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중독, ‘프렌즈’ 챈들러와 이선균은 뭐가 다른가?

[이성주의 건강편지]

2023년 10월 30일ㆍ1595번째 편지


미국 NBC의 시트컴 ‘프렌즈’는 한때 국내 영어 학원에서도 듣기 필수 교재였지요? 미국 뉴욕 맨해튼 그리니치 빌리지에 사는 여섯 남녀의 우정을 다룬 드라마에서, 기발한 ‘아재 개그’로 시청자를 웃기던 챈들러 역의 매튜 페리가 28일 LA 자택의 욕조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1994년 9월 22일 레이첼(제니퍼 애니스턴)이 결혼식 날 도망쳐 어릴적 친구 모니카의 집에 오는 이야기로 시작한 ‘프렌즈’는 원래 시즌 7까지 계획됐는데, 인기가 뜨거웠던 데다가 변변한 후속작이 없어 시즌 10까지 이어지며 미국을 넘어 세계적 인기를 끌었습니다.

녹화는 대부분 하루종일 이어졌는데, 관객의 웃음소리가 약하면 그 자리에서 대사를 수정해서 관객이 뜨겁게 호응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고 합니다. 2004년 5월 6일 마지막 편이 나갈 때에는 미국인 5250만 명이 시청했고, 전국의 야외 전광판에 드라마가 중계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챈들러’ 페리는 방송 종영 때 아무 감정을 못 느꼈다고 지난해 발간한 자서전에서 고백했습니다. 자신을 옭아맨 약물 중독 부작용 때문이었습니다.

페리는 1997년 제트 스키를 타다가 사고를 당한 뒤 하이드로코돈과 아세트아미노펜의 복합제제인 마약성 진통제 ‘바이코딘’에 중독됐습니다. 그는 “대단한 희열을 맛보려고 약들을 삼킨 게 아니라 그냥 편안하게 영화를 보며 잠들고 싶어서” 복용량을 조금씩 늘렸고 메타돈, 암페타민, 알코올 중독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2001년에는 혼자서는 도저히 안 돼 재활원에 입소해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모두 ‘프렌즈’가 종영하기 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이 때 몸이 상해서인지 2018년 페리는 위장관에 구멍이 뚫어져 입원했고, 진통제가 듣지 않아 아편성 진통제 과다 투여로 대장이 파열돼 혼수상태에 빠졌습니다. ECMO(체외막산소송급기)에 의지해야 했으며, 생존확률이 2%였다고 합니다. 이후에도 9개월 동안 인공항문 주머니를 달고 살아야 했습니다.

페리는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하고 지난해 자서전을 발간하며 사회가 함께 약물중독에 맞서자고 제안합니다. 그는 중독 극복 과정에서 ‘약물법원(Drug Court)’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약물법원은 의료법에 근거해서 의료인, 법조인, 교정 담당관, 사회복지사 등이 함께 환자나 가족을 치료하고 교육·지원해서 ‘약물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게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미국 전역 3800여 곳에서 전문가와 자원봉사자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페리는 2011년 미국약물법원전문가협회 홍보대사로 뽑혀 미국 의회에 약물법원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로비를 펼쳐왔습니다. 그는 자기 집에 재활센터를 설립해 중독자 교육·지원 사업을 펼쳤고, 2013년 5월엔 백악관 국가마약통제정책실로부터 ‘회복의 챔피언 상’을 받았습니다.

페리의 삶은 우리에게도 많은 점을 시사합니다. 대한민국도 이제 약물중독에서 자유롭지 않지요? 최근에는 남부러울 것이 없어 보이는 스타들이 마약 투약 혐의로 조사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로 얽혀있는 약물, 마약, 알코올 중독에 대한 치료센터조차 턱없이 부족합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중독자를 교도소에 보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명확한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약물중독의 통합적·적극적 관리에 대해 빨리 공론화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보다 훨씬 적극적인 나라들도 자칫 방심해 마약에 휩쓸리고 있는데…. ‘약물법원’ 비슷한 것의 출범도 적극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시트컴 ‘프렌즈’의 주제곡 준비했습니다. 미국 록 듀오 렘브란츠의 ‘I’ll there for you’입니다. 드라마 시작할 때 나오는 음악을 배경으로 시트컴 소개 영상이 나옵니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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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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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iy*** 2023-11-19 15:37:59

      연예인이 마약에 취약한 것은 왜 그럴까요?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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