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도 환자도 주는데 베드만 넘쳐난다
부산 인구가 차츰 줄면서 환자도 늘지 않는데 병원 병상만은 매년 늘어나 2027년께면 무려 2만 개 넘게 남아돌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내년부턴 엄격한 수급관리가 시작돼 병·의원 신설도, 병상 늘리기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병·의원이 많은 중부산, 동부산권은 말할 것도 없고 젊은 인구가 많이 몰려든다는 서부산권도 마찬가지.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많은, ‘병상 과잉공급’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부산 전역에서 지속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5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부산시 의료기관들 병상은 총 5만 4431개. 일반 병·의원 병상 2만 2732개에다 요양병원 병상 3만 1699개를 합한 것이다.
그런데 연평균 증가율을 살펴 부산 병상 수를 추산해보면 2027년엔 지금보다 6천여 개가 더 많아진다. 일반 병상은 4355개, 요양 병상은 1792개 늘어난다는 것이다.
반면, 인구수 변화와 지역을 넘나드는 환자 유출입까지 고려해도 2027년에 필요한 병상은 4만여 개에 불과하다. 일반 병상이 1만 6799개, 요양 병상이 2만 4365개. 무려 2만 개 정도 공급과잉상태가 될 것이란 얘기다.
부산시 이소라 시민건강국장은 “지금 현재도 부산시 병상 수는 과잉공급 상태”라며 “병상 과잉공급이 지속할 경우 보건의료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고, 지방 의료인력 유출과 필수의료 기반 약화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부산시는 내년부터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증설하려면 사전심의를 반드시 받도록 하는 등 신규개설 절차를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다만, 부산시가 추진 중인 서부산의료원, 시립아동병원, 보험자병원(옛 침례병원) 유치 및 중증치료센터 등 필수의료, 공공분야 병상은 예외다. 부산시는 또 “민간분야라 하더라도 소아·응급·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병상에 대해서는 의료기관개설위원회 심의를 거쳐 신·증설이 가능하다”며 여지를 남겼다.
내년부터 병원 신·증설 엄격 관리... 필수·공공의료는 예외
부산시는 이에 5일 오후 6시 서면 롯데호텔부산에서 ‘제3기 병상수급 및 관리계획(안)’ 설명회를 열어 이런 방침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이소라 국장은 “무분별한 병상 증가를 방지하고 양질의 병상운영 기반을 조성함으로써 지역완결형 의료전달체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도 이달 중 건강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부산시를 포함한 전국의 병상수급관리계획을 취합한 후 최종 의결을 거쳐 전국의 병실 수급관리 방향을 확정한다. 수도권에 불어닥친 대학병원, 대형병원 신·증설 바람에 대해 정부가 어떤 관점을 보일지가 주목된다.
한편, 부산시 보건위생과는 이날 “이미 병원 신설 터를 매입했거나 시설까지 다 갖추고 병상 허가를 신청한 경우라면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민간업자의 사업을 방해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에 현재 공사가 한창인 부산 수영역 센텀종합병원은 이번 ‘제3기 병상수급 관리계획(안)’에 관계없이 건축허가 및 의료법 기준만 충족하면 개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