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은 에스트로겐 부족으로 생기는 병이 아니다

[송무호의 비건뉴스] 골다공증의 불편한 진실⑩

우리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항상성’(homeostasis)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세포 간의 소통이 필요한데, 소통을 위한 연락수단으로 2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신경을 통해 직접 신속히 연락하는 방법(운동신경, 감각신경, 교감신경, 부교감신경)이고, 또 하나는 호르몬을 통해 간접적으로 서서히 연락하는 방법(소화효소, 혈당조절, 갑상선, 부신피질, 성호르몬 등)이다.

호르몬은 신체 내분비기관에서 생성되는 극미량의 화학물질들을 통틀어 일컫는다. 한때 “여성의 역사를 바꿔놓은 발명품”이란 극찬을 받았던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은 1930년도에 화학적으로 구조가 밝혀졌고, 1942년 임신한 말의 오줌에서 추출한 에스트로겐으로 만든 프레마린(Premarin)이 폐경 증상 치료제로 FDA 허가를 받은 후 많은 여성에게 사용되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1966년에 제약회사 후원을 받은 로버트 윌슨(Robert Wilson)이 쓴 ‘Feminine forever(여성이여 영원하라)’가 베스트 셀러가 되면서 호르몬 치료가 폐경기 증상을 예방하고 중년 이후의 삶을 건강하게 누릴 수 있다는 믿음을 여성들이 가지면서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후 제약회사와 의료계는 폐경을 ‘Estrogen deficiency disease’(에스트로겐 결핍증)로 간주하고 “심혈관계질환 예방, 여성성(性) 보존, 완만한 노화를 위해 꼭 필요한 치료”라고 선전했다 [1].

에스트로겐 호르몬 요법을 둘러싼 논란들

1970년대 초반까지 의사들은 갑상선저하증처럼 폐경도 호르몬 결핍증이라 간주하고, 증상이 없는 중년 여성들에게 건강을 위해 여성 호르몬 치료를 권장하였다. 그러다가 1975년 에스트로겐 요법이 자궁내막암(Endometrial cancer)을 유발한다는 보고들이 유명 저널에서 발표되자 [2, 3], 에스트로겐 사용량이 급감하였다.

1980년대 들어 자궁내막 보호 역할을 하는 프로게스테론을 에스트로겐에 추가한 복합제제들은 자궁내막암 문제가 없다고 알려지자, 다시 호르몬 치료가 성행했다 [4].

1988년에는 FDA에서 폐경 증상 치료뿐 아니라 골다공증 예방도 적응증에 포함했고,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인다는 보고까지 나오자 이후 1990년대까지 호르몬치료는 폐경 증상, 골다공증, 심혈관질환 예방 목적으로 사용되는 매우 흔한 치료가 되었다 [5, 6, 7].

하지만 호르몬 치료가 미국인 사망률 1위인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있어 [8], FDA에서는 이에 대한 근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1998년 이에 대한 첫 번째 연구인 HERS(Heart and Estrogen/progestin Replacement Study)가 발표되었는데 결과는 호르몬치료는 심혈관계질환 예방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와 혼란을 가중했다 [9].

한편 1980년대 미국의 여권운동과 맞물려 여성건강운동(Women’s Health Advocate)이 활발해짐에 따라 여성건강 연구를 위한 정부 조직들이 만들어졌고, 여성 호르몬 치료의 안전성에 대한 대중의 우려가 점점 커지고 논쟁이 30~40년간 지속함에 따라, 1997년 ‘Women’s Health Initiative study’(여성건강주도적연구)라는 미국국립보건원(NIH)의 대규모 연구가 시작되었다.

연구의 목적은 자궁이 있는 건강한 폐경 여성에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복합 요법이 심혈관질환과 유방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 및 위험도를 평가하는 것이었다. 2002년 첫 번째 결과물이 나왔다 [10]. 그런데, 그게 충격적이었다.

송무호 의학박사·정형외과 전문의

 

참고문헌
1. N Krieger, I Löwy, R Aronowitz, et al. Hormone replacement therapy, cancer, controversies, and women’s health: historical, epidemiological, biological, clinical, and advocacy perspectives. J Epidemiol Community Health 2005;59:740-748.
2. DC Smith, R Prentice, DJ Thomson, et al. Association of exogenous estrogen and endogenous carcinoma. N Engl J Med 1975;293:1164-1167.
3. HI Ziel, WD Finkle. Increased risk of endometrial carcinoma among the users of conjugated estrogens. N Engl J Med 1975;293:1167-1170.
4. DL Kennedy, C Baum, MB Forbes. Noncontraceptive estrogens and progestins: use patterns over time. Obstet Gynecol 1985;65:441-446.
5. F Grodstein, MJ Stampfer, GA Colditz, et al. Postmenopausal hormone therapy and mortality. N Engl J Med 1997;336:1769-1775.
6.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Guidelines for counseling postmenopausal women about preventive hormone therapy. American College of Physicians. Ann Intern Med 1992;117:1038-1041.
7. DK Wyssowsky, L Golden, L Burke. Use of menopausal estrogens and medroxyprogesterone in the United States. Obstet Gynecol 1995;85:6-10.
8. RA Lobo, M Whitehead. Too much of a good thing? Use of progestogens in the menopause: An international consensus statement. Fertil Steril 1989;51:229-231.
9. S Hulley, D Grady, T Bush, et al. Randomized trial of estrogen plus progestin for secondary prevention of coronary heart disease in postmenopausal women. HERS Research Group. JAMA 1998;280:605-613.
10. JE Rossouw, GL Anderson, RL Prentice, et al. Risks and benefits of estrogen plus progestin in healthy postmenopausal women: principal results From the Women’s Health Initiative randomized controlled trial. JAMA 2002;288:321-33.

    송무호 의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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