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 ‘홈케어’ 전면 허용… 베트남 ‘텔레헬스’의 지금

[원격의료, 세계인의 삶 바꾼다] (5)-2 세계 원격의료의 시험장, 베트남 정부는 어떻게 만들었나?

베트남 하노이의대병원 5층 텔레헬스센터(The Center for TeleHealth)에선 매주 목요일 열띤 토론이 벌어진다. 하노이의대병원을 중심으로 베트남 각 지역의 의료진이 원격으로 만나 중증 환자 사례를 포함한 각지의 의료 보고서를 검토하고 치료 가이드라인을 논의한다.

2020년 4월 설립 이래 매주 이어지고 있으며 앞서 베트남의 코로나19 확산세가 한창이던 시기엔 동시에 1000여 곳의 지방 의료기관에서 원격 세미나에 참석하기도 했다. 현 병원장인 응우옌 란 휴 교수뿐 아니라 베트남 중앙 정부와 의료계 전체가 지난 2년 반 동안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는 세미나이기도 하다.

베트남 하노이의과대학 병원(위)과 각 지역 종합병원이 원격 컨퍼런스를 진행하고 있다. [자료=응우옌 란 휴 베트남 하노이병원장]
◆2년간 원격의료 성과 확인… 전면 ‘홈케어’ 초입

이르면 내년 7월 베트남에선 일명 ‘홈케어’, 즉 재택 원격진료가 전면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검진과 진료, 처방까지 의료 서비스 전(全) 단계를 집에서 원격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와 법률이 개정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 2024년 1월을 목표로 추진했지만, 베트남 보건부 내 협의가 원만히 진행하면서 허용 시점이 반년 이상 앞당겨졌다는 후문이다.

이는 아직 베트남 현지의 보도에서도 다뤄지지 않은 내용으로, 응우옌 란 휴 베트남 하노이의대병원장이 지난 5일 코메디닷컴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직접 밝힌 소식이다.

‘홈케어’는 베트남 원격의료 도입 정책 중 마지막 단계의 계획이다. 이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면 중앙 보건당국이 원격의료 서비스를 전면 허용하고 전국 단위에 보급한 세계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원격의료 시스템은 지난 2년 반 동안 빠른 속도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2014년 처음으로 원격의료 도입 계획 수립과 검토에 착수했지만, 본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2020년 초다. 코로나19 사태로 의료환경이 급변하자 당시 응우옌 쑤언 푹(Nguyen Xuan Phuc) 베트남 주석을 비롯한 중앙 정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했다.

베트남 내 원격의료 협력망 현황 [자료=응우옌 란 휴 베트남 하노이의과대학병원장]
2020년 4월 베트남 최대 이동통신사인 비엣텔이 베트남의 첫 원격의료 플랫폼인 ‘비엣텔 텔레헬스(Viettel Telehealth)’를 배포했고, 베트남 보건부와의 협력 아래 단 45일 만에 전국 1000개의 의료시설과 30곳의 중앙병원을 원격으로 연결했다.

비엣텔은 이후 1년여 동안 1600곳 이상의 의료시설을 연결해 600회의 원격 진료와 35건의 원격 수술 협진, 200회의 의료진 교육을 진행했고, 1600건 이상의 의료기록을 확보했다. 1800명의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도 120회 이상의 원격진료를 시행했다.

이러한 효과를 확인한 베트남 정부는 2021년 8월 효율적인 코로나19 감염 통제를 위해 원격의료의 전국적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당시 팜 민 찐(Pham Minh Chinh) 베트남 총리는 직접 원격협진 상황을 참관하며 “매일 2000만 명에게 제공하던 코로나19 원격진료 서비스를 베트남 전역의 1억 인구가 모두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베트남 외지의 지역 병원을 찾은 환자가 ‘텔레헬스’ 시스템을 이용해 수도 하노이의 중앙병원과 원격협진을 받고 있다. [사진=UNDP]
이를 위해 자국의 원격의료 시스템을 ‘텔레헬스 플랫폼’으로 명명하고 지방에서도 원격의료 체계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유엔개발계획(UNDP)과 함께 개발한 국가 플랫폼인 ‘닥터포유(Doctor4U, 혹은 닥터 포 에브리원·Doctor for everyone)’를 보급한다.

이 과정에서 보건부 내 전문 조직 정비도 체계적으로 진행했다. 정부 안에 흩어진 전문 인력을 보건부 산하로 모아 전자건강국(혹은 e헬스국, Cục Công nghệ thông tin·EHA)를 설립했다. 독자적인 권한을 부여해 원격의료 정책을 전반을 관리한다.

EHA 산하에는 디지털 시스템 개발과 데이터 관리를 전담하는 헬스데이터센터(Trung tâm dữ liệu y tế·HDC)와 전국의 코로나19 원격진료 상황을 총괄하는 콘트롤타워인 스마트의료운영센터(Trung tâm điều hành thông minh·IOC)도 개설한다. 코로나19 유행세가 일단락한 후 원격의료 전체의 실무 운영은 보건부 의료행정과 건강진단및치료국(Cục quản lý khám chữa bệnh·KCB)이 맡고 있다.

이를 두고 지난해 말 베트남 3대 언론사 중 하나인 ‘베트남 플러스(VietnamPlus)’는 “코로나19 사태가 의료부문 디지털화를 가속화하는 ‘터보 부스트’의 역할을 했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없었다면 수십 년은 족히 걸렸을 전국적인 의료시스템 기술 혁명이 최근 수년 간 일어났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베트남 하노이 보건부 청사. 윗줄 왼쪽 사진은 본 청사 인근의 전자건강국(EHA) KCB 별관 [사진=최지현 기자]
◆텔레메디신이 아닌 텔레헬스… 베트남 ‘전체’에 기여

베트남의 원격의료 체계는 ‘텔레헬스’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응우옌 란 휴 병원장이 적극적으로 설파한 개념이기도 하다. 그는 앞서 14대 국회의원(2016~2021년)도 역임하며 해당 정책 설계에 긴밀히 관여했고, 올해 초에는 베트남 사상 최초로 2개 종합병원(하노이의대병원·빈쭝종합병원)의 병원장 겸임을 임명받기도 했다.

지난 5일 코메디닷컴과 화상 인터뷰 중인 응우옌 란 휴 베트남 하노이의대병원장. [사진=최지현 기자]
응우옌 란 병원장은 그의 저서 «마음에서 우러나온 이야기(Câu Chuyện Từ Trái Tim)»에서 텔레헬스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텔레헬스는 저와 저의 보좌관이 베트남의 원격의료 정책을 기존의 ‘원격의료(telemedicine·텔레메디신)’ 개념과 구별하기 위해 오랫동안 고민한 단어입니다. 텔레헬스는 텔레메디신과는 완전히 다르게 진행됩니다. 다중 의료기관이자 병원 간 다중회의이며 질병에 대한 모든 데이터가 대중에게 공개됩니다. 텔레헬스의 가장 큰 의미는 전체 의료계가 동시에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에 있습니다. 원격진료와 원격협진, 원격 세미나 등을 바탕으로 (의료계 내부에 나뉘었던) 의료 전문성의 경계를 허물 수 있습니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이를 재차 강조했다.

“텔레메디신이 포괄하는 범위는 너무 좁습니다. 반면, 텔레헬스는 건강 전반의 문제를 모두 다룰 뿐 아니라 환자와 환자의 가족, 하노이의대병원(중앙병원)과 지방의 병원이 모두 함께 참여합니다. 이를 통해 가까운 미래에는 베트남의 모든 환자들이 IT 시스템을 통해서 실패 없이 병원에 예약을 잡을 수 있고 의사를 보고 진료를 받으며 수도인 하노이와 지방 병원(의 시스템)을 통합해 처방 내역과 의료데이터를 컴퓨터로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길 바랍니다.”

응우옌 란 병원장은 이러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3단계에 걸친 텔레헬스 구상을 펼치고 있다. 1단계는 텔레헬스를 통한 의료진 재교육이다. 중앙과 지방 의료진의 전문성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향후 보건부로부터 이를 ‘지속적인 의료 (재)교육(CME)’ 자격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추진해 정규 의료교육 과정으로 편입하겠다는 구상도 있다.

2단계는 중앙과 지방 병원 사이의 원격협진이다. 이는 베트남의 텔레헬스 시스템이 현재까지 달성한 단계이다. 앞서 언급한 하노이의대병원의 원격 세미나나 코로나19 사태 동안의 원격협진 등이 이에 속한다.

이에 대해 응우옌 란 병원장은 “의료격차가 큰 지방의 환자들이 수도인 하노이에 오지 않아도 거주 지역 내 병원에서 진료를 받게됐다”면서 “이를 통해 하노이의대병원 등 중앙병원뿐 아니라 지방병원에 대한 신뢰도도 함께 높아지는 등 효과가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베트남 하노이의과대학병원 전경 [사진=최지현 기자]
마지막 3단계는 이르면 내년 7월 허용될 것으로 전망하는 ‘홈케어’다. 향후 홈케어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 지방 소규모 병원과 각 가정에 기본적인 검사나 질병 관리 등에 필요한 의료기기를 무료로 보급하는 것이 목표다. 10년 후에는 홈케어를 완전히 현실화하기 위해 향후 5년 동안 10~20곳의 해외 주요 병원과 하노이의대병원의 협력과 원격협진 시스템 구축도 추진할 예정이다.

응우옌 병원장은 “아직까진 이들 의료기기의 가격이 비쌀 뿐 아니라 크기가 크고 사용법이 복잡한 경우가 많아 고민이 많다”면서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면서도 정확도나 신뢰도가 높은 적당한 장비를 지속적으로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베트남 의료계가 텔레헬스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라는 극한의 상황을 견뎌낸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여정이 비교적 수월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는 특별했던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통상적인 의료 환경에서 텔레헬스 시스템을 활용하는 일은 오히려 쉬운 일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이 아니라면 대규모 동시 원격협진과 같은 일이 거의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원 분배 등에서 난관이 없을 순 없겠지만, 대체로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상황이 어렵고 쉬운 것을 떠나 지금 베트남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모든 환자들이 의사를 보고 진료받을 수 있는 일입니다.”

응우옌 란 휴 베트남 하노이의대병원장의 저서와 텔레헬스 관련 부분. [사진=최지현 기자]
⋅ 인터뷰 통역 및 취재 도움: 응우옌 티 흐엉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 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최지현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