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검사로 ‘우울증 환자 자살 충동’ 알아낼 수 있다고?

자살 충동과 관련된 혈액 내 5가지 대사물질 발견

우울증 환자들이 느끼는 자살 충동을 미리 찾아낼 수 있는 혈액 검사법이 개발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3년간 자살로 인한 사망자는 코로나19 사망자 보다 많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연평균 1만3000여 명이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35.4명씩 스스로 생을 마감한 셈이다.

자살로 인한 사망자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이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사전에 찾아내 막는 것이다. 이를 위한 획기적인 검사법이 발견됐다.

국제학술지 《중개 정신의학(Translational Psychiatry)》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혈액 검사를 통해 우울증 환자의 자살 충동을 알아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대·샌디에이고 의대 연구진은 자살 충동을 경험한 99명의 치료 불응성 우울증(기존 치료법에 내성이 있는 우울증의 한 형태) 환자의 혈액 샘플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혈액을 순환하는 다섯 가지 화학물질에서 독특한 패턴을 발견했는데, 이 패턴은 우울증 및 자살 충동과 관련된 대사 변화를 나타내는 미묘한 암호처럼 작용했다.

연구진은 “우울증과 자살 생각을 하는 사람 100명이 있다면 이 중 85~90명을 남성의 5가지 대사물질, 여성의 또 다른 5가지 대사물질을 기준으로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었다”며 “혈중 대사물질을 기반으로 자살 위험이 높은 사람을 식별하는 획기적인 진단 도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사 산물과 관련된 화학적 과정을 연구하는 대사체학은 이 연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연구진은 신체 화학이 정신 상태와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데 있어 이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UC 샌디에이고 의대의 의학, 소아과 및 병리학과 교수인 로버트 나비아욱 박사는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은 뇌를 넘어선 영향과 원인이 있다”며 “약 10년 전만 해도 몸 전체의 화학적 성질이 우리의 행동과 정신 상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기가 어려웠지만, 대사체학 같은 현대 기술은 세포의 모국어인 생화학의 대화를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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