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혈전이 ‘롱 코비드’ 일으킨다?

롱 코비드 환자에게서 모세혈관까지 막는 아주 작은 혈전 발견돼

미세 혈전이 호흡곤란과 장기손상에서부터 뇌안개와 만성피로까지 일으킬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장기 코로나19(롱 코비드)가 미세혈전(microclot)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미국 건강의학 웹진 ‘웹엠디(WebMD)’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나 데이비스는 자신을 괴롭히던 롱 코비드의 시각적 실체를 확인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2020년 첫 코로나19 파동 때 감염된 이후 3년째 롱 코비드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조직인 ‘환주주도 연구협력(Patient-Led Research Collaborative)’의 일원이다. 이 단체는 미국 뉴욕에 있는 마운트 시나이 병원과 손을 잡고 롱 코비드 환자의 혈액 속 미세혈전을 촬영하고 그 치료법을 개발 중이다. 트위터에 자신의 미세혈전 사진을 공유한 데이비스는 “이는 기본적으로 유망하고 과학적으로 건전한 롱 코비드에 특화된 첫 번째 테스트”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초기 응급실 의사들은 가장 아픈 사람들이 과도한 혈전을 생성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혈전은 신장 투석기를 막았고, 뇌졸중을 일으켰으며, 환자들이 퇴원하고 한참 뒤에 그들을 숨지게 만들었다. 일부 롱 코비드 연구자들은 아주 작고 뚜렷하지 않는 혈전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지속적인 영향을 받는 환자들에 의해 보고된 많은 당혹스러운 증상들을 야기할 수 있다고 의심해왔다.

미세 혈전으로 이름 붙여진 이 이상하고 지속적인 덩어리가 몸 전체의 가는 혈관을 막는 바람에 산소가 가야 할 곳에 도달하지 못해 호흡곤란과 장기손상에서부터 뇌안개와 만성피로까지 이 모든 것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이 미세혈전은 매우 작기 때문에 정기적인 병리검사를 통해선 발견할 수 없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네트워크는 이에 대한 전문적인 검사가 가능한지 그리고 혈전을 치료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복잡한 미세혈전

혈액 응고는 과도한 출혈을 방지하는 중요하고 정교한 과정이다. 보통, 신체는 스스로 혈전을 녹인다. 하지만 만성피로증후군(일명 근육통성 뇌척수염‧ME/CFS), 당뇨병,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급성 코로나19와 롱 코비드에 걸리면 염증으로 인한 혈관벽 손상으로 비정상적 단백질과 혈소판 활동을 초래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가장 작은 혈관인 모세혈관이 몸 전체의 조직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작고 이상한 혈전이 생긴다.

섬유소라고 불리는 그물 모양의 단백질 가닥이 혈전의 중요 부위를 이룬다. 영국 리버풀대의 더글라스 켈 교수(시스템생물학)는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그것들은 방금 체에 밭쳐 물기를 뺀 스파게티 덩어리처럼 보인다”라고 말했다. 미세 응고 버전의 아밀로이드(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독성 단백질덩어리)라고 할 수 있는 이 혈전 덩어리는 아밀로이드와 달리 “역겨울 정도로 엉겨 붙어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잘못 접힌 혈전은 밝은 녹색으로 빛나는 특수 염료로 진하게 염색돼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으며 섬유소 용해라는 자연 과정을 통해 일반 혈전보다 분해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 켈 교수와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스텔렌보쉬대의 에테레시아 프레토리우스 교수(생리학)의 연구에 따르면 이 문제가 있는 응고는 감염 후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혈액에 잔존할 수 있다.

팬데믹 이전부터 몇 년간 특이한 응고 현상을 연구해온 켈과 프레토리우스 교수는 코로나19 급성 코로나19 환자와 롱 코비드 환자의 혈액에서 이러한 미세 혈전을 처음 발견하고 이 주제에 대한 일련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들을 필두로 롱 코비드의 미세혈전을 연구하는 연구원과 임상의들은 트위터 상에서 #TeamClots(혈전팀)으로 자신들을 부르며 정보를 교환하며 미세혈전 이론이 임상시험에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프레토리우스 교수는 11월 미국으로 건너와 이들 연구진에게 미세 혈전 확인 기술과 장비 설치를 도왔다.

그렇지만 애초에 왜 코로나19 이후에 미세 혈전이 발생하는지는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프레토리우스와 켈 교수는 바이러스에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롱 코비드 환자에게 방아쇠 역할을 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이는 진단 후 12개월까지 롱 코비드를 겪은 환자들 대부분에게서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의 스파이크 항원을 감지한 최근 하버드대 의대 연구에 의해 지지를 받으며 감염 후 체내에 활성적이고 지속적인 바이러스 저장소가 생겼음을 시사한다.

“한 가지 핵심적인 질문은 이 미세 혈전이 실제로 근본 원인인지 아니면 진행 중인 다른 것에 대한 반응인지”라고 매사추세츠 종합병원과 하버드대 의대의 오랜 코로나 연구원이자 폴리바이오 리서치 재단의 공동 설립자인 마이클 밴 엘자커 박사는 말했다. 그는 “혈전이 급성 코로나19의 결과로 남은 잔류물이라면 첫 번째에 해당하고 바이러스 저장소에서 누출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한 반응으로 형성되는 경우라면 하루 종일 혈전을 제거해도 또다시 생길 것이기에 두 번째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미세혈전 치료법

미세혈전에 대한 여러 실험적 치료법은 아직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항혈소판제와 항응고제의 조합으로 롱 코비드 증상을 개선하고 미세혈전을 감소시켰다는 프레토리우스와 켈 교수가 사전 인쇄 논문으로 발표한 연구가 주목된다. 프레토리우스와 켈 교수가 내년에 실험실 환경에서 연구할 훨씬 더 쉽게 구할 수 있는 시판 효소 보충제에 대한 관심도 상당하다. 여기에는 천연 혈액 응고촉진제로 작용하는 세라펩타아제, 요로키나아제, 낫토키나아제가 포함된다. 각각 누에 내장의 박테리아, 지렁이, 콩의 발효된 박테리아로 만들어지는 이들 보약은 건강식품 매장에서 오래 전부터 판매되고 있으며 이를 써본 롱 코비드 환자들로부터 효험이 있다는 보고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대부분의 롱 코비드 전문가와 혈액연구가들은 과도하고 심지어 치명적인 출혈의 명백한 위험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보충제, 항응고제 또는 혈액 희석 치료제를 복용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환자들이 왜 이런 건강보조제에 매달리는지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밴 엘자커 박사는 “천재 연구자가 나타나 문제를 해결해줄 때까지 마냥 앉아서 기다릴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라면서

“에이즈 연구에서도 환자들이 스스로 시험해보고 제공한 정보가 큰 역할을 했다”라고 말했다.

데이비스, 프레토리우스, 그리고 미세 혈전이 이 상태에 대한 최선의 설명이라고 믿는 롱 코비드 연구자들은 연구원들은 관련 시험 허용과 자금지원, 임상시험 착수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프레토리우스 교수는 “롱 코비드 환자들은 정말로, 정말로 아프다”면서 “따라서 일반 병리학 실험실에서 쉽게 검사가능한 생체지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n.neurology.org/content/early/2022/12/07/WNL.0000000000201664)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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