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시대, 코로나19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현장 인터뷰] 대한백신학회장 고려대구로병원 김우주 교수

“엔데믹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19 확산이 끝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제는 코로나에 대한 책임을 국가가 아니라 개인이 지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각자도생’인 셈이죠”

2023년도 대한백신학회 추계학술대회가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22일 개최됐다. 이미 인플루엔자 백신 예방접종은 시작됐고, 질병관리청이 코로나19 변이대응 백신 예방접종 계획 발표를 앞둔 중요한 시점에서 열린 행사다.

이날 국내 백신 및 감염병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신종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백신접종 전략과 최신 개발 동향을 공유했다. 코메디닷컴은 이날 행사에서 대한백신학회장이자 백신 관련 국내 최고 권위자인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를 만나 향후 감염병 관리와 관련해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물었다.

김 교수는 질병청의 예방접종 계획에 대한 우려를 조심스레 표하는 것으로 운을 뗐다.

“일반 대중들은 엔데믹으로 코로나19 상황이 끝났다고 생각하시기 쉽지만, 사실 국내 상황은 완전한 엔데믹으로 가기 위한 전환기에 있다고 봐야 해요. 굉장히 애매한 단계인만큼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데, 발표가 예정된 코로나19 예방접종 계획이 그러한 고민을 충분히 했을지 걱정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대한백신학회장이자 국내 백신 최고 권위자인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를 대한백신학회 추계학술대회 행사 현장에서 만났다. 사진=장자원 기자.

정부의 접종 계획, 세밀하고 구체적이어야

코로나19가 지난 8월 31일부터 독감과 같은 4급 감염병으로 전환되면서, 일일 전체 확진자 집계가 중단됐고 일반 국민에 대한 검사 비용이 전액 본인 부담으로 바뀌는 등의 변화가 일어났다. 물론 일상회복에 속도를 내기 위한 조치이지만, 명확한 로드맵 설정 없이 방역 조치부터 완화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김우주 교수는 “미국은 XBB.1.5 단가 코로나19 백신을 항체 형성 6개월 이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폭넓게 권고해 중증질환, 사망, 롱코비드 발생 예방을 목표로 하고 있죠. 영국은 65세 이상의 고위험군과 기저질환자, 간병인에 대한 우선접종을 권고하고 있고요. 국내는 영국과 유사한 방향으로 갈 것 같은데, 그에 대한 충분한 근거와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구체적인 접종 계획의 필요성을 계속해 강조했다. “질병청도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열어 자문을 얻었다고 하지만, 국내 전문가 자문은 정책 마련 전에 선제적으로 구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적인 검토 후에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수준입니다. 그러다보니 가장 중요한 의료진에 대한 접종 계획도 제대로 마련이 안 됐고, 면역저하자나 기저질환자는 주의하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기저질환에 대한 설명도 충분히 못 하고 있죠.”

영국의 경우 65세 이상,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만을 우선 권고하고 있지만, 해당되는 기저질환의 구체적인 병명을 상세히 설명하여 이해를 돕고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신종 감염병 백신에 대한 우려 자연스러워…”정부 투명한 정보 공개로 해결 나서야” 

그렇다면 코로나19를 겪으며 국민들의 인식에 깊게 자리 잡은 소위 ‘백신 거부 현상’에 대해 그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가장 먼저 나온 대답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었다.

“처음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됐을 때 백신의 부재에서 오는 공포를 우리 모두가 경험했기 때문에 초반 접종률이 높았죠. 이후엔 중증 환자나 사망자가 줄어들며 접종률이 줄어든 것이고요. 이러한 흐름은 대부분의 신종 감염병에서 나타나는 아주 정상적인 코스입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백신의 부작용을 두고 질병청을 포함한 정부와 국민의 불신의 골이 너무 깊어졌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 역시 정부가 쥐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연령별, 성별, 백신 제조사별, 시기별로 예상가능한 부작용 데이터를 모두 공개해 우선 ‘백신은 안심하고 맞을 수 있는 것’이라는 신뢰를 먼저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환자들의 경우 이제 스스로 코로나19 시대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가 특별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는 시대인 만큼 개개인이 적극적 대처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외래 환자들을 만나다 보면 건강하시냐는 질문에 다들 ‘건강하다’고 답하세요. 근데 그분들은 보통 고혈압, 고지혈증을 기본으로 갖고 있고, 당뇨병 등으로 먹고 있는 약이 10개를 넘어가는 분들도 많아요. 지금 통증이 없으면 건강하다는 거죠. 그게 지금 우리 사회의 건강에 대한 인식 수준입니다. 근데 엔데믹 시기에는 절대로 그렇게 하면 안 돼요. 스스로 자신의 감염 가능성, 중증 및 사망 확률을 판단해서 위험이 높다면 예방접종을 받고, 발열, 인후통, 기침 등 코로나19 증상이 있으면 빠르게 진단을 받고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스스로가 선택하고 스스로가 책임지는 상황이 오는 거죠.”

국민들이 스스로 건강상태를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되기 위해서는 정부, 전문가 계층, 국민들의 유기적 협력이 필수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정부와 전문가는 확실하고, 명확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한편, 국민들 역시 백신의 효능에 대해 다양한 측면으로 접근하면서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이번주 발표될 백신 예방접종계획이 이러한 내용을 충분히 반영해 신뢰 회복의 첫 단추가 되길 바란다”면서 “길게 보고 정책을 결정하면 국민들이 반드시 방역 당국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며, “국민들과의 소통은 빠른 시일 내에 시도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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