여러 개의 벌에 쏘인 붉은 자국을 발견했다. 남성은 맥박, 혈압, 혈당 수치가 높고 체온도 평균보다 낮은 상태였다. 피 검사 결과 남성의 신장과 간은 손상되고 췌장에도 염증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의료진은 “벌에 쏘일 때마다 방출되는 독의 양은 50~140µg으로 전신 손상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용량”이라고 말했다.

의료진은 알레르기 반응이라 판단하고 스테로이드, 항히스타민제, 수분 보충을 위한 수액치료 등을 시작했다. 남성은 피 속 노폐물과 염분 제거 등을 걸러내는 혈액 투석도 다섯 번이나 받았다. 그는 7일간의 치료 후 퇴원했으며 현재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성을 치료한 의료진은 “아프리카에서 벌 쏘임 사고는 자주 발생하지만 다발성 장기 부전과의 연관성에 초점을 맞춘 의학 초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해당 사례는 《국제의학사례보고서저널(International Medical Case Reports Journal)》에 게재됐다.

벌 쏘임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 의외로 흔해…우리나라는 연평균 4.8명 목숨 잃어

위 사연처럼 벌에 쏘이고 사망하는 사건은 의외로 흔하다. 영국에서는 매년 약 10명, 미국에서는 60명 정도 벌에 의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는 연평균 4.8명 사망한다는 통계가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7~2021년 벌 쏘임 사고는 총 5457건 발생했다. 이 중 24명이 사망했고 15명은 전신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급성 중증 알레르기 반응) 쇼크로 목숨을 잃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벌은 크게 꿀벌 종류와 말벌류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말벌류는 사람도 사망할 수 있는 치명적인 독을 갖고 있어 위험하다는 인식이 널리 알려졌다. 말벌류는 침까지 단단해 여러 번 쏠 때마다 더욱 강한 독을 뿜는다. 특히 말벌 중에서도 가장 큰 종인 장수말벌은 일반 꿀벌보다 독성이 1.3배나 많다는 국립수목원 조사 결과도 있다.

하지만 꿀벌에 대한 긴장도 늦출 순 없다. 벌독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일반 벌에 쏘이더라도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인해 사망까지 할 수 있다. 사연 속 남성처럼 숨 쉬기 어렵거나 장기 기능이 저하하는 부정적 증상이 나타나며 증상이 악화할 수 있는 것이다.

알레르기 반응이 없는 사람이라면 일반 벌에 쏘일 시 통증, 부기, 가려움 등 반응이 나타나고 대부분 2일 이내 증상이 사라진다. 벌에 쏘였을 때의 치사량도 500~1500번이다. 알레르기가 없는 사람이라면 최소 500번은 벌에 쏘여야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검은색·빨간색 옷 피하기…향이 강한 화장품이나 단맛 나는 음료 등도 멀리해야

벌 쏘임 사고를 피하려면 야외 활동 시 짙거나 빨간색의 옷은 피하는 게 좋다. 검은 머리카락은 밝은색 모자 등으로 가리는 게 좋다. 벌은 색상에 따라 다른 공격성을 보이며 검은색에 큰 자극을 받는다. 자신들의 천적인 곰이나 오소리로 인식하는 것이다. 빨간색은 벌이 알아볼 수 없는 색이기 때문에 벌에게 검정색이라 여겨진다. 실제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말벌의 공격성을 분석한 결과 검은색, 갈색,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 순으로 강한 공격성을 보였다.

향이 강한 화장품이나 향수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벌은 후각에 예민해 낯선 향이 노출되면 공격성이 높아진다. 나무 수액, 과일, 벌꿀 등 말벌의 주식과 비슷한 달콤한 향이 나는 발효성 음료, 탄산음료 등도 피해야 한다.

피부 창백·혀나 목 부기 등 나타나면 아나필락시스 쇼크 의심하고 즉시 119 신고해야

이런 수칙을 지켰음에도 벌에게 공격받는다면 그 자리에서 머리를 감싸 쥐면서 안전한 곳으로 신속히 대피해야 한다. 말벌에 쏘였거나 벌 독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벌에 쏘였다면 1시간 안에 사망할 가능성이 크다. 메스꺼움, 구토, 설사, 전신 두드러기, 어지러움 등 증상을 보인다면 즉시 119에 신고해 벌침을 제거해야 한다. 피부가 창백해지고 땀이 나면서 혀와 목이 붓는 증상이 나타나도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의심해봐야 한다.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벌침을 제거하고 쏘인 부위를 소독하고 깨끗한 물에 씻어야 한다. 이후 얼음찜질을 통해 통증을 줄일 필요가 있다. 벌에 쏘인 부위는 독에 의해 뜨겁고 빨갛게 부어오른다. 벌침 제거 전 붉게 부은 부위에 검은 점처럼 보이는 벌침 위치를 정확히 찾고 신용카드 등으로 피부를 살살 긁어 침을 빼내야 한다.

    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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