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멘솔 담배를 금지할까?
한국도 가향 담배를 규제하자는 내용의 관련 법률 제개정안이 2017년부터 국회에 제출되고 있으나, 아직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따라서 규제는 전무하다.
멘솔 등 가향 담배는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로울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덜 해롭지 않다”고 밝혔다. 즉, 일반 담배와 똑같이 해롭다는 것. 그럼 굳이 가향 담배를 금지하는 이유는 뭘까?
◆열 명 중 넷 = 가향 담배는 미국 연초(궐련) 시장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의 가향 담배 판매 비중은 2011년 6.1%에서 2020년 38.4%로 급증했다. 국내 연초 흡연자의 4할이 멘솔 등 가향 담배를 피우는 셈이다.
◆청소년 = 더 중요한 문제는 가향 담배 흡연자의 과반이 청소년이라는 점. CDC에 따르면 미국의 12~17세 흡연자 중 54%가 멘솔 담배를 피운다. 흡연을 막 시작한 청소년은 일반 담배의 텁텁하고 거친 맛을 순화하는 가향 담배에 끌릴 수밖에 없다. 2020년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의 62.7%가 가향 담배로 흡연을 시작했다. 가향 담배가 청소년을 흡연으로 이끄는 관문 역할을 하는 셈이다. 미국은 인종 문제도 있다. 백인 흡연자 중 멘솔 담배를 피우는 이는 29%지만, 흑인은 85%에 달한다. 흑인 시민 단체는 멘솔 담배 판매 금지를 꾸준히 청원해 왔다.
◆금연 애로 = 멘솔 등 가향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금연이 어렵다는 연구 결과도 여럿이다. 2017년 질병관리청의 국내 흡연자 조사에 따르면 가향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흡연자로 남을 확률이 일반 담배 흡연자보다 1.4배 높았다.
◆유해 물질 = 지금까지 연구에 따르면 멘솔 등 가향 담배는 일반 담배만큼 해롭다. 그러나 흡연 습관까지 고려하면 더 해로울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박하 향이 호흡기 신경을 둔하게 해 연기를 더 깊숙이 마시는 탓에 니코틴 의존이 심화할 수 있다. 그 밖에 과일이나 초콜릿 향 등의 가향 담배는 합성 첨가물 때문에 흡연 시 발암 물질이 더 많이 생긴다는 연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