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원 ‘노다지’인데…NASH 치료제 개발 어려운 까닭

NASH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제약사가 나서고 있지만 아직 치료제는 없다 [사진=게이티이지뱅크]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외 제약사들의 경쟁이 뜨겁다. 환자 수 증가에 따라 글로벌 시장 규모는 30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인데 아직 미국이나 유럽에서 승인된 치료제는 없다.  데이터 분석기업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프랑스, 독일 등 7개 국에서 NASH 진단을 받은 사람은 2022년 2204만명에서 2032년 2655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NASH는 음주와 관계없이 간 내 중성지방이 쌓이는 비알코올성지방간(NAFL)이 진행되면서 간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대사증후군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간이 굳는 간경화로 진행될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NASH 치료제 개발은 쉽지 않은 모양새다. 길리어드, 얀센, 화이자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몇 년 새 개발에 실패했고, 올해 국내에서도 한국유나이티드제약과 LG화학이 신약 후보물질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개발 과정에서 유효성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병 원인 다양-비침습적 평가지표 부족

이처럼 NASH 치료제 연구개발이 더딘 까닭은 무엇일까.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최원혁 교수는 △다양한 발생 원인 △비침습적 평가 지표 부족 △짧은 임상 기간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최 교수는 “NASH의 병태생리학적 발생 원인은 다양하므로 치료 약제의 표적을 잡기가 쉽지 않다”며 “과거에는 주로 인슐린 저항성과 관련한 메커니즘과 이에 대한 약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최근에는 지질의 대사변화, 항염증, 항섬유화, 마이크로바이옴 등 다양한 타겟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확실한 결과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병에 잘 듣는 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발병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표적을 식별해야 한다. 하지만 NASH는 세포 간 정보를 전달하는 사이토카인에 의한 염증, 당뇨의 원인이 되는 소포체(세포소기관) 스트레스, 장내세균 불균형과 같은 다양한 요인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어 하나만 특정하기가 어렵다.

비알코올성 지방간(NASF),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간섬유화, 간경변 순으로 진행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치료제의 효과를 측정하는 비침습적인 지표나 바이오마커가 확립되지 않았다는 점도 NASH 치료제가 개발에 걸림돌이다. NASH의 진단과 치료 반응 평가를 위해서는 간조직 검사가 필요한데, 이는 침습적 검사여서 반복적으로 시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침습적 검사는 세균과 같은 미생물이나 검사용 장비가 체내 조직 안으로 들어가는 검사를 일컫는다.

실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NASH 치료제의 평가변수로 ‘간 섬유증을 악화시키지 않고 비알코올성지방간염 점수 개선’ 혹은 ‘비알코올성지방간염 활성 점수의 악화 없이 간 섬유증 한 단계 개선’을 권장한다.

이런 조건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간 생검(조직 추출)을 해야 하는데 검사 후 출혈이나 통증 등 급성 합병증의 위험이 있고, 샘플링 오류도 발생할 수 있다. 효과 측정을 위한 과정이 환자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다. 이에 학계에서는 질병 모니터링을 위한 바이오마커나 비침습 테스트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짧은 임상 기간도 치료 후보물질이 유의적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다. 최 교수는 “NASH의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는 간 섬유화 호전 여부인데, 이를 평가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비교적 빠르게 진행해야 할 임상연구에선 장애요인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GLP-1 작용제 등 5종, 치료제로 개발중

현재 전 세계적으로 NASH 치료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NASH 치료제는 간 지방, 염증, 섬유화 감소를 목적으로 하는데 현재 개발 중인 대표적인 약물은 △파르네소이드X수용체 (FXR) 작용제 △섬유아세포 성장인자(FGF)21 △갑상선 호르몬 수용체-β(THR-β) 작용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1(GLP-1) 작용제 △PPAR 작용제 등 5개이다.

FXR 작용제는 간 내부의 지방 축적, 담즙산 생성 등에 관여하는 FXR와 결합해 간의 염증, 섬유화, 지방 대사 등을 조절한다. 지난 6월 FDA에서 NASH 치료제 승인이 거절된 인터셉트사의 오칼리바(성분명 오베티콜산)가 FXR 작용제다. 오칼리바는 간 섬유화를 줄였으나 심각한 간 손상으로 인해 신약 허가를 받는 데 실패했다.

섬유아세포인자21(FGF21)는 간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체내 에너지 사용과 간 내 세포의 대사를 조절하고 간염 등을 유발하는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한다. FGF21 유사 약물로는 미국 바이오기업 89바이오의 ‘페고자페르민(Pegozafermin)’이 있다. 89바이오는 지난 6월 유럽간학회(EASL)에서 해당 약물이 간의 섬유화와 염증을 모두 개선했다는 내용의 임상 2b상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가장 유력한 치료제 후보는 미국 ‘마드리갈파마슈티컬스’가 만든 ‘레스메티룸(Resmetirom)’이 꼽힌다. 레스메티룸은 지방간 질환자에서 낮게 나타나는 갑상샘 호르몬 베타 수용체(THR-β)를 활성화해 간 지방량을 줄이고, 섬유화를 개선하도록 설계됐다. 레스메티룸은 지난 9월 FDA에서 신약 신청(NDA) 우선 심사를 승인받았다. 승인 목표일은 내년 3월 14일이다.

비만치료제로 뜨거운 ‘GLP-1 수용체 작용제’도 잠재적인 약물로 논의된다. [사진=towfiqu ahamed/게티이미지뱅크]
요즘 비만치료제로 뜨거운 ‘GLP-1 수용체 작용제’도 잠재적인 약물로 논의된다. 몸에 내장지방이 많아지면 인슐린 저항성이 커지고 체내에서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지방조직에 있던 지방이 간에 흘러나온다. 지방간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내장지방을 줄이는 체중 감량은 중요한 NASH 치료법이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체내에서 식욕을 감소시키고 포만감을 유발하는 GLP-1처럼 작용해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고 지방간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오젬픽’을 다른 약물과 병용투여하는 방식으로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퍼옥시좀 증식체 활성화 수용체(PPAR) 작용제’는 세포 분화와 성장, 염증, 섬유증을 조절하는 PPAR에 작용해 간지방 생성을 억제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한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인벤티바는 PPAR 계열 NASH 치료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라니피브라노(Lanifibranor)’에 대해 성공적인 임상 2a상 결과를 내놨다.

국내 제약사 중엔 한미약품이 앞서나가

NASH 치료제 개발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국내 기업은 한미약품이다. 이 회사는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 수용체, GIP 수용체 3가지를 타겟으로 하는 삼중 작용 바이오신약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글루카곤은 체내 대사량을 높이고, GIP는 항염증 작용을 한다. 한미약품은 지난 11월 미국간학회에 참석해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가 간의 염증과 섬유화를 개선한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유한양행은 FGF21과 GLP-1에 이중작용하는 ‘YH25724’에 대한 글로벌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2019년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헬하임’에 YH25724를 기술이전하고, 1000만달러를 받았다. 유한양행이 상업화 이후 수령할 수 있는 마일스톤은 8억7000만 달러다.

이밖에 일동제약은 FXR작용제를 기반으로 한 후보물질 ‘ID119031166’에 대해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미국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를 통해 NASH 치료제 ‘DA-1241’를 개발하고 있다.

    천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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