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신종플루 대응 매뉴얼
신종플루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사망자가 연이어 발생하자 정부가 전염병위기단계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위기단계가 심각 단계로 올라가면 집단 발생한 학교에는 휴교령이 내려지고 학원은
임시 휴원을 하게 돼 학생들의 교육과 진학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또한 국제
행사 개최 취소, 해외 무역, 여행 등이 통제를 받으며 경제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을
야기하게 된다. 군대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나면 국방에도 구멍이 뚫릴 수 있다.
단계 격상에는 환자 발생 수와 사망 수 외에도 이러한 여러 요소들이 고려돼야
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단계 격상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매뉴얼을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8일 복지부 관계자는 “현행법에서 심각 단계에 해당되는 국민 예방수칙 등 구체적인
매뉴얼을 정하지 않아 현재 논의중이다”며 “사실 지금의 대응 수준은 이미
심각 단계로 접어든 것과 같다”고 밝혔다.
신종플루 확산으로 인한 사회 위기가 이미 시작됐고 당장 내일이라도 단계를 격상해야
하는 위기의 상황에서 정부는 이제 서야 심각 단계에 따른 세부 사항을 논의 중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타미플루 확보량이 부족하고 백신 주권을 놓쳤다는 등 늑장대처에
대해 지적을 받아 왔다. 최초 사망자의 경우 의료진의 신종플루 진단과 타미플루
투약이 늦었다는 비난을 받자 타미플루 투약기준을 부랴부랴 완화했다.
심각 단계 격상에 대해서도 이처럼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면 또 다시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일본의 경우 인구의 2배에 해당하는 타미플루를 비축했는데도 더 비축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미국은 국민 행동 요령도 5세 이하, 고위험군, 학생 등 대상을 세분화해서
자세하게 제시한다.
한국 정부는 아직도 심각단계의 매뉴얼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만 봐도 신종플루의
전파 속도에 비해 정부의 대응이 훨씬 뒤처지고 있음이 드러난다.
9일 정부는 신종플루 대책회의를 열고 이르면 이달 말 중앙과 지역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기로 계획했다.
정부는 애초 신종플루 경보 수준이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발족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회의에서 `경계'와 `심각'의 중간단계에서 대책본부를
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신종플루의 대유행은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교육, 경제, 국방 등
여러 곳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보건이 국가안보 1순위라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이번 재난안전대책본부 발족을 계기로 더 체계적인 대응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