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짖는 개, 치매에 걸린 건 아닐까?

노견 14~35% 치매 발생...운동이 예방에 도움

바닥에 엎드려 있는 개
개도 사람처럼 노화와 함께 치매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사진=yulkapopkova/게티이미지뱅크]
우리 집 개가 언젠가부터 넋을 잃고 한곳만 응시한다거나 한밤중에 별다른 이유 없이 짖는다거나 계속 서성거리며 불안해하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면 치매일 가능성은 없을까?

개도 치매를 앓는다. 나이를 먹으면 알츠하이머병과 유사한 형태의 인지기능장애가 발생한다. 연구에 의하면 노견의 14~35%에서 치매가 나타난다. 단, 뇌졸중, 뇌염, 당뇨병 등 다른 질병의 증상들과 유사해 정확한 유병률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는 개 1만5019마리를 대상으로 노화와 질병을 연구한 대규모 연구 결과가 실렸다.

미국 워싱턴대가 진행한 이 연구에 의하면 개에게 있어서도 ‘운동’은 치매를 예방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보인다. 활동적이지 않은 개들은 열심히 움직이는 개들보다 인지기능장애 진단을 받을 확률이 6.47배 높았다.

이는 개를 소유한 사람의 관찰을 바탕으로 한 연구라는 점에서 운동과 치매의 인과관계를 밝힌 연구는 아니다. 운동과 치매가 상관성을 보인다는 의미로, 인지기능이 떨어져서 활동량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팀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신체활동이 개의 치매 지연과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았다.

개가 치매에 걸릴 확률은 신경학적 장애가 있거나 청각 혹은 시각이 손상됐을 때 높아진다는 점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사람도 외부로부터 적정한 자극을 받지 못할 때 뇌를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는 것처럼 개도 뇌를 사용할 기회가 줄면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보았다.

나이 역시 중요한 치매 발병 요인으로 확인됐다. 개의 품종, 크기 등에 따라 평균 수명은 다르지만 어떤 종류의 개든 예상 수명을 기준으로 나이를 먹을수록 치매 발병 위험이 높아졌다.

연구팀은 개가 ▲자주 오르내리거나 원을 그리며 걷거나 방향 혹은 목적 없이 헤맬 때 ▲특정 물건에 붙어 돌아다니지 않을 때 ▲벽에 자주 부딪힐 때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찾는데 어려움을 느낄 때 등의 증상을 보인다면 인지기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보았다.

개는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노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연구팀은 개의 노화에 대한 연구가 곧 인간의 노화에 대한 통찰력을 얻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개는 파리나 쥐와 같은 다른 동물과 달리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간접흡연, 농약, 건강관리의 접근성 등 환경적·사회적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에서 인간의 노화를 연구하는 기반이 된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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