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 코로나19 치료제도 개발된다

바이러스 입자 형성 방해하는 이미노당 치료제도 임상 착수

경증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로 위중증에 걸리거나 입원 위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6개 이상의 코로나19 치료제를 권장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증세가 가벼울 때 어떤 약이 좋은지는 권고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경증에 대해선 별도로 승인된 약이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는 위증증 환자에겐 잘 듣지만 경증 환자에겐 효험이 없다. 팍스로비드를 개발한 화이자는 코로나19 경증 치료를 위한 임상시험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으로 완화효과가 발생하지 않자 지난 6월 임상시험을 중단했다. WHO도 최근 코로나19 경증에 통풍치료제인 콜히친이나 우울증치료제인 플루복사민을 복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둘 다 당초 유망한 결과에 기초하여 광범위한 관심을 유발했던 치료제다.

이처럼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가벼운 코로나19 증세를 보이는 환자는 늘어났지만 이에 대한 별도의 치료제가 없는 상황. 이런 공백을 메우기 위해 경증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고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스페인 헤르만스 트리아스 이 푸홀 대학병원의 오리올 미트히 감염병 전문의는 코로나19 고위험군에게는 치료 선택권이 있지만, 기존 치료법에 적합하지 않은 중위험군이 방치되고 있다며 이들에 초점을 맞춘 치료제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듀크대 의대의 감염병 임상의인 수잔나 나기 박사는 “병든 시간을 줄여줘 빨리 일상에 복귀하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가벼운 증세를 치료하게 되면 인간의 체내에서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킬 기회도 적어진다. 또 인구의 3.3%만이 백신 접종을 받은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 같은 저소득국가에게도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소외질환신약개발재단(DNDi)의 프레데릭 모노트 연구원은 말했다. 백신은 냉장 보관을 필요로 하고 훈련된 전문가에 의해 투여돼야 하지만 일반 치료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또 다른 이점도 있다. 영국 옥스포드대의 마크 펠드만 교수(면역학) 경증 치료법이 자신이 높은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기 박사와 동료들은 2021년 초부터 기존 약 중에서 코로나19 경증 치료에 도움을 주는 약을 찾는 ACTIV6라는 이름의 임상시험을 시행 중이다. 연구진은 백신 접종을 받은 사람들을 포함하여 30세 이상의 사람들을 모집해 효험이 있다고 알려진 약이 실제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하고 있다. 여기서 기생충약인 리버멕틴이나 천식치료제인 플루티카손은 연구팀이 실험한 조건에서 회복 속도를 높이지 못한 것으로 판명됐다. 최근에는 우울증치료제 플루복사민에 대한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ACTIV6 연구진이 용도변경 약에 초점을 맞췄다면 펠드만 교수 연구진은 새로운 종류의 항바이러스제를 개발 중이다. 대부분 바이러스는 3차원 형태가 되기 위해서 당분자를 필요로 하는데 숙주의 생화학기계를 이용해 숙주의 당분자를 사용 가능한 형태로 바꾼다. 이미노당(iminosugar)은 숙주의 생화학기계에 달라붙어 이런 바이러스의 입자 형성을 방해한다.

펠드만 연구진은 이 이미노당을 활용한 항바이러스제를 개발 중이다. 그는 “이미노당은 바이러스를 직접적으로 겨냥하는 대신에 숙주의 당분자 형성을 방해하기 때문에 면역반응을 자극할 것 같지 않다”면서 “이것이 코로나19 경증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제약회사 이머전트 바이오솔루션은 최근 이미노당류의 안전성 프로파일을 테스트하여 임상시험의 길을 열었다. 이미노당 항바이러스제 개발에 참여중인 옥스포드대의 레이먼드 드윅 연구원은 2년 안에 임상시험이 완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증 치료제를 찾는 데는 중대한 장벽이 존재한다. WHO 같은 의료기관의 치료지침이 위중증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경증에 대한 치료지침이 없는 것이라고 캐나다 맥마스터대의 에드워드 밀스 연구원은 지적했다.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는 기존의 저렴한 약품을 찾는 투게더(Together) 임상시험의 수석 연구원인 그는 경증 치료지침의 부재로 인해 이러한 임상시험이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경증 치료제를 찾는 또 다른 임상시험인 안티코브(ANTICOV)에 참여한 모노트 연구원은 “경미한 질병을 연구하는 것은 세계 일부 지역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안티코브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아프리카에서는 코로나19 경증에 대해선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증상을 인식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저위험 범주에 속한 사람들을 모집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아프리카에서는 열이 나고 몸이 좋지 않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말라리아”라고 모노트 연구원은 말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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