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아킨 피닉스 입술 흉터, 구순열 수술 자국일까?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들어가기 전에,

‘호아킨 Joaquin’이라는 표기에 대해 먼저 설명드리겠습니다.

영어권에서 이름은 ‘본인이 불러달라는 발음’이 중요합니다.

본인은 영어식 발음인 ‘와킨 피닉스’라 불러달라고 하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분들도 많이 늘었습니다. ​

하지만, 일단 외래어 표기법상 ‘호아킨’이라고 쓰고 있고, 이런 표기법에 익숙한 분들이 더 많기 때문에…이 글에서는 ‘호아킨’이라 쓰겠습니다.

호아킨 피닉스(Joaquin Phoenix)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칸 및 베니스 영화제 남우주연상 등 수많은 수상에 빛나는 명배우입니다. 최근 호아킨 피닉스 주연의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 (Beau Is Afraid)’가 개봉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이 개봉했습니다. 호아킨 피닉스는 인디아나 존스와도 인연이 깊습니다. 이젠 많이 잊혔지만 호아킨 피닉스의 형 리버 피닉스 역시 배우였습니다.

예전에는 형의 인기가 훨씬 많았기 때문에 ‘리버 피닉스의 동생 호아킨 피닉스’라고 불렸다면 지금은 ‘호아킨 피닉스의 형 리버 피닉스’ 가 되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영화 중 하나인 ‘인디아나 존스 3(인디아나 존스와 최후의 성전)’에서 소년기의 인디를 연기했던 배우가 리버 피닉스입니다. 꽃미남으로 할리우드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지만, 아깝게도 23세에 요절하고 맙니다.

호아킨 피닉스의 형인 리버 피닉스는 할리우드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다 돌연 사망했다. 사진은 리버피닉스

리버 피닉스가 원래는 인디아나 존스 TV 드라마 시리즈 주연을 맡을 예정이었다고 하니, 살아있었다면 형제의 영화가 함께 개봉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고 부질없는 상상도 해 봅니다.

제가 호아킨 피닉스를 처음 본 기억은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로마 황제 ‘콤모두스’ 때입니다. 당시 입술을 보고 ‘와, 분장 정말 리얼하네’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분장이 아니었습니다.

호아킨 피닉스의 입술 흉터가 어떤 이유로 생겼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의 입술 흉터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논란의 여지가 전혀 없는 수준입니다. 구순열 중 가장 가벼운 타입으로, 피부의 흉터처럼 보이는 ‘미세구순열(microform cleft lip)’입니다. 수술하지 않은 미세구순열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호아킨 피닉스의 상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소문이 있었다. 영화 ‘마스터’ 스틸컷

하지만, 일반인들이 이런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하니 인터넷에는 여러 잘못된 내용들이 떠돌아다닙니다. 가장 흔한 것은 구순구개열로 수술을 받았고, 그 흉터가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한술 더 떠, 형 리버 피닉스가 돈을 벌어서 수술비를 내줬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구순열을 자세히 볼 일이 없으니 여러 추측들이 있는 것입니다. 구순열(입술갈림증), 구개열(입천장갈림증), ​구순구개열(입술입천장갈림증)은 자연적으로 약 600명 중 한 명에서 발생하니, 사실은 매우 흔합니다. 예전에는 동네에 한 명쯤은 있었다고 말씀하시는 어르신들도 많습니다. 지금은 눈에 잘 띄지 않는데, 수술법이 발전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산전 진단 기술이 발전한 것이 한 원인입니다.

한편으로는, 구순열이 아니라며 배우 본인이 부정했다는 이야기도 보입니다. 위키백과, 나무위키 같은 개방형 인터넷 백과사전에 한때 ‘호아킨 피닉스는 자신이 구순열이 아니라고 부정한다’라는 내용이 실려있기도 했습니다. 이것도 틀린 내용입니다. 호아킨 피닉스는 자신의 구순열을 부정한 적도 없고, 부정할 이유도 없습니다. 잘못된 정보인 것도 문제이지만, 구순열을 마치 부정해야 하는 것처럼 보는 시각이 반영된 것 같아 씁쓸합니다.

잘못된 정보의 원인은 ‘번역상 오해’ 때문입니다. 출처는 미국의 연예정보 패션 월간지 ‘배니티 페어’의 2019년 10월 커버스토리 인터뷰입니다.

배니티 페어 2019년 10월 호 커버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not a surgically fixed cleft, he says, but a nonsurgical scar he was born with)

(그가 말하기를, 수술로 교정된 구순열이 아니며, 태어날 때부터 있었던 수술받지 않은 흉터)

호아킨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이건 구순열로 수술받은 자국이 아니고, 태어날 때부터 있었던 흉터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피부에 흉터만 있는 타입의 미세구순열이니, 정확하게 사실을 얘기한 것입니다.

이 말을 ‘구순열이 아니다’라는 뜻으로 오해한 누군가가 위키백과에 틀린 내용을 썼을 것입니다. 호아킨 자신이 구순열이 아니라고 부정한 것이 아닙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합니다.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부정할 일도 아니니까요.

지금은 위키백과와 나무위키의 오류들이 모두 수정된 상태입니다. 실은 양쪽 백과의 오류를 2019~2020년에 제가 수정했습니다. 다행히도, 이후 인터넷에 떠도는 잘못된 내용들이 조금은 줄어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구순열의 원인을 추측해서 쓴 내용들입니다. ‘모친이 그를 임신했을 때 사고를 당했던 것이 원인’이라는 아무 근거도 없고 출처도 불분명한 이야기들이 떠돌고, 이를 비판 없이 옮겨온 국내 기사들이 (기사에 기자 이름도 쓰지 않는 인터넷 신문이지만) 여전히 검색될 정도입니다. 아이에게 안면기형이 있으면 ‘ 엄마가 임신했을 때 어떻게 했길래?’라고 생각하는 편견을 그대로 담고 있는 전형적으로 나쁜 기사라는 생각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박준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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