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안에서 환자 이송시 의사의 의무는?

[박창범의 닥터To닥터]

[사진=아이클릭아트]
많은 사람이 환자이송이라고 생각하면 병원과 병원간 이송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병원 내 이송도 분명한 환자이송이다. 최근 병원 내 환자이송과 관련된 사례가 있어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OO대학병원에 이비인후과 전공의 1년차 A는 혼자 야간당직을 서고 있었는데 급성후두개염이 의심되는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전원되었다. 이송당시 환자의 체온, 맥박, 심전도는 모두 정상이었다. A는 응급실에서 걸어서 약 5분정도 걸리는 이비인후과 외래에서 후두경으로 환자의 후두를 검사한 후 환자를 혼자 응급실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환자가 다시 응급실로 혼자서 이동하던 중 호흡곤란으로 쓰러졌다. 이를 확인한 의사는 환자를 빨리 응급실로 옮겨서 응급처치를 시행하였지만 결국 사망했다. 환자 보호자는 의사 A를 고소하였다.

참고로 후두개란 목 안쪽에서 기도와 식도가 나뉘는 부분에서 기도를 덮는 뚜껑처럼 생긴 기관을 말하며 음식물을 삼킬 때 기도를 덮어주어 기도로 음식물이 넘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급성 후두개염이란 세균감염으로 후두개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후두개가 붓게 되면 삼킴장애가 생기고 기도를 막아 호흡곤란을 일으키면서 최악의 경우 생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응급환자로 분류된다.

급성 후두개염으로 인한 호흡곤란 증상은 갑자기 발생하며 급격히 진행되는 것이 특징으로 만약 급격한 호흡곤란이 발생하면 기관지를 절개하는 기관절개술을 해야 한다. 이 사례의 쟁점은 내원당시 비교적 문제가 없었던 환자를 이비인후과 외래에서 진료한 후에 응급실까지 혼자 보내도록 한 것이 적절한 행동인지 여부이다.

법원은 의사 A는 이전 병원에서 환자에 대한 CT검사 영상, 전원경위를 전달받았고, 자신이 후두경검사로 환자상태가 심각한 것을 인식하였을 뿐 아니라, 이비인후과 외래에서 응급실까지 이동하는데 5분이상 걸리기 때문에 혹시 발생할 수 있을 응급상황을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하여 의료진이 피해자와 함께 동행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았음을 이유로 유죄를 선고했다.

이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응급환자에 대한 의사의 이송의무는 병원에서 타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으며 병원 안에서 환자를 이송하는 경우에도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인지한다면 만약 응급실이나 외래로 내원한 환자가 응급환자라고 생각되면 응급실로 혹은 검사실 등 같은 병원의 다른 곳으로 환자를 옮기는 경우에도 환자를 혼자 움직이게 해서는 안되고 의료진과 함께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이와는 별개로 고민해야 하는 것이 있다. 첫째, 현재 종합병원의 당직체제는 과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주로 저년차 전공의들이 야간이나 주말, 공휴일에 응급실에 내원한 응급환자를 보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렇게 저년차 전공의들은 아직까지 임상경험이 부족하여 응급환자에게 필요한 조치를 잊거나 만약 필요한 조치를 해야 되는 상황이 닥쳐도 경험이 부족해서 적절한 처치를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무시하고 일을 빨리 배워야 하고 저년차니까 남들이 서기 싫어하는 야간이나 주말 혹은 공휴일에 혼자서 응급실을 커버해야 하는 현재의 상황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위 사례의 경우 만약 환자와 같이 동행하였다고 하더라도 호흡곤란이 발생하면 스스로 기관절개술을 해야 하는데 저년차 전공의의 경우 독자적으로 이를 판단하고 응급 기관절개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들을 특수검사나 처치를 위해서 외래로 환자 혼자서 가도록 하는 작금의 상황이 적절한지 여부다. 의사나 간호사들이 상주하는 응급실과 달리 야간이나 휴일 외래의 경우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이 담당의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물론 응급실에 이비인후과 등 기타 여러 과들의 고가장비를 모두 갖출 수는 없을 것이지만 응급환자진료를 위한 어느 정도의 장비는 응급실 내에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장비를 가지고 있는 응급실은 많지 않다.

마지막으로 환자가 아무리 상태가 괜찮다고 하더라도 환자 혼자서 응급실에서 외래까지 걸어가는 것을 허락한 병원시스템에 문제가 없는지도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병원들은 응급실에 내한 환자치료시스템을 재정비하여 다시는 비슷한 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박창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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