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클리닉] 강아지는 충치보다 치주염 더 무섭다

사람도 걸리는 치주염…“강아지 고양이는 사람보다 5배 더 많다”

흔히 ‘풍치’(風齒)라 한다. 잇몸에 바람이 든 것처럼 시리고, 아프다. 잇몸은 물론 이빨을 받쳐주는 치조골에까지 염증이 퍼졌기 때문. 이빨에 생기는 충치(蟲齒)보다 훨씬 무섭다.

앞발로 자꾸 얼굴과 머리를 만지고, 보호자가 머리 만지는 걸 싫어한다. 역한 입 냄새도 문제지만, 염증 세균이 어디로 퍼질지 모른다. 만일 혈관을 타고 심장이나 간, 콩팥, 머리 등으로 퍼지면 훨씬 더 심각하다. 온갖 병을 달고 살아야 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소형견들에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 거기다 나이까지 들면 피하기 어렵다. 최이돈 수의사(VIP동물의료센터 대표원장)와 함께 치주염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왜 생기는가?

치아와 잇몸 사이에 세균이 번식하면서 생긴다. 처음엔 치태(plaque) 상태였다가 나중에 딱딱한 치석으로 바뀐다. 독성이 강한 혐기성 세균들까지 늘어난다. 그것들이 치주 조직을 훼손한다. 일단 치주염이 생기면 어떤 치료를 해도 원상 복구가 불가능하다.

어떤 때, 치주염이라 하나?

치주염(Periodontitis)은 잇몸과 이빨을 지지해 주는 뼈(치조골)가 파괴되는 병이다. 염증이 뼈에까지 퍼졌다는 얘기다. 입술을 들춰봤을 때 치아와 잇몸이 닿는 부위가 벌겋게 되었거나, 입술을 들췄던 손가락을 맡아보면 역한 냄새가 난다. 비린내다. 치석도 이미 많이 쌓여 있는 단계다.

특히 잘 생기는 견종이 있는가?

재밌는 것은 치주염은 “체중에 반비례하고, 나이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덩치가 작고 나이 많은 아이들에게서 더 잘 생기고, 또 심해진다는 얘기다.

왜 그런가, 소형견에 특별히 더 많은 이유가?

소형견은 앞니가 원래 약하다. 게다가 음식물을 씹지 않고 우물우물하다 바로 삼켜버리는 경우가 많다. 잘 씹지 않는다. 중형견 대형견과는 다르다. 꼭꼭 씹어야 치태가 덜 생기는데….

게다가 입이 작아 이빨이 오밀조밀 나 있으니 세균이 숨어 있을 공간도 많다. 혀도 입안을 돌며 플라크가 끼이는 걸 어느 정도 막아주는데, 혀도 짧다. 병원에 오는 소형견 10마리를 보면 8~9마리가 이미 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우리나라엔 소형견이 압도적으로 많지 않나?

그렇다. 소형견이 전체의 90%를 넘는다. 게다가 요즘 노령견 비중도 점점 늘어난다. 잇몸병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치주염 치료를 하자면 마취, 그것도 전신마취를 해야 한다. 사람은 부분마취만 해도 되지만. 그런 것도 보호자에겐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사람 치주염과 동물 치주염은 어떻게 다른가?

사람도 잇몸병이 흔하지만, 강아지 고양이는 사람보다 무려 5배 정도 더 많다. 강아지 입속은 사람 입속보다 알칼리성이 강해 플라크가 더 잘 생긴다. 또 구강 구조도 다르고, 양치질을 자주 하지 못하니까.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균도 조금 다르다. 그래서 강아지 고양이와 뽀뽀한다고 전염이 된다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강아지와 고양이는 또 어떻게 다른가?

큰 차이는 없다. 고양이도 3살 넘어가면 잇몸병 생기는 비율이 약 85%로 비슷하다. 그런데, 고양이 이빨은 강아지 이빨보다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래서 고양이에게 치주염이 생기면 피해가 더 커진다. 더 조심해야 한다.

치료는 어떻게 하는가?

일단 치주염으로 진단이 나오면 전신마취부터 해야 한다. 그러자면 몇 가지 검사를 먼저 해봐야 한다. 마취가 가능한지부터 알아봐야 하니까.

그다음엔 기본적으로 치아 표면 스케일링을 비롯해 잇몸 속 치근에 붙어있는 치석을 제거하는 ‘치근 활택술’ 등을 진행한다. 염증은 약물도 필요하지만, 레이저나 플라스마 치료도 한다. 세균을 죽이고, 조직 재생을 돕기 때문이다. 그래도 해결 안 되는 정도라면 염증 생긴 부위 이빨을 뽑을 수밖에 없다.

예후가 좋은, 최신 치료법은 어떤 게 있나?

최근 플라스마(plasma) 치료에 주목하고 있다. 스케일링한 후에 잇몸 고랑 및 염증 부위에 플라스마를 쐬어 세균을 죽이고 치주 조직을 재생시키는 치료다. 염증 치료는 물론 치근 등 잇몸 속 치료, 다른 구강외과 수술 등에까지 두루 활용하고 있다.

특히 만성 구내염과 치은염, 치주염 치료에서 약물 사용을 줄이고 염증과 통증을 줄여주는 데 도움이 된다. 임상 효과가 괜찮아 관련 논문도 준비하고 있다.

미리 예방하려면?

하루 한 번 양치질해주는 게 정말 꼭 필요하다. 매일 양치질을 해 준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엄청나다. 개껌이나 사료 첨가제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지만, 양치질만 한 게 없다.

잇몸에 염증이 생기기 전이라면 그나마 다행인데, 그 상태에서 스케일링과 약물치료, 그리고 꾸준한 양치질을 통해 관리한다면 심각하게 나빠지는 걸 막을 수 있다. 또 1년에 한두 번 정기적으로 검진받으면 보호자도 모르고 지나갈 병도 조기에 찾아낼 수 있다.

최이돈 수의사. [사진=윤성철 기자]
한편, 최이돈 수의사는 건국대 수의대에서 학사, 석사(2002년)를 잇달아 마쳤다. 수의외과학 박사 과정도 수료(2011년)했다. 미국 뉴욕과 뉴저지, 미주리 등 여러 곳에서 수의외과와 수의치과 임상 연수를 받았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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