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수술 전 ‘철분’주사 의무화 검토해야”…왜?

“철분주사, 출혈로 인한 수혈 필요성 33% 낮춰”…혈액공급 부족 해결에 큰 도움 기대

대장암에 걸리면 배가 아프고 더부룩하며 갑자기 대변 보기가 힘들어진다. 또한 변비, 설사와 함께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장암(직장결장암) 수술 전에 ‘철분’ 주사를 맞으면 수술 중이나 수술 후에 수혈을 받을 필요성이 약 33% 줄어 예후(치료 경과)가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팀은 장 수술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 5건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토비 리차드 교수(외과)는 “대장 수술 전에 철분을 15~30분 안에 정맥으로 투여하면 수혈 필요성을 확 낮춰 환자의 예후가 좋아질 수 있다. 임상치료의 관행을 바꾸면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빈혈을 치료하고 수혈 필요성을 낮추는 수술 전 철분 투여가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철분 부족으로 생기는 빈혈은 장 출혈, 수술 중 출혈로 대장 수술을 받는 환자에게 흔히 발생한다. 빈혈은 수술 후 피곤하고 몸이 좋지 않은 느낌, 느린 회복, 각종 합병증과 관련이 있다.

연구팀은 장 수술을 받은 환자 중 일부에 초점을 맞춘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5건을 분석했다. 환자들은 수술 전에 철분제를 정맥으로 투여받은 그룹(실험군)과 그렇지 않은 그룹(대조군)으로 나뉘었다. 연구 결과 철분을 투여받은 환자는 수술 중이나 수술 후 수혈을 받아야 할 필요성이 약 33%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의 공동 책임 저자인 닐 스마트 교수(영국 왕립 데본앤엑서터병원 대장항문외과 전문의)는 “영국에선 매년 2만 건 이상의 대장암 절제술이 이뤄진다. 암 사망률에서 2위를 차지하는 대장암의 치료 결과를 개선할 수 있는 연구 결과”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외과의사들은 짧은 기간의 암 치료에서 철분 주입의 이점을 누릴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이 치료법의 도입이 극히 제한적이었다. 수술 전 철분 투여로 환자의 위험을 낮추고 수혈 횟수를 줄이면 혈액 공급이 부족한 현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 결과(Preoperative intravenous iron and the risk of blood transfusion in colorectal cancer surgery: meta-analysis of randomized clinical trials)는 ≪영국외과저널(British Journal of Surgery)≫에 실렸다.

국내 수술용 혈액공급 부족…혈장 자급률 55% “대장암 수술 전 철분주사 의무화 검토해야”

보건복지부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매년 약 3만명(2019년 기준 2만9030명)이 새로 대장암 진단을 받는다. 이들 암 환자가 수술 전에 철분 주사를 맞으면 약 1만명이 수혈을 받을 필요가 없어진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헌혈량 실적에 따르면 국내 헌혈자 수는 2017년 271만명에서 2020년 243만명으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또 수술용 혈장 자급률은 2015년 95.4%에서 2020년 55.1%로 뚝 떨어졌다. 당장 심각한 혈액 공급 부족이 우려된다. 따라서 국가 정책으로 대장암 환자가 수술 전 철분 주사를 맞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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