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치료제 효과 2배↑… 초음파로 ‘뇌혈관장벽 조절’ 가능

약물 전달효율 8.1배↑... 아두카누맙 '고용량 부작용' 우려 줄일 듯

아두카누맙과 같은 치매치료제의 투약 효율을 8배 이상 높일 수 있게 된다. 국내 연구진이 초음파로 뇌를 보호하는 뇌혈관장벽(BBB)을 조절해 약물 전달률을 높이는 치료 기법을 병행한 결과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두카누맙 등 치매치료제의 치료 효과는 2배, 투약 효율을 8배 이상 높일 수 있게 됐다. 국내 연구진이 초음파로 뇌를 보호하는 뇌혈관장벽(BBB)을 조절해 약물 전달률을 높이는 치료 기법을 병행한 결과다.

연세의대 신경외과 장진우 교수와 서울대 의대 약리학교실 김혜선 교수팀은 치매를 유발한 생쥐 뇌의 해마 부위(장기 기억을 관장하는 부위)에 고집적 초음파를 시술해 뇌혈관장벽을 일시적으로 개방하고 치매 항체 치료제의 전달률을 8.1배 향상시켰다.

뇌혈관장벽은 평소엔 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치매 치료에선 오히려 약물 전달을 방해하는 역기능을 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치매 항체 치료제인 ‘아두카누맙’의 적정 투약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른 다양한 부작용 발생 우려가 제기돼 왔다.

아두카누맙은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유일하게 승인받은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다. 치매 증상의 발현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 치매의 발병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독성 단백질이 뇌에 쌓이면서 뇌세포를 파괴해 알츠하이머 치매가 발생한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이에 앞서 장 교수팀은 광범위한 전두엽의 뇌혈관 장벽을 초음파 수술로 안전하게 개방하는 수술법을 2021년 세계 최초로 학계에 보고했다. 이를 통해 아밀로이드 베타가 줄어들고 치매 환자 역시 일시적이나마 행동심리검사에서 증상이 호전되기도 했다.

후속 과제로 진행한 이번 연구는 생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을 통해 치매 항체 치료제의 치료효과와 안전성을 높이는 방안을 조사했다.

실험은 치매 유발 생쥐를 세 부류로 나눠 뇌 해마 부위로 아두카누맙의 전달량과 치료효과(아밀로이드 베타 제거량)를 관찰했다. △아두카누맙만 투약하거나 △뇌혈관장벽 초음파 개방수술만 시술하거나 △뇌혈관장벽 초음파 개방수술 시술 후 아두카누맙을 투약했다.

이 결과, 약물만 투약한 부류에 비해 수술과 투약을 병행한 부류에선 약물 전달량이 8.1배 높았고,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량도 2배 많았다. 수술만 시행한 부류는 투약 없이도 아밀로이드 베타가 일부 감소했다. 아밀로이드 베타가 줄었다는 것은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근본적 요인이 줄었기 때문에 증상이 호전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Y-미로 검사를 통해 인지기능 개선 정도도 확인한 결과, 수술과 약물을 병행한 부류는 대조군(투약이나 수술 등의 치료를 하지 않은 일반 치매 생쥐)보다 인지기능이 40% 정도 호전했다.

장 교수는 “뇌혈관장벽 초음파 개방수술과 아두카누맙 등 치매 항체 치료제 투약을 병행하는 임상 연구를 조만간 이어갈 계획”이라면서 “고집적 초음파를 활용한 뇌혈관장벽 개방수술은 불치병으로 여겨지고 있는 치매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획기적인 치료법으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신경학 분야에서 저명한 국제 학술지 (Translational Neurodegeneration, IF 9.883)에 게재됐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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