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증상 비슷한 ‘말라리아’와 ‘말러리아’

[이요세의 건강요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질병관리청 감염병 포털에 따르면 올해 1 1일부터 8 18일까지 발생한 국내 말라리아(Malaria, 학질) 환자 수는 모두 526명이다. 광복절 전날인 14일까지 509명에 비해 17명이나 늘었다. 하루 전날인 17일까지는 518명이었다. 매우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말라리아는 말라리아 모기가 옮기는 전염병으로, 매년 2~3억명의 사람이 감염되고 수백만 명이 사망하는 질병이다. 주로 열대 지방에서 발병한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말라리아는 감기와 유사한 증세가 3일 간격으로 나타나는 삼일열 말라리아다. 열대지방의 열대열 말라리아와 달리 치사율이 낮다. 지역적으로는 경기 서북부를 중심으로, 시기적으로는 69월에 집중적으로 환자가 발생한다.

기원전 5세기 히포크라테스 시절부터 알려진 말라리아는 ‘나쁘다’란 뜻이 있는 프랑스어 ‘mal’과 ‘공기’라는 의미의 ‘air’가 결합한 용어다. 말라리아가 나쁜 공기를 통해 전파된다고 믿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프랑스의 의사이자 세균학자인 샤를르 라브랑(Charles Laveran) 18781883년 알제리에서 근무하던 중 1880년 말라리아 원충을 발견했고, 모기가 말라리아를 전파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 공로로 1907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모기는 월동기에 들어가기 전에 암수가 교미를 하고, 수모기는 대부분 죽는다. 암모기는 피를 충분히 빤 뒤에 한기(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에 잠입해 월동을 한다. 이듬해 봄이 되어 동면에서 깨어나면 알을 낳기 위해 또 흡혈을 한다. 영양분이 없으면 알을 낳을 수 없기 때문이다. 봄 모기, 가을 모기가 극성을 부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당수 수모기는 피 대신에 식물의 즙이나 다른 영양분을 섭취한다. 알을 밴 암모기가 혈액을 빨려고 목숨을 걸고 달려드는 것을 두고 학계 일각에서는 ‘모기의 모성본능’ 해석을 하기도 한다.

열대의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서울대 의대 채종일 명예교수는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환자를 철저히 찾아내어 치료하는 일, 모기를 없애는 일, 모기에 물리지 않는 일”을 삼박자로 꼽았다. 환자 색출과 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말라리아가 사람에게만 감염되고 동물에는 전혀 감염되지 않는 질환이어서 환자만 모두 찾아내어 100% 치료한다면 말라리아 퇴치가 가능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복기에 있는 환자를 포함하여 모든 환자를 찾아내어 제때에 치료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모기를 박멸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며 무리한 방법을 쓰면 생태계의 변화를 몰고 올 수도 있다.

결국 예방이 가장 중요한데 예방법으로는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스스로 방어하는 개인방어와 예방약 복용 등을 들 수 있다. 개인보호 수칙으로는 우선 야외 활동시 흰색 계통의 긴바지와 긴소매 옷을 착용할 것이 권고된다. 모기 주둥이가 들어와도 흡혈을 못하도록 품이 넓은 옷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신발의 상단, 양말, 바지 밑단에 기피제를 사용하는 것이 모기에 물리는 것을 막는데 효과적이다. 모기향 피우기나 살충제 분무, 모기 기피제 바르기, 모기장 사용 등도 효과적이다. 예방약은 유행지별로 다양한 종류가 판매되고 있다.

말라리아 증세가 시작되면 오한, 발열, 발한 등 전형적인 감염증상이 나타난다. 이어서 적혈구가 파괴돼 열발작, 빈혈 등을 일으킨다. 이러한 말라리아와 비슷한 증세로 ‘말러리아’가 있다. 클래식 작곡가이자 지휘자이며 낭만파 음악의 마지막 거장으로 꼽히는 ‘구스타프 말러’(1860~1911)를 좋아한 나머지 초기에 미열이 나고 어지러운 증세를 보이는 것을 일명 말러리아로 부른다. 말러의 음악에 빠진 사람들을 풍자하는 유머(?)인데, 증세가 계속되면 ‘말러 죽을’ 지경이라고 한다. 어쨌든 다가오는 가을철이면 북쪽에서 부는 바람을 타고 엄청난 숫자의 말라리아 모기가 휴전선 이남으로 날아온다. 경각심의 신발끈을 다시 매야 할 시점이다.

    이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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