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변형 백혈구 이용한 위암 치료 길 열려”

유전자 변형 백혈구를 암환자에게 주입하는 치료법은 위암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전자 변형 백혈구를 암환자에게 주입하는 실험적인 암 치료법이 소화기 계통의 암세포의 크기를 줄여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임상시험의 중간단계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치료된 37명의 환자 중 거의 절반(48.6%)이 치료 후 종양 크기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9일(현지시간)《네이처 의학》에 발표된 중국 베이징대 논문을 토대로 영국 가디언이 보도한 내용이다.

해당 치료법은 ‘CAR T세포 치료법’의 일환으로 개발됐다. CAR(chimeric antigen receptor)는 ‘키메릭 항원 수용체’로 면역요법을 위해 면역세포 수용체 부위와 특정 항원의 인식부위를 융합한 인공 유전자를 말한다. CAR T세포 치료법은 환자로부터 백혈구의 일종인 T세포를 채취해 암세포를 인식하고 죽이도록 유전자 조작을 한 뒤 이를 재주입한다. 백혈병과 같은 혈액암 치료에선 극적인 성공을 거뒀지만 대다수의 암을 구성하는 고형암에 대해선 표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베이징대 암연구소의 린션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CLDN18.2라는 단백질을 가진 종양을 표적으로 하는 CAR T세포를 만들었다. 이 단백질은 많은 암에서 발견되지만 특히 위장암에서 많이 발견된다. 연구진은 위, 소화관, 췌장의 진행성 암 환자 37명에게 CAR T세포를 주입했다. 모두 부작용을 보이긴 했지만 허용 가능한 수준이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 치료법은 위암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이어서 57% 이상이 종양이 줄어들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실험 중간 결과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험이 끝나봐야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순 있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해당 치료법이 “위암 진행 환자의 중요한 치료 양식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에서 매년 약 6500명의 사람들이 위암 진단을 받는데 그 중 대략 절반이 75세 이상이다. CAR T세포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는 영국 그레이트 오몬드 스트리트 병원의 와셈 카짐 교수(세포 및 유전자치료)는 “이 보고서는 CAR T세포가 위암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몇 가지 강력한 시사점을 제공한다”며 “다른 진행성 고형암에 대한 효과는 그에 못 미치긴 하지만 면역체계를 암에 대항하도록 전환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영국암연구소(CRUK)의 찰스 스완턴 교수는 “암과 싸우기 위해 우리 자신의 면역세포의 변형된 버전을 이용하는 CAR T세포 치료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암을 구성하는 고형 종양에선 제한적인 성공만 거둬왔기에 더욱 반가운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소화기암에 걸린 사람들이 높은 비율로 치료의 혜택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보여줬는데 소화암에 걸린 사람들은 치료법이 거의 없기 때문에 매우 고무적인 결과”라고 덧붙였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1-022-01800-8)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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