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골절이 전화위복? 치료의 시작은 환자의 ‘관심’

[APOA 수부상지학회 스토리 #5]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손목이 골절되어서 다행입니다.” 손목이 부러져서 너무 아픈데 의사가 손목 골절이라 다행이라 니, 잘못 들었나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 문장에는 숨은 뜻이 있다. 그나마 더 치명적인 고관절이나 척추뼈 골절이 아니라는 뜻이다.

질병을 앓은 적 없는 평범한 47세 여성이 손목이 골절되어서 내원하였다.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손을 짚기만 했는데, 어이 없이 손목이 완전히 부러졌대요.” 고령도 아니고, 비교적 작은 충격이었지만 엑스레이 검사에서 손목 뼈가 완전히 골절된 것이 확인되었다. 혹시 싶어 골밀도 검사를 시행하였고, 역시나 골다공증 소견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골다공증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풀어서 설명하자면 구멍이 많이 난 뼈를 말하며, 결국 뼈가 약해진상태를 의미한다. 이렇게 뼈의 양이 감소하고 질적으로 변화가 생기면 작은 충격에도 골절되기가 쉽다. 그리고 골다공증으로 가는 전 단계를 골감소증이라 하는데, 두 경우 모두 특별한 증상 없이 찾아온다. 그래서 앞의 환자처럼 본인의 뼈가 약해져있다는 사실도 모른채, 넘어지기만 했는데 갑작스럽게 골절이 되어 병원에 오곤 한다.

골다공증이라는 말은 자주 들어봤지만, 고령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생기는 병이라고 생각하여 비교적 50-60대 연령층에서는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2019년 자료(대한골대사학회, 국민건강보험공단 공동 연구한 골다공증 및 골다공증 골절 Fact Sheet 2019)에 의하면, 50세 이상에서 골다공증의 유병률은 22.4%이고, 여성은 남성보다 5배 높은 37.3%로 확인된다. 50세 이상에서 골감소증은 47.9%로 더 높은 수치를 보인다.

즉 50세 이상에서 네 명 중 한명은 골다공증이며, 여성의 경우 세명 중 한명이 골다공증이고 50세 이상 중 절반은 골감소증에 해당하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 여성호르몬이 뼈를 강하게 만들어주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폐경기 이후로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골다공증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앞의 47세 여자환자에게 확인된 골다공증은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 케이스다.

골다공증과 연관되어 발생하는 대표적인 골다공증성 골절들이 손목 골절, 고관절의 골절, 그리고 척추의 골절 등이다. 인구의 고령화로 골다공증 환자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고, 이와 연관되어 50세 이상의 골다공증 골절 발생 수도 매년 4%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50세 이상 여성의 골다공증 골절의 전 생에 위험도는 59.5%, 남성은 23.8%이다. 평생을 살면서 여성의 경우는 절반 이상, 남성은 네 명 중 한명에서는 가볍게 넘어지는 등의 외상으로 골절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왜 손목이 골절되어서 다행일까?

50-60세에서는 골다공증성 골절 중 손목 골절이 가장 흔하지만, 나이가 더 증가함에 따라서 척추 골절과 고관절 골절이 늘어나 75-80세에는 고관절과 척추 골절이 손목골절보다 흔해진다. 그리고 골다공증 골절이 발생한 환자에서는 그 부위 또는 다른 부위의 재골절 발생 위험도도 2-4배로 증가한다. 따라서 손목 골절이 있는 환자에서 15-20년 뒤에 고관절이나 척추의 재골절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고령에서 걷지 못하는 것은 삶의 질을 낮출 뿐만 아니라, 합병증 발생에도 큰 위험요소가 된다.

침대에만 누워있게 되면 폐렴이나 요로 감염 등 다양한 내과적인 질환이 발생할 수 있고, 이러한 감염성 질환들을 반복적으로 앓으면 생명과도 연관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고관절 골절 후 1년이내 사망률은 17.4%로, 골절이라고 단순히 뼈가 부러졌다고만 생각해선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손목 골절은 고관절이나 척추의 골절처럼 거동을 불가능하게 하는 골절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나은, 경한 골절이라고 말할 수가 있다.

이렇게 골다공증도, 골다공증성 골절도 너무나 흔하지만 여성 골다공증 환자 10명 중 7명, 남성 골다공증 환자 10명중 8명은 골다공증에 대해서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 심지어 골다공증성 골절이 발생하여도 첫 12개월 내로 42%의 환자들만 골다공증에 대해서 치료를 시작하였다. 특히 손목 골절환자들에서는 22.6%, 즉 네명 중 한명에서만 골다공증에 대해서 치료를 시작하였다.

손자병법에 이런 말이 있다. ‘싸우지 않고 굴복시키는 것이 최상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골절이 발생하였을 때 어떻게 잘 수술을 하고 재활을 해서 장애를 덜 남길지, 부러진 뼈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손자가 말했듯, 골절의 치료를 넘어서 골절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이 더욱 중요하지 않겠는가. 골다공증 치료제로 골다공증 골절의 위험도는 40~50%까지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치료법이 있어도, 모든 질환의 치료는 환자의 의지와 관심에서부터 시작된다. 본인이 골다공증에 대해서 걱정하고, 관심이 있어야 이에 대해서 관리를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이 폐경기를 지났거나, 50세를 넘어가고 있다면 혹시 나에겐 골다공증이 있지 않은지 한번쯤 생각해보고, 병원에서 상담을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 또한 골절을 경험하게 되었다면 골절에 대한 치료도 중요하지만, 골다공증이 있을 가능성과 추후 고관절이나, 척추 골절 등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재골절의 발생할 위험도까지 생각해봐야한다.

손목 골절을 당했다면 슬퍼하지만 말고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골다공증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병원에서 골다공증에 대한 상담을 반드시 받아보고, 골다공증약을 쓰는 것 외에도 운동을 하고, 칼슘을 복용하고, 햇빛을 보는 것 등 본인 스스로도 뼈를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교육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듯 손목 골절을 통해서 더 심한 골절을 피할 수 있었다면, 당신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손목이 골절되어서 다행이었다고…

이재성 교수(APOA 수부상지학회 학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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