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경찰 압수수색에 집단행동 시사… “국민 불편 끼쳐드릴 수도”

대전협 박단 회장 등 전공의 13명엔 공시송달..사법 집행 임박

주수호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앞에서 경찰의 압수수색과 관련한 브리핑을 진행 중이다. [사진=뉴스1]
2월 29일 자정까지 못박았던 전공의 업무 복귀 시한을 넘기자, 정부가 의료계에 대한 사법처리에 본격 착수했다. 정부의 칼끝은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의사협회 등 전공의의 집단행동 움직임을 주도했다고 판단한 의료계 인사를 향했다.

1일 정부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의협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인 한편,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13명에 대해 업무복귀 개시명령 공시송달(공고)을 게시했다.

의협에 압수수색 영장 집행…2000년, 20007년 이어 3번째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의협 전·현직 간부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내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과 서울시의사회 사무실, 강원도의사회 사무실 등지에 수사관을 보내 의협 전·현직 간부들의 휴대전화와 PC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앞서 27일보건복지부는 의협 전·현직 간부를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의협 김택우 비대위원장 △의협 비대위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 △의협 비대위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노환규 전 의협회장 등이다. 고발 혐의는 의료법 59조와 88조에 따른 업무개시명령 위반, 형법에 따른 업무방해, 그리고 교사 및 방조 등이다. 이들 의협 전·현직 간부 일부 또는 전체가 이날 조사 대상이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사법 당국의 의협 압수수색은 이번으로 세 번째다. 앞선 두 차례의 압수수색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집단행동 때와 2007년 금품로비 의혹 수사 때였다. 특히 이번 사태에선 의협이 아직까지 직접적인 집단행동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임을 감안하면 사법 당국의 이례적인 빠른 움직임이다.

분노한 의협, 의사파업 등 집단행동 가능성 암시?

의협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날 의협 비대위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낭떠러지 앞에 서 있다”며 “자유를 위해 저항하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사법 당국의 움직임에 대해선 “대한민국에서 14만 의사들은 의사만큼은 자유를 누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정부가 명확히 확인시켜준 것”이라며 “3.1운동 정신의 뿌리가 자유임을 강조한 정부가 자행한 자유와 인권 탄압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에, 의협 비대위는 오는 3일 여의도공원에서 열리는 대규모 집회인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참석을 촉구한 동시에 ‘국민에 불편을 끼칠 수 있는 집단행동’ 가능성도 암시했다. 의사집단의 ‘국민에 불편을 끼칠 수 있는 집단행동’으로는 집단 휴진 등 의사파업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해 의협 비대위는 이날 성명서에서 “의사들은 한명의 자유 시민으로서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다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드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1일 의협 비대위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이 받은 압수수색영장 사본 모습(왼쪽)과 보건복지부가 1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한 전공의 13명에 대한 공시송달장. [자료=의협 비대위·보건복지부]
대전협 박단 회장 등 전공의 13명엔 공시송달..사법 집행 임박

한편, 보건복지부는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 중 연락이 닿지 않은 13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시송달(공고)했다. 대한전공의협회의 박단 회장이 포함했으며, 대체로 주요 수련병원의 전공의 대표자 등으로 추측된다.

공시송달은 전공의에 대한 정부 행정·사법적 처리가 임박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이번 공시송달은 공고한 당일인 1일부터 효력이 발생했다.

공시송달은 공소장 등 행정·사법 문서가 피고에게 송달되지 않았을 때 진행하는 행정절차다. 통상 첫 번째 공시송달한 날로부터 2주가 지나면 효력이 발생하고, 이후 다시 발송한 공시송달은 그 다음 날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공공의 안전과 복리를 위해 긴급한 명령이 필요한 경우로 사전통지는 생략됐음을 알린다”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개시 명령을 거부하는 경우 ‘의료법’ 제66조 및 제88조에 따라 처분 및 형사고발 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업무복귀 시한이었던 전날(2월 29일) 오후 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전공의와의 대화를 시도한 바 있다. 해당 대화엔 1명 이상 한 자릿수의 전공의가 개인 자격으로 참석해 3시간 20여 분간 진행됐다. 이후 공동취재 기자단 질의에서 박 차관은 사법처리가 면제되는 전공의 업무복귀 시한을 2월 29일 자정까지로 못박았다.

같은 날 박 차관과의 대화가 예정됐던 시간에 대전협 박단 회장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대구와 부산에 방문한다고 알리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대전협 비상대책위원 몇 명과 동행해 대전과 광주, 춘천을 방문한 것으로 보이며 그 후 다시 서울로 복귀하는 일정이다.

지난달 29일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의 소셜미디어(SNS) 게시글. [자료=페이스북/박단]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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