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종식 후 ‘비대면 진료’ 운명은?

약사계는 시범사업 '반대', 산업계는 '초진 허용' 요구

내달 1일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시행될 예정이다. 의료계, 약사계, 산업계 입장차로 진통이 예상된다. [사진=JV_PHOTO/게티이미지뱅크]
다음달 1일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경계’로 하향되면 그동안 한시적으로 허용해온 비대면 진료가 종료된다. 정부는 비대면 진료가 법제화될 때까지 시범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한시적 비대면 진료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위기 경보가 ‘심각’ 이상일 때 허용된다.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되면 더 이상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정부는 ‘보건의료기본법 제44조’에 따라 6월 1일부터 시범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당·정 협의를 거쳐 5월 중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의 방향성이 불분명해 의료계, 산업계 등이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 8일에는 복지부 관계자가 의원급 의료기관, 재진 환자 대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그날 저녁 복지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아직 확정된 내용이 없다고 해명 및 사과를 했다.

정부가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당장 내달 시범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밝히자, 산업계와 약사계는 부분 혹은 전면 반대에 나섰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12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초진 진료’ 허용을 요청했다. 환자의 초진 및 재진 여부를 파악하는 시스템을 당장 마련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일본, 캐나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가들이 초진 진료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설명했다. 코로나19 시국, 한시적으로 허용한 비대면 진료는 초진 진료가 가능했다는 점도 명분으로 삼고 있다.

약사계는 시범사업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오는 14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저지를 위한 전국 시도지부장 및 분회장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약사회는 비대면 진료를 성급하게 시행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표준화된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을 마련하고 약 배달 방식을 결정해야 하며 비대면 플랫폼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등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계도 비대면 진료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등의 문제로 환영하지만은 않는 입장이다. 산업계가 주장하는 초진 진료는 절대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잘못된 처방이나 부적절한 처방, 처방 남용 등의 우려가 존재해 국민 건강과 생명에 위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다.

정부는 앞서 대한의사협회와 재진 환자 및 의원급 의료기관 대상 보조 진료 수단으로 비대면 진료를 활용하자는 방향성을 합의한 바 있어, 이 같은 방향으로 시범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현재로써는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산업계 등을 의식해 일부 중재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이르면 다음 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계획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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