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은 백신을 맞아도 안심할 수 없다

[이성주의 건강편지]피아노 건반 위의 병

결핵은 백신을 맞아도 안심할 수 없다

콜록콜록, 마침내 피아노의 시인은 건반 위에 기침 소리를 던져놓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1849년 오늘(10월 17일) 오전3시경 프랑스 파리에서 프레데릭 쇼팽이 마흔을 못 넘기고 숨을 놓았습니다. 그의 심장은 유언에 따라 조국 폴란드로 보내졌습니다.

쇼팽은 어릴 적부터 병약했고 25세에 폐결핵에 걸려 평생 병마와 싸웠습니다. 최근 의학자들 사이에서 낭포성섬유종, 승모판협착증 등이 사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결핵설이 유력합니다. 일부 의학자는 쇼팽의 심장 조직으로 사인을 가리자고 주장하고 있지만요.

콜록콜록, 쇼팽은 어릴 때 사랑을 약속했던 마리아 보진스카와 약혼했지만 콜록콜록, 결국 폐결핵 때문에 파혼합니다. 이후 연상의 작가 조르주 상드를 만났고 상드는 10년 이상 쇼팽을 돌봅니다. 상드는 자녀의 싸움이 부부 싸움으로 커져 쇼팽과 헤어집니다.

쇼팽은 죽기 직전 친구인 굿만 앞에서 상드를 회상하면서 “그녀는 언제나 자기 팔 밖에서 죽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곤 했지”라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고 합니다. 콜록콜록….

많은 사람이 결핵을 ‘흘러간 병’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올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만4710명이 결핵에 걸렸고 2376명이 희생됐다고 합니다. 발병률, 사망률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라네요.

요즘엔 20, 30대 여성에게서 많이 발병하는데, 무리한 다이어트가 큰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결핵은 결핵균에 감염된 사람의 5~15%에게서 발병하며 뇌, 척수, 뼈 등 신체의 모든 기관에 병을 일으키지만 87% 이상이 폐결핵으로 진단됩니다. 결핵은 백신으로도 100% 예방이 불가능합니다. 결핵균이 평소에는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다가 ‘숙주’의 체력이 떨어지면 기승을 부리므로 평소 적당한 영양 섭취와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합니다.

폐결핵은 6개월 정도 꾸준히 약을 먹으면 완치되지만, 중간에 약을 끊거나 제대로 복용하지 않으면 ‘내성의 수렁’에 빠지게 됩니다. 이 경우 환자는 1년 반 이상 약을 복용하거나 폐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상당수는 목숨을 잃습니다.

콜록콜록, 쇼팽의 피아노곡은 맑고 상쾌하지만, 그의 삶에는 기침 소리가 틈틈이, 켜켜이 스며들어 있는 듯합니다. 쇼팽의 피아노 건반 구석구석, 악보 곳곳에 그의 흔적이 남아있을 것 같군요. 쇼팽이 세상을 떠난 날에 모두 결핵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콜록콜록….

결핵으로부터 내 몸을 지키는 상식

①BCG 예방접종을 받아도 결핵에 걸린다. 그러나 예방접종을 받으면 감염될 위험이 다소나마 줄어들고 어린이가 결핵에 걸렸을 때 치명적인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②한 번 걸렸다 완치돼도 또 걸릴 수 있다. 면역력이 생겨 안 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렇지 않으므로 늘 경계해야 한다.
③모든 결핵 환자가 주변에 전염시키는 것은 아니다. 건강검진 시 아무런 증상 없이 X-레이에서 결핵이 발견됐다면 전염력이 거의 없다. 그러나 증세가 있다면 전염 가능성이 있다. 특히 환자가 약을 복용한지 2~3주까지는 전염력이 강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약 복용 2~3주 뒤부터는 전염성이 없어진다. 이때엔 성생활을 해도 전염되지 않는다.
④결핵은 식기나 수건 등으로 쉽게 전염되지 않는다. 대부분 폐결핵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가래에 있는 균이 주변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가 전염된다.
⑤결핵 감염이 의심될 때 X-레이 촬영 결과 이상이 없어도 안심하긴 이르다. 이후 발병할 수 있다. 결핵 감염이 의심되면 2년까지 6개월마다 X-레이를 찍어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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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도 음악의 기쁨과 슬픔 알아챈다
아직 말이 트이지 않는 아기라도 음악에서 행복한 감정을 표현한 부분과 슬픈 감정 표현 부분을 구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행복과 슬픈 감정이 깃든 여러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고 연구한 결과, 아기들도 미취학 아동이나 어른처럼 행복과 슬픔을 구별했다는 것이다.

오늘의 음악

오늘은 날이 날인만큼 쇼팽의 피아노 소품 세 곡을 준비했습니다. 임동혁이 즉흥환상곡 4번을 들려주고 지휘자로도 유명한 바렌보임은 미뉴에트왈츠로도 알려진‘강아지왈츠’ 작곡가 라흐마니노프는 야상곡 2번을 연주합니다. 엔돌핀발전소에 들어가 ‘검색’ 란에 쇼팽을 치면 루빈스타인이 연주하는 즉흥환상곡을 비롯해 쇼팽의 다른 숱한 명곡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 즉흥환상곡 No4 [임동혁] [듣기]
♫ 강아지 왈츠 [바렌보임] [듣기]
♫ 야상곡 No2 [라흐마니노프]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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