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암센터 과잉검사 유도 심각, 한국은?

600여개 암센터 웹사이트 조사 결과 노인에게 위해성 과잉검사 유도

미국 내 암센터의 웹사이트가 과잉 검사를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내 수백여 개 암센터 중 상당수가 암 진단을 받지 않은 사람들 대상으로 과잉 검사를 유도하고 있다는 의학계 실태고발이 나왔다. 최근 《미국의학협회저널(JAMA) 내과학》에 발표된 3건의 미국 연구진 논문을 토대로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미국의 여러 의학회와 질병예방의학전문위원회(USPSTF)는 폐암, 전립선암, 유방암에 대해 누가 검사를 받아야 하고, 얼마나 자주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을 발행한다. 하지만 최근 《JAMA 내과학》에 발표된 3편의 논문은 미국 내 암센터의 웹사이트가 이를 무시하고 과잉 검사, 심지어 노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검사를 유도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여기서 말하는 검사는 전립선특이항원검사, 유방조영술, 대장내시경, CT스캔 등 증상이 없거나 질병의 증거가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검사를 말한다.

일부 사이트는 이런 검사의 이점만 소개할 뿐 해악과 위험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검사를 시작할 나이에 대한 권장 사항은 소개했지만 언제 중단해야 하는지 얼버무렸다. 이는 특히 노인들에게 중요한 정보다.

“만일 우리가 이 웹사이트가 중요한 정보의 원천이라고 인정한다면 학계의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전립선암 검사 안내의 문제를 다룬 논문의 필자인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의 비뇨기과 전문의인 비하파르 에다이 박사는 말했다.

에다이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전립선 검진 권장사항을 제공하는 600여 개 암센터의 웹사이트를 분석한 결과 4분의 1 이상이 모든 남성에게 검진을 권고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또 4분의 3 이상이 정기 검사를 중단할 나이를 명시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62%는 검사의 잠재적인 해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USPSTF와 미국 비뇨기학협회(AUA)의 지침에는 70세 이상의 남성은 일상적으로 검사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유익성보다 위해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55세~69세 남성에 대해선 임상의와 유익성과 위해성에 대해 상담한 후 개별적으로 결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젊은 남성들에게도 일상적 검진을 권장하지 않는다.

전립선암은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종종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발견과 치료는 요실금과 성 기능 장애로 인한 삶의 질을 낮추며 수술이나 방사선으로부터 오는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연령이 높을 경우 일상적 검진을 통한 암 진단을 과잉진단으로 본다.

600개가 넘는 유방암 센터를 대상으로 한 두 번째 논문은 유방조영술 검사를 위한 시작 연령과 간격을 권장하는 사람들 중 80% 이상이 지침과 상충됨을 발견했다. 논문은 이들 웹사이트가 유방조영술 검사를 언제 중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아직 업데이트되지 않은 USPSTF의 2016년 지침은 50세~74세 여성에게 격년으로 유방조영술 검사를 권장하지만 75세 이상 여성의 경우는 유익성과 위해성의 증거가 불충분하기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암학회(ACS)는 55세 이상 여성 중에서 예상수명이 10년 이상 남은 사람에 한해 매년 또는 2년마다 검진을 권고한다.

폐암 검진은 흡연 경력과 고령 때문에 고위험군에게만 권장된다. 162개 암센터 웹사이트를 분석한 세 번째 논문은 그중 약 절반이 잠재적인 위해를 고지하지 않고 있음을 발견했다. 논문의 제1저자인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의과대학의 다니엘 조나스 교수는 “균형 잡힌 설명을 제사해주기 위해서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들에게서 특정 암에 대한 과잉 실험과 과잉 치료에 대한 우려는 수년 동안 제기돼 왔다. 미국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센터(BIDMC)의 내과전문의인 마라 숀버그 박사는 “검사의 위해성은 바로 일어나는 반면 검진의 유익성은 수년 뒤에 발생한다”며 다른 건강문제로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 환자에게는 자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유방조영술로 양성반응이 나오면 오진인 경우를 포함해 그 심리적 충격이 몇 달 간 지속되며 특히 70세 이상 여성에게 유방암은 위험도가 낮으면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오히려 이를 치료하겠다고 방사선치료나 내분비약물 치료를 받으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한 숀버그 박사의 논문에 따르면 유방암으로 인한 1명의 사망을 막기 위해 50~74세 여성 1000명이 거의 11년 동안 유방조영술 검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럼 왜 이들 암센터 웹사이트는 오진 가능성, 반복 검사, 방사선 노출, 수술 후유증에 대한 안내를 하지 않는 걸까? 왜 특정 나이에 암검사가 얼마나 많은 생명을 구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일까?

“미국의 건강관리시스템에서는 더 많은 수술을 할수록 더 많은 돈을 벌기 때문”이라고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의 알렉산더 스미스 교수(완화의학 및 노인의학)는 밝혔다. 그는 “폐암과 유방암 검진에 모두 필요한 방사선학은 그 건강관리시스템의 가장 큰 돈벌이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조나스 교수는 일부 웹사이트의 경우 보건 전문가의 조언 없이 마케터들에 의해 제작될 수 있다며 “위험에 대해 얘기하면 예비환자가 ‘예약하기’ 버튼 클릭을 외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첫 번째 논문은 다음 링크(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internalmedicine/article-abstract/2789641), 두 번째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7961465), 세 번째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7154949)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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