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로 면역세포 활성화, 알츠하이머병 ‘안전’ 치료?

뇌에 쌓인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 제거…플라크 ‘직접 표적’ 삼지 않아 부작용 없어

치매의 일종인 알츠하이머병도 면역요법으로 치료하면 부작용 없이 증상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 같다. 암의 면역요법처럼, 뇌의 독성 단백질을 직접 표적으로 삼지 않는 방식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항체로 특정 면역세포(미세아교세포)를 활성화하면 알츠하이머병을 부작용 없이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연구팀은 항체를 이용한 면역요법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 쌓여 있는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찌꺼기)를 없애 치매 증상을 누그러뜨리는 것으로 생쥐실험 결과 나타났다고 밝혔다.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를 직접 표적으로 삼는 약물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연구의 제1 저자인 마르코 콜로나 교수(병리학·면역학)는 “항체로 미세아교세포를 활성화하면 생쥐의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를 없앨 수 있다. 이 접근법은 파킨슨병 등 다른 신경퇴행성질환의 독성 단백질 제거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치매의 일종인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주요 물질로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을 꼽을 수 있다.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끈적끈적한 단백질이 뇌에 플라크(찌꺼기)로 쌓이면 뇌가 위축되고 인지기능이 뚝 떨어진다. 연구팀에 의하면 항체로 면역세포를 동원(활성화)하는 접근법은 알츠하이머병 외에 다른 병에도 적용될수 있다. 파킨슨병, 근위축성측색경화증(ALS), 헌팅턴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은 모두 독성 뇌 단백질 덩어리와 관련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세아교세포는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를 둘러싸, 손상된 단백질의 확산을 가로막는 장벽을 만든다. 또한 플라크 단백질을 삼켜 파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처럼 수동성을 보이는 것은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구성요소인 특정 단백질(APOE 단백질)에서 비롯될 수 있다. 이 단백질이 플라크를 둘러싼 미세아교세포의 특정 수용체(LILRB4)에 결합해 이를 비활성화한다.

연구팀에 의하면 생쥐의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를 제거할 경우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도 완화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과거 경험에 대한 기억이 부족해 의사 결정에 어려움을 겪는다. 위험한 행동을 할 수 있고, 사기나 금전적 학대의 피해자가 되기 쉽다.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가 쌓이면 또 다른 뇌 단백질인 타우가 뉴런 내부에 엉키게 된다. 이 두 번째 단계에서는 뉴런이 죽고 인지장애가 발생한다. 알츠하이머병 말기 환자에게는 높은 수치의 LILRB4와 APOE가 관찰됐다.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직접 표적으로 삼아 공격하는 약물에는 심각한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경우 아밀로이드 단백질은 뇌의 동맥 벽과 뇌 조직의 다른 부분에 쌓인다. 뇌 혈관에서 플라크를 없애면 부종, 출혈 등 부작용(ARIA)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부작용은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약물인 레카네맙을 투여받는 환자에게서 일부 나타난다. 연구팀은 뇌의 독성 단백질을 없애기 위해 면역체계를 활용하는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 또한 타우 단백질 엉킴이 있는 생쥐를 대상으로 항체 검사를 할 예정이다.

이 연구 결과(Antibody-mediated targeting of human microglial leukocyte Ig-like receptor B4 attenuates amyloid pathology in a mouse model)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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