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은 무슨 죄”…무작정 탄수화물 끊어도 될까?

탄수화물 끊었을 때 몸에 나타나는 다양한 반응

탄수화물 무작정 끊는 것이 답일까? 탄수화물을 함유하고 있는 식품의 종류가 수없이 다양하고, 해당 식품이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 다른 영양소들도 간과할 수 없다. ‘탄수화물을 끊느냐 먹느냐에 대한 잡음’은 계속 끊이질 않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배우 이준기가 7년째 쌀과 밀가루를 배제한 식단만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탄수화물 끊기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 이준기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액션신을 직접 촬영하는 것을 좋하다보니 부상과 염증에 대비하기 위한 저만의 노하우”라고 밝혔다. 어떤 의사분이 특히 밀가루가 염증을 유발한다고 말한 뒤 부터 특정 탄수화물을 배제한 식단을 시작했다고. 그는 “1~2년은 괴로웠지만, 하다 보니 몸도 가볍고 너무 좋았다”며 “탄수화물을 끊었다기보다 밀가루와 쌀을 먹지 않는다. 아직 유지하고 있고, 주식은 두부”라고 전했다.

배우 이준기처럼 한국인의 주식인 탄수화물을 끊는다는 쉽지 않다. 탄수화물은 뇌를 비롯해 장기 및 적혈구의 에너지원으로 쓰이기 때문에 필수 영양소다. 건강한 신체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탄수화물을 하루 총 섭취 영양소의 55~70%를 차지하도록 섭취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를 위한 하루 최소 필요섭취량은 성인 기준 100-130g이상.

그런데 한국인의 65%가 탄수화물 과잉섭취 중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하루 탄수화물 섭취량은 평균 289.1g, 최소 필요섭취량의 약 2,3배에 가까운 양을 섭취하고 있는 셈이다. 밀가루나 당으로 요리된 음식이 많은 식단에 길들여져 있으니 사실 놀랄 수치도 아니다. 어쩌면 탄수화물 과잉섭취는 워낙에 먹을 것이 많아진 현대에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사실 막연히 줄이기엔 ‘복합당의 좋은 탄수화물이냐 단순당의 나쁜 탄수화물이냐’부터 따질 것이 너무나 많다. 탄수화물을 함유하고 있는 식품의 종류가 수없이 다양하고, 해당 식품이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 다른 영양소들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에 ‘탄수화물에 대한 잡음’은 끊이질 않고 있다.

탄수화물을 끊었을 때 좋은 반응이 나오는 것은 나쁜 탄수화물을 멀리한 결과이며, 나쁜 반응이 나타나는 것은 대체로 좋은 탄수화물마저 끊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미지=코메디닷컴 DB]
좋은 탄수화물이든 나쁜 탄수화물이든 극단적으로 섭취를 중단한다고 했을 때 수일 내 나타날 수 있는 몸의 반응들은 다양하다<이미지 참고>. 탄수화물을 끊었을 때 좋은 반응이 나오는 것은 나쁜 탄수화물을 멀리한 결과이며, 나쁜 반응이 나타나는 것은 대체로 좋은 탄수화물마저 끊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극적으로 좋은 탄수화물까지 중단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반응은 크게 △신지대사 엉망 △신체 에너지 저하 △우울한 기분 변화로 3가지다.

살이 빠지지만 신진대사는 엉망돼
탄수화물을 계속 먹지 않으면 우리 몸은 곧 에너지로 사용되던 연료가 고갈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몸은 자연스레 ‘대체 연료’를 찾기 위해 처음엔 근육에서의 단백질을 분해하고, 이어 내장지방을 포함한 지방을 분해한다. 이 때문에 살이 빠지는 것이다. 하지만 지방 분해 과정에서 ‘케톤’이라는 대사성 물질이 생겨나면서 수분 손실이 나타나고, 혈액내의 당분이 정상보다 줄어든다.

이로인해 우리 몸의 전반적 세포를 비롯해 특히 간세포의 글리코겐 양도 감소한다. 인체조직과 혈액 및 소변 등의 체액에서는 케톤수치가 높아지면서 신진대사 불균형을 가져온다. 이를 ‘케토시스 현상’이라 부른다. 이 케토시스 현상이 나타나면 두통, 설사, 집중력 저하, 입 냄새 등의 증상을 보인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에 따르면 탄수화물 하루 섭취량이 20g 이하일 때부터 이 케토시스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피로감 무기력감 등 신체활동에 쓸 힘이 없어져
에너지 주요 공급원인 탄수화물을 먹지 않게 된다면 금방 피로감이 찾아온다. 메이요클리닉에 따르면 탄수화물을 극도로 제한하면 피로감, 무기력감,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탄수화물 불충분으로 오는 피로는 신체적인 활동에 쓸 힘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운동 시 에너지 소비가 많은 운동선수들에게 저탄수화물 식단은 ‘금단의 식단’이라고도 한다.

특히 운동 및 신체활동량이 많은 사람들은 탄수화물 섭취를 중단하면 안 되며 오히려 섭취량이 일반인보다 많아야한다. 미국 영양 및 당뇨학회에 따르면 운동선수들에게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탄수화물의 양은 자신의 몸무게 1lb(453.5g)당 2.3-5.5g이다. 가령, 체중이 150lb(68kg)인 체력인의 경우 345-825g의 탄수화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물론 이 양은 또한 운동의 난이도 및 양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분이 우울해지고 불쾌감이 생겨나
탄수화물을 끊었다면, 자신도 모르게 자주 불쾌하거나 우울한 기분이 들 수 있다. 탄수화물이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해 기분을 좋게 하는 역할도 한다. 덜먹거나 먹지 않게 되니 세로토닌 분비가 감소해 기분을 우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내과학회지에 게재된 한 연구에 따르면, 일 년 동안 빵 한 조각 정도(쌀 2분의 1컵에 해당)만으로 탄수화물 섭취량을 하루 20~40g으로 제한한 사람들이, 저지방 유제품, 통곡밀, 과일, 콩 등으로 탄수화물을 적당히 섭취한 사람들보다 우울증, 불안, 분노를 더 많이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 반응들은 좋은 탄수화물까지 끊는 경우라 할 수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이냐 묻는다면 밥반찬 골고루 먹고 있다면 먹던 대로 섭취해도 상관 없다. 과잉도 문제요, 결핍도 좋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과잉을 결핍보다 더 심각하게 보는듯한 사회건강학적 시선이 팽배하다. 하지만 ‘무작정 탄수화물 금기’도 몸에 부정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쌀밥을 먹어도 단백질 공급 식단이면 괜찮아
탄수화물을 끊지 않으면서 과잉으로 가지 않는 이상적인 식단이 있을까?
쌀밥보단 통곡물밥이 좋겠지만, 매끼니 마다 통곡물밥을 먹을 수도 없고, 더구나 따끈한 김 모락모락 흰쌀밥이 맛있기도 하다. 이런 경우는 ‘쌀밥 + 단백질 반찬’과 같이 끼니때 마다 먹는 밥에 단백질을 공급해주도록 한다.

혈당을 급격하게 올려 자극을 주는 설탕, 액상과당, 흰 밀가루 음식으로 된 군것질을 줄여 당분 섭취를 절제하는 것도 건강한 방법이다. 단기간 다이어트를 원해 일시적으로 탄수화물을 중단하는 방법을 선택했다면 영양 보충제를 섭취할 수 있다. 고용량 비타민은 탄수화물 중단으로 인해 겪는 몸의 부정적 반응에 대항에 기능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탄수화물 중단으로 인한 뇌 에너지 기능 저하는 오메가3지방산을 대신 섭취함으로써 일정기간 뇌 기능을 유지시킬 수 있다.

한국인의 밥+반찬 식문화가 좋은 것은 영양소 과잉 및 결핍의 상호 보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흔히 먹는 밥반찬에 먹지 말아야 할 것은 없으니, 개인의 의지 혹은 상황에 따라 섭취량 증감을 조절하면 된다. 이것이 바로 골고루 먹기다.

☞ 참고자료 :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미국 영양 및 당뇨학회 보고서, 미국 메이요클리닉 연구 결과

    정은지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