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11개월 만에…국내 1호 디지털치료기기 처방 시작

불면증 치료용 어플 서울대병원서 첫 정식 처방

9일 서울대병원에서 국내 최초 디지털 치료기기 ‘솜즈’를 정식 처방하는 모습 [사진=서울대병원]
불면증에 사용하는 국내 최초 디지털 치료기기 ‘솜즈’의 정식 처방이 시작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2월 솜즈를 허가한지 11개월 만에 이뤄진 성과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의료 소프트웨어를 의약품처럼 처방해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는 의료기기의 일종이다. 불면증이나 우울증 등 인지행동 치료가 필요한 영역이나 근골격계 질환, 뇌졸중 등 체계적인 재활 관리가 필요한 영역에서 개발이 활발하다.

의료진 입장에서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환자도 매번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효율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치료 성과나 예후를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서울대병원은 만성 불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솜즈를 처방하기 시작했다고 9일 밝혔다. 솜즈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불면증 인지행동 치료법을 구현한 디지털 치료기기다. 의료소프트웨어 기업 에임메드와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고대안암병원이 협력해 개발했다.

불면증 인지행동 치료법은 환자에게 적절한 수면시간을 처방해 수면 효율을 높이고 환자의 인지적 오류를 수정하는 한편 잘못된 수면 습관을 개선하는 방법이다. 현재 만성 불면증 환자의 표준치료법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솜즈는 이를 소프트웨어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에임메드 ‘솜즈’의 수면 처방 예시 화면 [사진=에임메드]
2022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유진 교수가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솜즈는 불면증 심각도를 효과적으로 낮추고 수면 효율을 높이는 등 안전한 치료법임이 확인됐다.

에임메드와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의사로부터 솜즈를 처방 받은 환자들은 6~9주 동안 실시간 피드백, 행동 중재, 수면 습관 교육 등 맞춤형 치료를 받고 불면증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고대안암병원, 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등에서도 관련 행정절차가 완료되는대로 처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디지털 치료기기가 첫 허가를 받은 데 이어 이번에 실제 처방까지 이뤄지면서 관련 분야도 탄력을 받게 됐다.

솜즈에 이어 식약처에서 2호 디지털 치료기기로 승인받은 제품은 ‘웰트-I’다. 솜즈와 마찬가지로 불면증 치료기기다. 이 제품을 개발한 웰트 측은 솜즈가 먼저 처방이 결정된 만큼,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솜즈와 웰트-I에 이은 3호 디지털 치료기기 신청은 아직 없지만 의료기기 업계는 이번 처방을 계기로 국내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에서 개정고시한 디지털 치료기기 임상시험 계획 승인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미 다양한 디지털 치료기기가 확증임상을 진행 중이며, 이미 완료한 곳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실제 처방으로 이어진 사례가 나온 만큼 국내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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