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는 사망까지…국내서 E형 간염 유발하는 ‘쥐’ 발견

고려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송진원 교수 연구팀 확인

시궁쥐. 국내에 서식하는 시궁쥐에서 급성 간염을 일으키는 E형 간염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국내에 서식하는 시궁쥐에서 급성 간염을 일으키는 E형 간염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시궁쥐는 도시 등 사람 서식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체다. 병원균이 많아 인간에게 렙토스피라증(급성 열병), 페스트(흑사병) 등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려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송진원 교수 연구팀은 국내에서 채집된 시궁쥐에서 급성 간염을 일으키는 E형 간염바이러스를 최초로 발견했다.

E형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발열 △피로 △식욕부진 △황달 △암갈색 소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임산부가 감염됐을 시, 간기능이 빠르고 극심하게 손상되는 전격성 간염과 사망 등 중증 진행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2020년도부터 매년 약 400명의 E형 간염 환자가 발생, 3명의 사망환자가 보고된 바 있다. 질병관리청은 2020년 7월부터 E형 간염을 2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해 전수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환자 발생 신고 수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E형 간염바이러스는 숙주에 따라 5가지 종으로 구분된다. 기존 쥐를 제외한 야생 포유류(멧돼지, 토끼, 사슴)에게서 발견되는 ‘파슬라헤페바이러스’만 인간에게 감염을 일으킨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쥐가 매개하는 ‘로카헤페바이러스’ 또한 인간에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됐다.

연구팀은 2011~2021년 국내 채집된 시궁쥐 180마리 중, 서울과 제주의 시궁쥐 4.4%가 E형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발견했다. 또한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NGS)을 이용해 국내 시궁쥐 유래 E형 간염바이러스의 모든 유전 정보를 확인했다. 그 결과 이 바이러스들이 로카헤페바이러스 종에 속하는 것을 확인했다.

로카헤페바이러스에 의한 E형 간염 환자는 최근 △홍콩 △스페인 △프랑스(인도 여행력) △캐나다(우간다 여행력) 등에서 보고됐다. 이 바이러스를 보유한 시궁쥐는 △중국 △홍콩 △인도네시아 △미국 △독일 등에서 발견된 바 있다.

송진원 교수는 “국내에서 발견된 시궁쥐 유래 E형 간염바이러스가 최근 홍콩, 스페인, 프랑스, 캐나다의 환자에서 보고된 바이러스와 같은 종에 속하는 바이러스로 확인됐다”며 “현재 E형 간염의 낮은 인지도, 표준화 되지 않은 진단법으로 감염자들이 지역사회 내에 상당수 있을 가능성이 있어 신·변종 E형 간염바이러스 출현에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바이러스학 저널 “저널 오브 메디칼 바이롤로지(Journal of Medical Virology)’에 ‘한국의 시궁쥐 유래 E형 간염바이러스의 첫 발견 및 특성 분석(First detection and characterization of hepatitis E virus (Rocahepevirus ratti) from urban Norway rats (Rattus norvegicus) in the Republic of Korea)’이란 제목으로 최근 게재됐다.

    임종언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