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품위있게 늙는 법을 보여준 소설가

[이성주의 건강편지]조쌀한 얼굴

박완서, 품위있게 늙는 법을 보여준 소설가

에이브러햄 링컨은 “40세 이후의 얼굴은 자신의 책임”이라고 했지요? 삶의 깊이와 지성이 주름살과 잘 어울리는 노인의 얼굴은 보톡스로 탱탱한 욕정의 얼굴보다 훨씬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5년 전 오늘(1월 22일) 80세의 일기로 천국으로 떠난 소설가 박완서의 얼굴이 그랬습니다. 기자 시절 《투병문학상》의 심사위원장이었던 그와 점심을 먹으면서 속으로 감탄한 적이 있습니다. 조쌀한 얼굴이 나긋한 목소리, 단아한 몸짓과 이렇게 잘 어울린다니….

 
박완서는 여자는 중학교도 가기 힘든 시절이었던 1950년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한, 그야말로 재원(才媛)이었지만 전쟁 때문에 학업을 중단해야만 했습니다. 그는 백화점 동료직원으로 만난 남편을 뒷바라지하고 시부모를 잘 모시다가 40세의 나이에 《여성동아》 장편 공모전에 <나목>으로 늦깎이 등단을 합니다.
 
훌륭한 어른은 자녀도 은은하게 교육시키는 것 같습니다. 고인은 다섯 자녀를 뒀습니다. 장녀인 수필가 호원숙은 문단에서 잘 알려져 있지요? 삼녀는 호원경 서울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인데, 호 교수는 세포의 신호전달체계 연구의 권위자입니다. 호 교수의 남편은 최근 위기에 처한 삼성서울병원을 다시 일으킬 병원장으로 취임한, 호흡기 질환의 베스트닥터 권오정 교수이지요. 저희 회사 자문의사이기도 한 권 원장도 장모만큼이나 부드럽고 깊습니다.

박완서의 작품들에는 사람이 고통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통찰력이 녹아 있습니다. 고인의 딸들은 “고인이 작품 활동에 소홀한 적이 없었지만 주부, 어머니의 역할에도 한 때도 소홀한 적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58세 때 남편을 폐암으로 잃고, 서울대 의대생이었던 아들을 교통사고로 먼저 보내는 아픔을 겪었지만, 꿋꿋이 이겨냅니다.

 
고인은 아마도 “잘 늙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존재 자체로 보여준 것 같습니다. 쓸개의 암세포도 그 품위를 어떻게 하지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아이보다 더 마음이 좁은 ‘좁쌀뱅이 노인’이 너무나도 많은 세상, 어떻게 하면 박완서의 글처럼, 박완서처럼 넉넉하게 늙을 수가 있을까요?
“늙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산천이나 초목처럼 저절로 우아하게 늙고 싶지만 내리막길을 저절로 품위 있게 내려 올 수 없는 것처럼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나는 이 나이가 좋다. 마음 놓고 고무줄 바지를 입을 수 있는 것처럼 나 편한 대로 헐렁하게 살 수 있어서 좋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도 않다. 안하고 싶은 걸 안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좋은데 젊음과 바꾸겠는가.” – ‘놓여나기 위해, 가벼워지기 위해’ 가운데 

멋진 어른이 되는 10가지 방법

①하루 한 번은 명상이나 기도를 하며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는다.
②규칙적으로 운동한다. 운동은 자존감을 키우고 정신이 건강하도록 돕는다.
③책을 가까이 한다. TV를 없애고 가족끼리 책을 읽으며 얘기를 나눈다.
④자기 이익을 고집하지 않고 베풀고 양보한다. 때로는 손해 볼 수도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실천한다.
⑤멘토를 찾아서 본받으려고 노력한다. 자연스럽게 어른스러움이 심신에 녹아든다.
⑥어른의 말을 쓴다. 아빠, 엄마 등 유아어를 쓰지 않고 어른에게는 존댓말을 쓴다. 여기에 곁들여 말을 바르게 하는 습관을 들이면 더욱 더 좋다. 신문 사설이나 칼럼, 책의 좋은 구절을 소리 내어 읽으면 도움이 된다.
⑦서예, 그림그리기, 음악 감상 등 마음을 다듬을 취미를 가진다.
⑧남의 말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매일 누군가에게 자신을 비난하도록 하고 현명하게 대답하는 훈련을 하는 것도 좋다.
⑨술, 담배, 도박 등 중독성 강한 것을 멀리한다. 모두 충동성을 촉발한다.
⑩자녀들과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들에게 모범을 보이려고 노력한다.
 
<제 584호 건강편지 ‘어른이 된다는 것’ 참조>

오늘의 음악

월요일에 미국 록그룹 이글스의 기타리스트 글렌 프레이가 세상을 떠났죠? 이글스의 노래 두 곡 준비했습니다. 대표곡 ‘Hotel California’와 ‘I Can’t Tell You Why’가 이어집니다.

♫ Hotel California [이글스] [듣기]
♫ I Can’t Tell You Why [이글스]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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