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도 빨간불…응급의사회 비대위 “모든 의제 백지화 요구”

"다급하게 내놓은 정부 정책에 현장 혼란 나날이 커져"

지난 7일 성명문을 낭독하고 있는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 [사진=대한의사협회 공식 유튜브 캡쳐]
의대 증원 등 정부의 의료개혁에 대한 반발로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출범했다. 이에 그들은 정부에 의대 증원을 포함한 ‘모든 의제들의 전면 백지화’와 ‘의료계를 존중하는 협상 태도’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이 서울 용산국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응급의학과 비대위는 대한응급의학의사회에서 조직한 단체이고 1700명의 응급의학과 의사(봉직·개원의)들이 포함돼 있다. 해당 의사회는 대한의학회 산하 학술단체인 대한응급의학회와는 별개의 단체로, 앞서 학회는 이번 사태 속에서 의료붕괴를 막기 위해 사직하지 않고 응급실 진료를 지키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성명문에서 “500여 명의 응급의학 전공의가 100여 개의 병원 응급실에서 나갔으며, 대부분의 수련병원이 응급실을 축소 운영하고 있다”며 “사태 이전 대비 30% 이상 환자 수가 감소됐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이 거짓이며 심각한 위기 상황을 하루하루 간신히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남아 있는 의료진들의 피로와 탈진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고, 교수들의 업무 단축은 앞으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부의 응급의료 대책 중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 것이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정부가 다급하게 내놓은 정책들은 아무런 상이나 교감이 없었던 졸속 탁상 행정들이다”며 “얼마 전 정부 발표만 믿고 응급의학 전문의가 지역의 응급실을 도와주러 가려 했는데 심평원과 보건행정 직원의 거절로 무산됐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정부의 브리핑 때마다 매일같이 잘 대처하고 있고 큰 문제는 없으며 모든 준비가 돼 있다고 발표하고 있다”면서도 “실제로는 대학 교수 등 전문의 의료진들이 이탈하게 된다면 정말로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미 인턴들의 임용 포기 이후 벌어질 연쇄 반응으로 향후 5년간의 전공의 부재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여기에 대해서도 아무런 대책은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정부의 의대 증원은 개혁이 아니라고 말했다. 의료 개혁을 이야기하려면 10년 후 달성해야 할 목표를 미리 제시해야 하는데 현재 정부는 단기적 성과에 치중해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의료대란으로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에 지원한 자금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정부가) 사태 해결을 위해 (상급병종합병원 등에) 사용한 돈이 5000억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이 돈이) 필수 의료 현장에 (앞서) 투입됐다면 이토록 문제가 심각해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현재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현장을 지키는 단 하나의 이유는 ‘우리가 무너지면 이 나라의 의료가 무너진다’는 위기감 때문이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찬성하기 때문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진정한 대화를 위해선 ‘전공의들에 대한 금지명령 철회’가 선제돼야 한다고 했다. 그런 뒤 사태 해결을 위해선 ‘모든 의제 전면 백지화’와 ‘의료계를 존중하는 협상 태도’가 필수라고 전했다.

비대위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과 향후 대응 방안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대위측은 현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응급실 사직을 포함한 구체적 행동을 준비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2월 19일 발표한 성명문. [자료=대한응급의학의사회]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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