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들 왜 종종 거리감에 착오 일으킬까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환경에 맞춰 세상을 보고 인식한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언덕을 오르면 평소보다 언덕이 가파르고 경사지게 보이는 이유다. 최근 독일 트리어대학교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자동차 안에 앉아있을 때도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다.

자동차 안에 앉아있을 때와 일반 의자에 앉아있을 때 거리를 감지하는 능력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종종 운전자들이 판단 착오를 벌이는 이유다.

이번 연구에는 19~54세 사이 실험참가자 54명이 참가했다. 실험참가자들은 총 세 그룹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환경에서 거리감을 판단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한 그룹은 중형차에 탑승했고, 또 다른 한 그룹은 일반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나머지 한 그룹은 자동차 앞유리처럼 가로막힌 플라스틱 스크린이 놓인 의자에 앉았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로부터 4m, 8m, 12m, 16m, 20m 떨어진 곳에 원뿔형 도로표지를 놓았다. 그리고 연구팀은 각 표지 근처에서 2개의 표지를 더 들고 서있었다.

실험참가자들은 연구팀에게 그들이 들고 있는 표지를 원래 서있는 표지와 나란히 놓도록 지시하는 과제를 수행했다.

그 결과, 모든 실험참가자들이 실제거리보다 가까운 곳에 표지를 놓도록 지시했다. 원래 놓여있던 표지를 실제보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차안에 앉아있는 실험참가자들이 다른 두 환경에 놓여있는 실험참가자들보다 거리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의자에 앉아있던 실험참가자들은 15~30%정도의 착오를 보였다면, 차안에 있던 실험참가자들은 40% 정도의 착오를 보였다.

차안에 있는 실험참가자들이 몇 분간 운전을 한 뒤 거리감을 예측하도록 했을 때는 판단 능력이 더욱 떨어졌다. 표지를 실제보다 훨씬 더 가깝게 놓인 것으로 착각했다는 것이다. 일반의자에 앉아있던 실험참가자들은 운전대신 몇 분간 산책을 한 뒤 재실험을 진행했는데, 산책은 거리감을 판단하는데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처럼 자동차 안에 있을 때 거리를 과소평가하게 되는 이유를 크게 2가지로 보았다. 하나는 차 안에 있으면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잠재적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에 우리 몸의 지각시스템이 앞에 놓인 물건을 더욱 가까이 있는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는 핸들처럼 손으로 어떤 도구를 잡으면 자신의 영역으로 생각하는 공간의 범위가 넓어진다. 이로 인해 도로표지가 자신의 영역 가까이 들어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실험은 실생활의 안전성을 높이는데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자동차 안에 있는 운전자,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 자전거를 비롯한 다른 교통수단 이용자들이 느낄 수 있는 거리감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심리작용학회보(Psychonomic Bulletin and Review)’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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