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치매환자 치료에…‘가짜 버스정류장’ 활용?

스웨덴 요양원, 정류장서 '집에 가는 버스' 기다리게 해주고 함께 이야기도

요양원에서 지내는 치매 환자 중엔 잘 지내다가도, 돌연 집에 가고 싶다며 조르는 사람도 꽤 있다. 이들의 치료에 도움을 주기 위해 스웨덴 등에선 ‘가짜 버스정류장’을 설치해 운영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웨덴의 한 요양원에선 입소해 있는 노인들이 오지 않는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스톡홀름에서 남서쪽으로 35km 떨어진 이 탈호이엔 요양원에는 치매 환자 17명이 입소해 살고 있다. 이들 환자가 버스를 기다리는 곳은 가짜 버스정류장이다.

요양원 측은 건물 내 복도에 이 가짜 버스정류장을 설치해 퇴원을 갈망하는 환자들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준다. 정류장에는 스톡홀름 교통회사의 버스정류장 표지판도 있고, 소데르탈예 마을 지도가 그려진 버스정류장 표지판도 있다. 반대편 벽엔 가상의 버스 시간표가 붙어 있다. 정류장엔 벤치도 있다. 환자는 이 벤치에 앉아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마냥 기다린다.

요양원 운영자인 캐롤라인 월버그는 80대 남성 치매 환자 에드워드와 마주 앉아 있다. 에드워드의 날카롭고 푸른 눈동자는 먼 곳을 아득히 바라보고 있었다. 월버그는 “알츠하이머병 등 치매를 앓는 환자가 이런저런 걱정을 하며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다. 그녀는 “어떤 사람은 벤치에 앉아 기다리는 동안 가방을 싼다”고 덧붙였다. 이 가짜 버스정류장은 4년 전에 설치돼 여러 환자들에게 도움을 줬다.

월버그는 “한 여성 치매 환자는 하루에 여러 번 나를 찾아와 부모님에게 자신을 데리러 와달라는말을 꼭 전해달라고 부탁하곤 했다”고 말했다. 간호사 등 요양원 직원은 그녀와 함께 벤치에 앉아 기다리다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환자는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고 더 행복해졌다. 정류장을 떠나 밥을 먹거나 TV를 볼 수 있었다.

미국 건강의학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MedicalXpress)’는 이처럼 요양원을 빠져나가고 싶은 치매 환자를 위한 가짜 버스정류장은 2008년 독일의 일부 요양원 외부 공원에 처음으로 세워졌다고 소개했다.  여기엔 방황하는 환자들이 본능적으로 앉을 수 있는 장소도 마련됐다. 가짜 버스정류장은 치매 환자 치료의 일부로 활용됐다.

탈호이엔 요양원에서 13년 동안 근무한 간호사 루이스 배스는 “가짜 버스정류장의 벤치는 이곳에 변화를 가져왔다. 이런 일련의 조치는 치매 치료의 하나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치매 환자들은 가장 불안감을 느끼기 쉬운 때인, 하루 일과가 끝날 무렵에 가장 많이 이곳을 찾는다.

배스 간호사는 “치매 환자들은 모두 버스를 타고 이곳에 왔다. 버스정류장 표지판을 알아보며 버스가 곧 올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여기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죠. 환자들은 자신이 요양원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는 사실을 이내 잊어버립니다. 그게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되죠.”

이 마을에 있는 여러 양로원의 관리자로 일하고 있는 레베카 가브리엘슨은 “버스정류장이 환자들의 옛 추억을 되살려준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들은 어디에서 일했는지, 어디를 여행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이는 치매 증상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취약한 환자에게 거짓말을 하는 게 도덕적으로 허용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스라엘 보건정책 연구 저널(Israel Journal of Health Policy Research)≫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요양원에서 탈출하려는 치매 환자의 수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은 가짜 버스정류장 문제의 설치 및 운영이 일부 환자에겐 오히려 좌절감과 속았다는 느낌을 높일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환자의 치료에 쓰는 각종 도구 및 수단에 대한 연구와 검증이  필요하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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