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땅 밟는 짐펜트라 “글로벌 블록버스터는 내 차지야”

셀트리온, 짐펜트라 초도물량 3월 美 공급...올해 6000억 판매 기대

셀트리온이 미국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 초도물량을 보냈다. 서정진 회장이 오랜 기간 염원했던 램시마SC의 미국 시장 출시가 본격화하는 순간이다.

셀트리온은 인플릭시맙 피하주사제형인 짐펜트라의 미국 초도 물량을 선적했다고 28일 밝혔다. 3월 초까지 총 3회로 나눠 출하할 예정이다. 수입 통관과 운송, 도소매상 입고 등을 거쳐 3월 중순부터 미국 시장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초도 물량은 모두 완제품 상태로 보내진다.

짐펜트라는 셀트리온이 2020년 선보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의 미국 상품명이다. 염증과 암에 관여하는 종양괴사인자(TNF-α)를 억제한다. 기존 정맥에 투여하던 IV제형의 램시마를 피부 아래에 주사하는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변경해 개발했다. SC제형은 병원에 가서 접수를 하고 링거를 맞을 필요 없이 집에서 복부에 직접 주사할 수 있고, 투여 시간도 5분 안팎으로 짧아 편의성이 높다.

정맥주사 제형을 피하주사로 바꾸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실제 램시마의 오리지널 의약품 ‘레미케이드’를 만든 존슨앤존슨도 SC제형을 내놓지 못했다.

사실 램시마SC는 이미 유럽, 캐나다 등 50개가 넘는 국가에서 판매 허가를 획득한 상태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램시마SC는 작년 3분기 기준 유럽 주요 5개국에서 20%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고, 기존 램시마와의 합산 점유율은 7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짐펜트라를 바이오시밀러가 아닌 신약으로 출시하게 되면서 임상 등 준비 기간이 추가로 소요됐다. 신약으로 출시하는 덕에 높은 판매가격을 책정할 수 있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현재 출원된 SC제형 및 투여법에 대한 특허를 통해 최대 2040년까지 특허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셀트리온은 올해 짐펜트라가 미국 매출액 6000억원을 달성한 데 이어 3년 내 3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유럽에서의 처방 트렌드와 유럽과 미국 시장 규모 등을 비교해 예상한 추정치다. 짐펜트라가 주력 타겟으로 삼고 있는 염증성장질환(IBD) 시장은 종양괴사인자(TNF-α) 억제제 기준으로만 2022년(아이큐비아 기준) 약 98억2700만 달러(12조8천억원) 규모다.

셀트리온도 짐펜트라 출시에 맞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회사는 작년 10 FDA로부터 신약 판매 허가를 획득한 이후 미국 법인을 중심으로 직판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인플릭시맙이 미국에서 20년 이상 사용되면서 효능과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됐다는 점과 자가투여가 가능하다는 것을 짐펜트라의 강점으로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서정진 회장은 이달 말 북미 출장을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짐펜트라 출시에 맞춰 현지 의료진들을 만나 직접 제품을 소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이번 초도 물량 출하로 미국 시장에 대한 짐펜트라 공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환자 지원 프로그램 등 다양한 론칭 마케팅 활동을 최종 점검해 미국 환자들에게 짐펜트라의 치료 혜택이 전달되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셀트리온이 램시마SC를 만든 것은 9년 전인 2015년 서 회장이 유럽에서 한 간호사에게서 들은 꾸중에서 비롯됐다.

당시 유럽 전역으로 램시마를 영업하러 다니던 시절 서 회장은 아일랜드 더블린의 한 병원에 찾아간 적이 있다. 그때도 평소와 다름없이 간호사에게 램시마를 영업하는데 그가 화를 내며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를 불법약 취급했다. 바이오시밀러라는 개념이 지금처럼 알려지기 전이다.

그 간호사는 서 회장을 꾸짖으며 말했다. “당신네 회사가 정말로 연구개발 능력이 뛰어나고 환자를 생각한다면 이걸 만들 시간에 레미케이드 SC 제형이나 만들어봐라.”

그 말 한마디가 셀트리온이 램시마SC를 개발하는 도화선이 됐다. 서 회장은 그 길로 한국에 돌아와 램시마SC의 개발을 주문했다. 셀트리온의 성장을 다룬 책 ‘셀트리오니즘’에 수록된 내용이다.

그로부터 9년 후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램시마SC를 판매하게 된 것이다.

    천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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