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깜빡’하지 않아도 ‘치매’일 수 있다?

[오늘의 키워드] 루이소체 치매

루이소체 치매 초기에는 기억력이 정상일 수 있지만, 치매가 진행하면서 점점 기억력이 나빠진다. 초기에는 알츠하이머보다 치료 효과가 좋지만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기에 조기 진단·치료가 중요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치매라고 하면 흔히 기억을 잃어가는 신경퇴행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병’을 떠올리기 쉽지만, 원인에 따라 70여 개에 이를 만큼 종류가 다양하다. 비만과 고혈압, 당뇨, 심혈관 질환 등이 원인이 돼 뇌졸중으로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나 사고로 인한 뇌손상에 따른 치매는 비교적 흔히 접하는 경우다. 알코올 중독이나 심지어는 산소 결핍, 혹은 저혈당으로 인한 치매 발병 역시 가능하다.

그 중에는 국내에선 상당히 생소한 데다 파킨슨병과 잘 구분하지 못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쉬운 ‘루이소체 치매’도 있다. 사실 루이소체 치매는 세계적으론 알츠하이머 치매 다음으로 흔한 치매다. 해외 통계에선 신경 퇴행성 치매 환자의 약 20%, 전체 치매 환자의 약 8%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지만, 국내에선 정확한 집계가 부족하다.

하지만 루이소체 치매는 몇 해 전 ‘같이 살래요’라는 드라마에서 배우 장미희가 연기했던 치매 증상이나, 미국의 유명 배우였던 고(故) 로빈 윌리엄스가 사망 전 투병했던 질병 등으로 미디어에 소개되기도 했다.

루이소체 치매는 ‘알파-신뉴클레인’이라는 단백질에 의해 뇌신경이 손상하는 신경 퇴행성 질환이긴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처럼 초기에 건망증이나 기억을 잃어가는 증상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오히려 파킨슨병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루이소체 치매 환자에게서도 파킨슨병의 증상이 동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억력의 문제보다는 몸의 움직임에 주의해야 한다. 움직임이 느려지며 걸음걸이가 나빠지는 것이 특징이지만, 파킨슨병처럼 한쪽 손을 떠는 증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행동력 저하와 치매로 인한 인지적 문제가 거의 같은 시점에 시작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루이소체 치매는 다른 치매와 달리 초기부터 주의력이 낮아지고 멍하게 얼이 빠져 보이거나 헛것을 보기도 한다.

건강할 때보다 낮잠이 늘거나 수면 시 꿈을 꾸면서 옆에 자고 있는 사람을 때리거나 벽을 주먹으로 치는 것과 같은 렘수면행동장애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더 심각해지면 ‘먹을 것을 주지 않고 굶긴다’, ‘나를 죽이려고 한다’, ‘누가 내 물건을 빼앗아 갔다’ 등의 망상과 의심증 상태가 오락가락하게 된다.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박기형 교수는 “루이소체 치매 초기에는 기억력이 정상일 수 있지만, 치매가 진행하면서 점점 기억력이 나빠진다”면서 “초기 루이소체 치매는 알츠하이머 치매보다도 치료 효과가 좋지만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조기 진단·치료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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