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걸리면 재채기 나오는 이유는?

파파인 유사 프로타아제(PLpro)라는 바이러스성 단백질이 원인

재채기는 성가시고 잠재적으로 해로운 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함으로써 몸을 보호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가 어떻게 사람들의 재채기를 유발하는지 그 메커니즘을 밝혀낸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생물학 논문 사전인쇄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발표된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사이언스》가 23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바이러스의 단백질 중 하나가 호흡기 통로의 뉴런을 자극해 재채기 반사를 유발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코로나19 증상을 완화시키고 SARS-CoV-2의 전염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치료법 발견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재채기를 유발하는 다른 바이러스에도 적용될 수 있다.

논문을 검토한 하버드대 의대의 아이작 치우 교수(신경면역학)는 “이전까지는 바이러스가 어떻게 재채기를 유발하는지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가 바이러스 단백질이 “재채기를 유발하는 신경세포에 의해 직접적으로 감지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최초의 연구라는 평가다.

재채기는 성가시고 잠재적으로 해로운 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함으로써 몸을 보호한다. 동시에 SARS-CoV-2 같은 병원체가 새로운 숙주에 도달하는 걸 돕는다. 사람의 재채기는 바이러스가 가득 찬 4만개의 비말을 8m거리까지 분사한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감염된 세포가 비강을 자극하는 분자를 쏟아내기 때문에 재채기가 질병의 부산물일 뿐이라고 가정했다.

UC버클리의 다이애나 바우티스타 교수(신경생리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사스-CoV-2가 더 직접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의심했다. 감염된 세포는 다른 단백질을 분해하는 프로테아제라 불리는 효소군의 일종인 ‘파파인 유사 프로타아제(PLpro)’라는 바이러스성 단백질을 대량으로 쏟아낸다. 종전 연구는 식물, 박테리아, 그리고 심지어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다른 프로테아제가 재채기를 유도하는 감각 신경세포를 자극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연구진은 PLpro를 생쥐의 코에 뿌리고 통증과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통각수용체(nociceptor)라고 불리는 감각 신경세포의 하위 집단을 자극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다음 연구진은 재채기에 대한 PLpro의 효과를 시험했다. 쥐들은 PLpro 노출 후 약 14초 뒤에 재채기를 시작했다. 대조군 혼합물을 섭취한 경우에는 약 30초 후에 재채기를 시작했다. PLpro를 투여한 쥐는 처음 2분 동안 대조군보다 거의 4배 더 많은 재채기를 했다고 연구진은 보고했다.

이번 연구결과가 바이러스 전파를 촉진할 수 있는 재채기의 강력한 효과를 보여주기 때문에 “흥분되면서도 겁이 났다”고 바우티스타 교수는 밝혔다. 연구진은 파란색 염료로 물들인 실험 용액을 생쥐의 코에 주입하고 우리 바닥의 얼룩을 측정함으로써 재채기가 많은 양의 코 분비물을 배출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연구진은 PLpro가 또 다른 바이러스 확산 증상인 기침을 강화하는지는 실험하지 못했다. 생쥐가 기침을 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신 PLpro가 코로나19에서 흔한 얼굴 및 입 통증과 관련이 있음을 확인했다. 설치류의 뺨에 단백질을 주사했을 때, 동물들은 앞발로 얼굴을 더 자주 닦았는데, 이는 그 부위들이 아프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연구진은 두 가지 다른 코로나바이러스를 테스트한 결과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의 PLpro도 감각신경세포를 자극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독감 등 호흡기질환을 유발하는 일부 바이러스도 PLpro를 운반하기에 역시 심한 재채기를 유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PLpro는 단백질 채널이 칼슘을 허용하도록 유도해 통각수용체를 활성화하지만, 그 과정에 직접적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연구진은 PLpro가 그들이 아직 확인하지 못한 다른 수용체를 목표로 한다고 추측했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 텍사스대의 시어도어 프라이스 교수(신경생리학)는 이번 발견이 “매우 강력하다”고 밝혔다. PLpro는 SARS-CoV-2가 세포를 감염시키는 데 필요하기 때문에 이미 그것을 약물 표적으로 탐색하는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 PLpro를 차단할 수 있는 수십 가지 화합물이 임상시험 전 단계에서 개발 중에 있다.

새로운 결과는 이러한 후보 물질들이 증상 진정과 전염 차단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WUSTL) 의대의 펠리페 리베이로 교수(신경면역학)는 재채기가 코로나19의 회복을 가속화할 가능성을 배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재채기를 차단하는 것이 해롭지 않다는 것”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며 신중한 접급을 강조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biorxiv.org/content/10.1101/2024.01.10.575114v1)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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