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죽는다…생의 마침표 ‘죽음’ 잘 찍으려면?

연명의료 중단 활성화, 의사조력자살 도입 등 '웰다잉 과제' 산적

장례식장에 상복을 입고 있는 여성
지난 6월 조력존엄사법이 발의되면서 의사조력자살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KJH_PHOTO/게티이미지뱅크]

인간은 평소 ‘죽음’을 망각하고 살지만, 태어난 존재는 결국 소멸한다. 사는 과정부터 죽음을 맞는 과정까지가 모두 인생 궤적이다. 웰빙을 넘어 ‘웰다잉’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품위 있고 존엄한 죽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됐다.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제도다. 여기서 더 나아가 올해는 ‘의사조력자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의사조력자살은 말기 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약물을 투약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한국리서치 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82%가 의사조력자살, 즉 조력존엄사 입법에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의사조력자살을 합법화하는 일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찬반 논쟁이 있다. 말기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생애말 돌봄 서비스 등을 강화하는 일이 우선이라는 양론이 모두 존재하는 것.

지난 6월 국회는 의사조력자살 합법화를 위해 조력존엄사법을 발의했다. 대표 발의를 진행한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말기 환자가 본인의 의사로 삶을 종결할 수 있는 권리가 아직 국내에 인정되지 않고 있다”며 ‘준비된 죽음’으로 존엄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명의료 중단을 택하는 환자도 아직 많지 않은 상황에서 조력존엄사법을 도입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이른 감이 있다는 의견이 있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조력존엄사 토론회’에서 “2021년 병원 사망자의 25%는 연명의료중단을 이행했지만 나머지 75%는 미이행했다”며 “연명의료 중단을 이행한 환자의 60%는 가족 결정에 의해 시행됐다”고 말했다. 아직 연명의료결정법이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고 있으며, 환자의 자기결정권마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상당수의 환자는 기존 관행대로 심폐소생술을 받다 사망에 이르고 있다. 호스피스 이용률도 매우 낮다. 영국은 전체 사망자의 95%, 미국은 50% 이상이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이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6% 정도만 이를 이용하고 있다. 코로나 시국에는 코로나 전담병원이 늘면서 호스피스 병상수가 그마저도 줄었다. 질병 불평등이 극심한 데다 호스피스 이용률이 낮아 말기 환자들이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 교수는 의사조력자살 법안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저조한 연명의료 중단률, 낮은 호스피스 이용률, 빈약한 사회적 간병 정책, 고독사 급증 등 ‘좋은 죽음’으로 이르지 못하는 한국의 현실을 살펴야 한다고 보았다. 사전연명의료결정법 활성화, 간병 지원 등 웰다잉을 위한 법제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

연명의료결정법이 임종 과정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면, 조력존엄사법은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도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조력존엄사라는 용어 자체에 대한 전문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고윤석 서울아산병원 내과 교수는 “의사로부터 임종을 유도하는 약물을 처방 받은 환자가 스스로 복용을 통해 임종에 이른다면 ‘의사조력 자의임종’이라고 부르는 것이 보다 분명하게 의미가 전달된다”고 말했다.

종교계 등에서는 국민의 생명을 보장해야 하는 국가가 죽음을 보장해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의료계는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시행하는 ‘종말 진정’만으로 고통이 해결되지 않는 말기 환자들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환자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환자가 감내하기 힘든 고통이 있다면 말기 환자 돌봄을 강화하거나, 연명의료 중단을 활성화하거나, 의사조력자살에 대한 사회 합의를 이루는 등 일련의 숙제들이 적극적으로 해결돼야 하는 상황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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