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젠, 산후우울증 신약 허가에도 주가 하락한 이유?

경구용 항우울제 '주라놀론', 전체 우울증 치료에는 허가 거절당해

[사진=바이오젠]

다국적 제약기업 바이오젠이 야심차게 준비한 우울증 신약이 반쪽짜리 허가 적응증을 받게 됐다.

허가 신청 당시 목표로 잡은 전체 우울증 환자가 아닌, 여성 산후우울증(PPD) 치료에만 사용을 제한한 것이다. 글로벌 허가당국은 경구용 항우울제 ‘주라놀론(제품명 주르주베)’을 성인 우울증 치료에 사용할 명확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바이오젠과 세이지 세라퓨틱스가 공동 개발한 주라놀론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여성 산후우울증 치료제로 최종 허가를 받았다.

이번에 허가를 획득한 주라놀론은 스테로이드 약물로 각성 및 인지, 행동 등 뇌의 균형을 관장하는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우울증을 치료한다. 치료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수주가 걸리는 기존의 우울증 치료법과 달리, 주라놀론은 최소 3일만에 효과가 발현된다는 특징으로 기대를 모았다.

주목할 점은, 이번 허가 범위가 여성 산후우울증 환자로 제한됐다는 부분이다. 바이오젠과 세이지는 산후우울증과 함께 시장 규모가 큰 성인 주요우울장애(MDD) 치료에도 신약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임상 근거가 부족해 거절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FDA는 “주요우울장애 치료에 있어 주라놀론을 사용해야 할 실질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며 “추가 임상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통보했다. 이에 양사는 주라놀론의 주요우울장애 임상자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바이오젠은 주라놀론이 주요우울장애 치료제로 승인이 유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1년 미국 FDA 승인을 획득한 최초의 치매 치료제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이 효과와 안전성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회사의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약물로 기대를 걸었던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바이오젠의 크리스 비바커 CEO는 올해 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라놀론의 주요우울장애 승인은 단기적으로도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허가 소식은 바이오젠 입장에서 실망스런 일이 될 것”이라며 “바이오젠과 세이지가 작성한 보도자료에는 내용이 담기지 않았지만 산후우울증 적응증만 가진 주라놀론의 전망은 밝지 않다”고 평가했다.

한편 주라놀론이 산후우울증약으로 허가를 받은 직후 7일(월) 바이오젠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0.26%, 세이지의 주가는 48% 하락했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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