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오정’ 늘어나는 원인은?

이어폰 과사용, 야금야금 청력 손실

이어폰을 자주 사용하는 습관이 소음성 난청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인의 15∼20%는 청력에 크고 작은 이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생아 1000명 중 2명 내외에서 선천적으로 난청(청력 장애)이 생긴다. 나이 들어 청력이 떨어지는 노인성 난청은 65세 이상에서 10명 중 4명꼴이다. 시끄러운 소리에 노출돼 생기는 소음성 난청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높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난청의 연간 진료환자는 2018년 58만 7637명에서 2022년 73만 9533명으로 크게 늘었다. 2022년 진료환자 중 20대는 약 5만7000명으로(2018년 약 3만2000명) 증가 추세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파르다. 이어폰을 달고 다니는 습관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귀질환 분야를 다루는 이비인후과 의사들의 학술단체인 대한이과학회(회장 최재영, 세브란스병원 교수)에 따르면 난청이란 청력이 부분적으로, 혹은 전부 소실된 상태를 말한다. 원인이 부위별로 외이·중이·내이·청신경 등 매우 다양하고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부분도 많다.

청력 장애는 작은 소리(20~39㏈, 데시벨)가 제대로 안 들리는 경도(10% 정도 청력 손실), 보통 소리(40~69㏈)에 문제가 있는 중도(50% 정도 청력 손실), 큰소리(70㏈)도 제대로 못 듣는 고도(70% 이상 청력 손실) 등 3단계로 구분한다. 경도나 중도는 보청기, 고도는 특수 보청기나 인공와우(달팽이관) 수술이 필요하다.

난청은 소리의 전달경로 중 어떤 부위에 이상이 생겨 전달이 차단되면서 발생하므로 치료 역시 그 원인을 제거하는 데 중점이 두어진다. 외이(外耳)의 경우 외이도염으로 인해 외이도가 좁아졌거나 선천적인 기형으로 막혔을 때 청력이 떨어진다. 중이(中耳)의 질환으로는 급·만성 중이염, 외상, 기형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 때문에 고막이 뚫리거나 이소골(소리를 증폭해 내이에 전달하는 기관)의 연결이 차단되었을 때 난청이 유발될 수 있다.

■돌발성 난청, 청·장년층에 많아…과로 피하고 빨리 진료를

가장 문제가 되는 내이(內耳)는 선천적으로 청신경 계통에 이상이 있을 때를 비롯해 나이가 듦에 따라 청력이 약해졌거나 직업적으로 오랜 기간 소음에 노출됐을 때 난청이 된다. 달팽이관을 비롯한 청신경이 손상되면 치료가 어렵다.

뚜렷한 이유 없이 수 시간 또는 2~3일 이내에 갑작스럽게 청력이 떨어지는 돌발성 난청은 30∼50대 비교적 젊은 나이에 나타난다. 과로나 극심한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명이나 어지럼증을 동반하기도 하는 돌발성 난청은 대부분 한쪽 귀에 오며, 자연히 회복되기도 한다. 돌발성 난청이 생기면 빨리 이비인후과에 가서 진료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보청기를 하면 ‘사오정’(난청으로 대화가 잘 안되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꼴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눈이 나쁘면 안경을 자연스럽게 쓰는 것과는 달리, 보청기는 대부분 부끄럽게 생각한다. 또 보청기는 안경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비싸다. 이런 탓에 난청 환자들이 보청기 착용을 제대로 안 하고, 이는 난청 악화 및 아이들의 언어발달 장애, 그리고 성장기의 과격한 언행을 초래하는 요인으로까지 등장하고 있다.

보청기는 기본적으로 피팅(최적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물리적, 음향적인 조절을 해주는 작업)을 통해 청력에 맞춘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확한 청력 검사와 피팅 과정을 거치지 않고 착용한 보청기는 귀에 맞지 않는 주파수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거나 오히려 청력에 손상을 줄 수도 있다.

난청이 있는데도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고 난청을 방치할 때는 ‘사오정’ 취급을 면할 길이 막연하다. 특히 어린 아이들은 청력뿐만 아니라, 언어발달에도 심각한 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며 이는 학습 능력 저하로도 이어지게 된다.

■보청기는 안경처럼 필수적…난청 아이들, ADHD와 비슷한 증세

난청 증상이 있으면 서둘러 청력 검사를 하고, 적절한 보청기 착용과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 신생아의 경우 생후 24개월까지 언어발달의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선천성 난청이 있는지 잘 살펴서 생후 3~6개월 이전에 전문적인 조치를 하지 않으면 고치기가 어려워진다.

아이들의 청력에 문제가 있으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 비슷한 언행을 하므로 ADHD가 의심되는 경우 청력 검사를 추가로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ADHD 증상과 혼동하기 쉬운 난청의 대표적인 증상은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목소리가 커지며 상대방이 말할 때 듣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이거나 안절부절못하는 경우 등이다.

아이가 큰 소리로 말하거나 수업 시간에 유난히 산만한 경우도 ADHD뿐만 아니라 난청도 의심해야 한다. 수화기를 양쪽 귀로 번갈아 가면서 전화를 받거나 큰 소리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 말하는 상대방의 입을 유심히 쳐다보는 등의 행동을 보이는 것도 난청의 주요 징후다. 이런 아이들은 서둘러 전문의나 청각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은 이과학회에서 권고하는 ‘난청을 예방하는 생활 수칙 열두 가지’이다.
하나, 시끄러운 곳에 가지 않는다.
둘, 과도한 소음에 오랫동안 노출되지 않는다.
셋, 귀를 자주 파지 않는다.
넷, 독감·감기에 안 걸리게 조심한다.
다섯, 중이염을 조심하고 잘 치료한다.
여섯,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적인 지병을 주의한다.
일곱, 항생제 장기투여에 유의한다.
여덟,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을 때 소리 볼륨을 50% 이하로 하라.
아홉, 30분 이상 음악을 들은 뒤 5~10분간은 쉬어라.
열, 청각에 피로를 느꼈다면 2∼3일간은 이어폰으로 거의 아무것도 듣지 마라.
열하나, 이어폰을 달고 사는 습관을 버려라.
열둘, 1년에 1번은 병원에서 청각을 검사하라.

    박효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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