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큰 사람’이 간암에 더 잘 걸린다는데…

[이성주의 건강편지]간 부은 사람

‘간 큰 사람’이 간암에 더 잘 걸린다는데…


오늘(10월 20일)은 대한간학회가 정한 ‘간의 날’입니다. 올해가 열여섯 번째라고 합니다.
 
몇 년 전 초등학생들도, 대학생들도 흥얼거린 “간 때문이야”란 광고 기억하시죠? 피로가 간 때문에 온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간이 중요한 장기라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지요.
 
간은 예로부터 간담상조(肝膽相照, 아주 친한 사이), 간담초월(肝膽楚越, 가까이 있지만 서로 등을 지는 사이),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애간장을 태우다, 간에 기별도 안간다, 간 큰 남자, 간 떨어질 뻔 했다, 간덩이가 부었다 등  등 고사성어(故事成語)와 관용표현에 많이 인용된 장기였습니다.
 
간은 우리 몸에서 필요한 각종 물질을 만들고, 해로운 성분을 해독하는 ‘인체의 종합화학공장’입니다. 인체에서 가장 큰 장기로 무게는 1.2~1.5㎏이나 됩니다. 3000억 개가 넘는 세포로 이뤄져 있지만 통증을 일으키는 세포가 없어서 웬만큼 손상되기 전에는 표시가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침묵의 장기’라고 부르지요.
 
‘조용한 간’이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참 골치 아파지고 슬퍼집니다. 우리나라에서 간암 사망률은 암 가운데 폐암에 이어 2위이고, 사회 경제적 손실은 연간 3조 7000억이어서 1위입니다. 간암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술이 간암의 원흉이라고 알고 있지만, B형 간염 때문이 70% 이상이고 C형 간염 때문이 10% 정도일 정도로 바이러스가 주범입니다. 그렇다면 B형 간염 백신이 보급됐고, C형 간염 치료제도 나왔는데 왜 간암 환자는 느는 걸까요?
 
첫째,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가 자신의 건강을 맹신하다가 암에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자신이 환자가 아니라고 믿는 경우가 많은데, 언제든지 간염이 진행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간염에서 간암으로 급속히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둘째, 간 검사를 소홀히 해서입니다. B형 간염은 제때 발견하면 진행을 늦추거나 증세를 누그러뜨릴 수가 있습니다. C형 간염은 90% 이상 완치도 가능합니다. 설령 간암으로 진행됐어도 초기에 발견하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대처할 수가 있습니다.
 
이밖에 술, 스트레스, 과로, 비만 등도 간암의 직간접 원인이 되고, 사람들의 수명이 길어진 것도 간암 환자의 증가와 관계가 있습니다만, 대부분 조기검진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간의 날’에 간염 환자나 생활습관이 불규칙해서 건강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오른쪽 뱃속 ‘침묵의 장기’의 조용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자신의 건강에 지나치게 대범한, ‘간 큰 사람’이 돼서는 곤란하겠지요? 

간암 피해를 줄이려면

-간염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 B형 간염 예방접종을 한다. 특히, 산모가 B형 간염 보균자인 경우, 태어난 아기는 출산 직후 면역혈청글로불린과 함께 예방백신접종을 시작해야 한다.
❍ B형/ C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부적절한 성관계를 피한다.
-주사바늘의 반복 사용을 피한다.
-문신이나 피어싱을 피한다.
-면도기나 칫솔을 나누어 쓰지 않는다.

-간염 환자가 악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 만성 B, C형 간염환자, 항체가 음성인 30세 이상 남성 또는 40세 이상 여성은 4~6개월마다 혈액 또는 초음파 검사를 받는다.
❍ 술은 1회에 남자는 2잔, 여자는 1잔 이하로 마신다. 금주하는 것이 더 좋다.
❍ 금연과 함께 간접흡연도 피한다.
❍ 건강 체중을 유지하도록 한다.
❍ 간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민간처방을 피한다.

오늘의 음악

첫 곡은 간염의 희생자이면서 간염예방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친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가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와 함께 연주합니다. 베토벤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1번. 깊어가는 가을, 윤도현 밴드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 이어집니다.

♫ 첼로-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로스트로포비치, 리히테르] [듣기]
♫ 가을 우체국 앞에서 [윤도현 밴드]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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