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임신하면 기쁨 두 배, 행복 두 배?

[박문일의 생명여행]⑯쌍둥이 임신의 장점과 위험

쌍둥이를 임신하면 장점도 있지만 위험도 커지므로 임부는 더욱 더 조심해야 한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필자의 자궁경부무력증센터를 찾는 임신부 가운데엔 절절한 사연을 가진 임부가 적지 않다. 진료실에 들어온 쌍둥이 임부가 필자를 보자마자 눈물부터 쏟아낸다. 겨우 진정된 임신부의 사연은 역시 ‘몇번이나 조산을 반복’했던 과거 임신력이었다. 안타깝게도 이 예비 쌍둥이 엄마는 쌍둥이 임신 때문에 조산을 되풀이했다. 그런데 다시 쌍둥이를 임신해서 방문했으니 필자도 쌍둥이 엄마도 모두 난감한 상황이 된 것이다. 이와 같이 조산 경험의 임부 가운데 과거 임신력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단어가 ‘쌍둥이임신’이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 쌍둥이 임신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1981년 출생아 1000명 당 5쌍에 불과했던 국내 쌍둥이 출생률은 2019년 1000명 당 22.5쌍으로 4.5배 증가했다. 세계 평균 쌍둥이 출생률이 1000명당 약 12쌍이므로 세계 평균보다 2배 가까이 높아졌다. 삼둥이 출산도 꾸준히 늘어 1981년과 비교하면 2019년에는 약 10배 많아졌다. 이렇게 된 이유는 고령임신의 증가와 함께 시험관 아기 임신을 비롯한 인공수정의 증가 때문으로 추정된다. 외국에서도 시험관아기 임신이 활발한 선진국들은 쌍둥이 임신이 늘어가는 추세이지만 시험관아기 시술이 활발하지 않은 아프리카에선 쌍둥이 비율에 거의 변화가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임신 중 엄마 자궁 속에 있던 태아는 임신 말기에 자연진통과 함께 자궁경부가 열리면서 분만되는데, 적어도 임신 37주는 넘겨야 만삭 분만이라고 한다. 임신 20주 전에 임신이 끝나면 자연유산이라고 부르며, 임신 20주를 지나 임신 37주 전에 분만되는 것을 조산이라고 한다.

특히 32주 전에 분만되면 이후에 태어나는 신생아들보다 합병증 유병률이 뚜렷이 높다. 인큐베이터에서 키우더라도 예후는 만삭임신에 비하여 나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쌍둥이 임신에서의 조산율은 무려 54%에 이른다. 이 조산율은 한 아기를 임신할 때에 비해 무려 6배에 이르는 것이다. 출생 후 신생아의 평균 몸무게도 2.3kg으로 단태아의 평균 3.3kg에 비해 1kg 정도 적다.

첫 진료 시 쌍둥이 임신임을 알려주면, 그야말로 기쁨 두 배, 행복 두 배라고 즐거워하는 부부들이 많다. 그러나 임신이 진행됨에 따르는 여러 가지 위험성들에 대한 의사들의 말에 귀기울여야 한다. 막연한 희망을 가졌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자연유산의 위험이 가장 많은 12주를 일단 넘겼다면, 넌지시 앞으로 조산의 위험성도 높으니 주의하라는 당부를 하기 시작한다.

하여튼 수많은 산부인과 의사는 쌍둥이 임신부가 진료실에 들어서면 걱정이 우선 앞서는데, 일부 임신부들과 그 가족들은 쌍둥이 임신을 마치 축복처럼 여기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쌍둥이임신을 하려고 비법을 찾아 노력하는 부부들도 보았다.

물론 첫 임신에서 산전 관리를 잘 하기만 하면 무탈하게 건강한 아기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러나 초산이더라도 언제나 소리없이 찾아 올수 있는 조산이 문제이다. 발전하는 현대의학 덕에 조산아들의 생존율이 높아지기는 하지만, 생존하기만 하면 뭐하는가? 생존 이후의 삶에서의 건강이 더 중요하다.

물론 쌍둥이 육아의 장점도 있다. 아기를 둘 이상 가지기 원했던 부부에서 가장 좋은 점은 키울 때 약간 더 힘들기는 하지만 두 번의 힘든 임신 과정을 한번으로 끝낸다는 점일 것이다. 아기 측면에서는 쌍둥이들은 서로에 대한 애착이 높아서 자라면서 서로를 잘 챙겨준다. 각각의 장점도 서로 나누게 된다. 둘이 함께 자라면서 사회성도 빠르게 익히게 된다. 또한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보다 더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가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러니 이런 경우는 기쁨 두배, 행복 두배가 맞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다행히 쌍둥이가 만삭에 건강하게 분만될 때 뿐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건강한 쌍둥이 둘이 쌍둥이 유모차에 실려 부모들과 웃으며 다니는 모습이 반드시 자신의 미래 모습이 되지는 않는다. 그 쌍둥이들은 행운으로 건강하게 태어났다고 믿어야 한다. 쌍둥이임신에서는 누누이 강조하지만 만삭분만보다 조산이 더 많기 때문이다.

우선 쌍둥이 조산은 전체 신생아사망의 15% 이상을 차지한다. 생존하더라도 신생아에게는 호흡곤란증 발육부전은 물론, 출산시 체중이 1500g 이하일 경우에는 뇌성마비 등의 신경정신학적 장애도 상당히 높아진다. 이에 더하여 임신부에게도 분만 전이나 분만 때에는 물론 분만 후에도 여러가지 합병증이 잘 발생하는 것이다. 전치태반, 임신중독증(임신성고혈압), 태반조기박리, 산후 출혈 등의 위험한 합병증들이 단태임신에 비하여 3배 정도 높아진다. 산부인과 교과서에 실린, 대표적인 고위험임신들이 총망라돼 발생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쌍둥이임신인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임신을 준비해야 될까. 특히 과거에 중기 유산이나 조산을 경험했던 여성들은 필히 인위적인 쌍둥이 임신은 피해야 한다. 물론 자연적으로 쌍둥이 임신이 됐다면 어쩔수 없으니 산전 진찰을 보다 더 꼼꼼히 받아야 한다.

시험관임신 등의 보조생식술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임신부들은 임신성공률을 높이기 위하여 2, 3개의 배아를 이식하기보다는 가능한 단일배아를 이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쌍둥이임신이 됐다면 조산이 반복되지 않기 위한 여러가지 적극적인 예방조치들을 취하기를 권한다. 특히 조산 반복의 중요원인이 되는 자궁경부무력증을 예방하기 위한 자궁경부 원형결찰술을 비롯, 의사의 조언에 따른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부디 임신부들은 쌍둥이임신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버리기를 권한다. 태아와 산모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쌍둥이 임신은 모든 산과적 위험이 두 배 이상 높은 만큼 조심도 두 배 이상 해야 할 것이다. 환상을 갖고 있으면 기쁨 두 배의 기대가 눈물 두 배의 슬픔으로 순식간에 바뀔 수 있음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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