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들린다” 청각장애아…세계 최초 유전자 치료제로 청각 되찾아

청신경병증 유전자 치료제 주사 맞은 세계 최초 성공 사례

선천적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가 미국의 생명공학 회사 리제네론(Regeneron)이 개발한 유전자 치료제 DB-OTO를 주사 받고 거의 완벽하게 들을 수 있게 됐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자료사진)[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태어날 때부터 듣지 못하던 생후 18개월 된 아기의 귀가 트였다. 새로 개발된 유전자치료법이 인간에 적용된 최초의 사례로 단 16분에 걸친 시술의 결과였다고 영국 가디언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옥스퍼드셔에 사는 오팔 샌디는 속귀(내이)에서 뇌로 전달되는 신경 자극을 방해하는 청신경병증(auditory neuropathy)으로 인해 아무것도 들을 수 없는 상태로 태어났다. 유전자 결함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여자아이는 미국의 생명공학 회사 리제네론(Regeneron)이 개발한 유전자 치료제 DB-OTO를 주사 받고 거의 완벽하게 들을 수 있게 됐고 장난감 드럼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하게 됐다. 치료 후 처음으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음을 알게 된 오팔의 부모는 “정말 믿을 수 없어 정신이 나갈 정도로 기뻤다“고 말했다.

오팔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병원 NHS재단신탁의 일원인 아덴브룩스 병원에서 시술을 받았다. 영국, 스페인, 미국에서 청신경병증을 갖고 태어난 18명의 어린이 대상 임상시험의 첫 주자였다. 이들은 모두 5년 동안 추적 관찰될 예정이다.

임상시험의 수석 연구자로 오팔에 대한 시술을 이끈 케임브리지대의 마노하르 밴스 교수는 초기 결과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았다”며 “정상적인 청력 회복에 가깝다”고 밝혔다. 오팔은 이 치료를 받은 전 세계 최초의 환자로 “우리가 아는 한 지금까지 진행된 치료 중 전 세계에서 가장 어린 환자”라고 그는 설명했다. 밴스 교수는 “수십년 간 정말 많은 일들을 겪은 뒤에 인간에게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게 되니 약간의 경외심까지 일어나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청신경병증은 오토페린이라는 단백질을 만드는 OTOF 유전자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다. 오토페린은 귀의 세포가 뇌의 청신경과 소통하게 해준다. DB-OTO 치료법은 무해한 바이러스를 사용해 OTOF 유전자 사본을 환자의 귀에 다시 보내 오토페린이 형성되게 해주는 원리다. 특히 OTOF 돌연변이를 가진 어린이를 위해 개발됐다.

두 번째 어린이도 케임브리지 대학병원에서 유전자 치료 치료를 받았으며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전체 임상시험은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오팔을 포함한 세 아동은 한쪽 귀에만 저용량의 유전자 치료제가 주입된다. 다른 세 아동은 한쪽 귀에 고용량을 투여 받을 예정이다. 안전성이 입증되면 더 많은 어린이가 양쪽 귀에 동시에 치료를 받게 된다.

밴스 교수는 이 임상시험이 “유전자 치료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청각 장애 치료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는 것.

오팔의 청력이 회복되면서 오팔의 부모는 행복한 새 고민에 빠졌다. 식탁 위에서 수저를 부딪혀 굉음을 발생시키는 것이 딸의 새로운 취미가 됐기 때문이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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