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앓는 어린이, 적지 않다?”…소아 치매가 뭐길래

희귀병인 산필리포증후군과 니만-피크병, 어린이에게 치매 일으켜

밝고 건강하게 자라야 할 어린이들이 치매에 걸려 기억을 잃는 사례가 뜻밖에 많다. 세계적으로 매년 약 5만 명이 ‘소아 치매’를 일으킬 수 있는 유전병을 갖고 태어난다. 환자는 약 70만 명으로 추산된다. 끔찍한 일이다. [사진= 호주 ‘산필리포 어린이 재단’ 홈페이지 캡처]
치매는 어린이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병이다. 하지만 일부 희귀병으로 치매를 일으키는 어린이가 세계적으로 꽤 많다. 이들 어린이 환자는 ‘시한부 인생’이다. 호주 비영리미디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은 소아 치매가 최근 국제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아 치매를 본격적으로 연구 중인 호주 플린더스대 의대 킴 헴슬리 교수(의학, 공중보건)는 “세계적으로 약 70만 명이 소아 치매를 앓고 있다. 매년 약 5만 명이 소아 치매를 일으킬 수 있는 유전병을 갖고 태어난다”고 말했다.

소아 치매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열성 유전병은 두 가지다. 산필리포증후군(A형)과 C1형 니만-피크병(NPC)이다. 이들 병은 100가지가 넘는 희귀한 유전병에 속한다. 소아 치매는 노인성 치매와는 원인이 사뭇 다르다. 하지만 병의 진행 특성은 똑같다. 소아 치매 진단을 받은 어린이의 약 50%가 10세가 되기 전에 숨지고, 나머지도 18세를 넘기기 어렵다.

호주 플린더스대 의대 연구팀에 의하면 호주에서는 어린이 청소년 약 1400명이 소아 치매를 앓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다. 특히 치료법과 완치를 위한 연구가 턱없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소아 치매는 DNA의 돌연변이(또는 실수)로 발생한다. 이는 각종 희귀 유전병으로 이어져 소아 치매를 일으킨다. 소아 치매 장애의 약 3분의 2는 ‘선천적 대사 오류’로 생긴다. 신체의 탄수화물, 지질, 지방산, 단백질 분해와 관련된 대사 경로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신경 경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몸 전체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뉴런(신경세포)이 죽고, 인지기능이 점차 떨어진다.

소아 치매 환자는 뇌 손상으로 말하기, 걷기, 학습, 기억, 추론 등 이전에 습득한 모든 기술과 능력을 점차 잃는다. 다른 사람에 대한 공격성이 높아지고, 과잉 행동을 하고, 심한 수면장애를 겪는다. 시력과 청력도 나빠질 수 있다.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되는 나이는 치매를 일으키는 유전병에 따라 다르나 평균 2세 전후다. 지금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은 치료법과 약은 썩 많지 않다. 치료에는 유전자 대체, 유전자 변형 세포치료, 단백질 또는 효소 대체 요법 등이 쓰인다.

연구팀에 의하면 호주의 소아암 환자 사망률은 1997~2017년 약 50%로 낮아졌다. 그러나 소아 치매 환자에겐 이렇다할 변화가 없다. 2017~2023년 소아암에 대한 연구비 지원액은 소아 치매에 대한 연구비 지원액보다 4배도 더 많았다. 소아암과 소아 치매로 인한 연간 사망자 수는 거의 비슷하다. 소아 치매는 빠르게 진행되고 치명적이다. 조기 개입이 매우 중요하다.

호주 플린더스대 연구팀은 소아 치매 연구비를 최근 ‘리틀 이어로 재단’에서 지원받았다. 그 돈으로 소아 치매의 영향을 받은 일부 세포를 정상세포처럼 바꾸는 약물을 개발해냈다. 연구팀의 시티 무바로카 박사는 “이 결과가 산필리포증후군으로 발생하는 소아 치매 환자뿐만 아니라 다른 유형의 소아 치매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화학적 리프로그래밍을 통해 산필리포증후군 환자의 피부 세포를 신경계 세포로 바꾸는 새로운 세포 모델을 만들었다. 연구팀은 이 세포 모델을 이용해 산필리포증후군 환자의 약물 치료법을 테스트하고 확인할 예정이다.

세포의 화학적 재프로그래밍에는 2주 정도 걸린다. 산필리포증후군 요법을 신속하게 찾아내는 데 좋은 모델로 평가되고 있다. 무바로카 박사는 “임상시험을 거쳐 승인받아 이미 다른 병에 쓰고 있는 약물의 용도 변경을 통해 산필리포증후군 환자에게 하루 속히 치료제를 제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GC녹십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산필리포증후군(A형) 치료제에 대한 제1상 임상시험과 패스트트랙(신속승인) 지정을 신청했다. 산필리포증후군(A형)은 몸 안에 황산염이 쌓여 생긴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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