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면역세포도 감염시킨다” (연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위중증이 면역세포 감염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란히 발표됐다. 최근 각각《네이처》와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발표된 2건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네이처》가 6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대유행 초기부터 코로나19의 특징으로 염증반응이 심각한 호흡기 질환과 다른 장기 손상을 초래한다는 것이 주목받았다. 무엇이 이런 강력한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최근 발표된 두 연구는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가 2가지 유형의 백혈구-폐의 대식세포와 혈액의 단핵백혈구를 감염시킬 경우 강력한 염증이 유발됨을 암시한다. 해당 연구들은 또한 SARS-CoV-2가 면역세포를 감염시키고 복제될 수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한다.

홍콩대의 말리크 페이리스 교수(바이러스학)는 이들 연구가 코로나19의 진행이 얼마나 심각하게 진행되는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이 유일한 경로 또는 가장 중요한 경로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확실히 흥미로운 발견“이라고 밝혔다. 미국 아이오와대의 지앙 정 교수(면역학)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면역세포를 약물개발의 잠재적 목표로 삼을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들이라고 평가했다

6일《네이처》에 발표된 미국 보스턴어린이병원의 주디 리버만 박사(면역학) 연구진의 논문은 코로나19 환자들의 혈액샘플을 조사하다가 단핵백혈구의 약 6%가 염증이 발생할 경우 세포가 사멸되는 파이롭시스(pyroptosis) 과정을 겪고 있음을 발견했다. 단핵백혈구는 외부 침입자가 없는지 감시하기 위해 우리 몸을 순찰하는 ‘조기반응 면역세포’다. 보통 우리 몸은 죽은 세포를 빨리 제거하기 때문에 그토록 많은 세포가 죽어가는 것이 관찰되는 것은 이례적이었다.

연구진은 이들 면역세포를 자세히 관찰한 결과 SARS-CoV-2에 감염됐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이를 토대로 바이러스가 면역세포에서 연쇄적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염증조절복합체(inflammasomes)를 활성화시킨 끝에 사멸과정을 밟게 된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또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들의 폐에 있는 또 다른 종류의 면역세포인 대식세포를 조사했다. 대식세포는 바이러스 파편을 포함해 세포성 쓰레기를 수거하기 때문에 SARS-CoV-2에 감염된 것인지 그 파편을 발아들인 것인지 구별하기가 어려웠다. 연구진은 대식세포의 약 4분의 1이 염증조절복합체를 활성화시켰으며 그중 일부가 바이러스에 감염됐음을 발견했다.

이는 1일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게재된 예일대 의학대학원의 에센 세픽 교수(면역학) 연구진의 연구결과와 일치한다. 연구진은 SARS-CoV-2가 인간 폐의 대식세포와 유전자조작으로 인간 면역체계를 갖춘 생쥐의 면역세포를 감염시키고 복제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대식세포는 리버만 연구진이 묘사한 것과 동일한 염증반응을 보인 끝에 사멸됐다.

연구진은 또한 쥐에게 염증조절복합체의 감염을 막는 약물을 투여하면 심각한 호흡곤란을 예방하게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SARS-CoV-2에 감염된 대식세포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에게서 보이는 폐렴을 초래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대식세포의 염증반응은 SARS-CoV-2의 복제를 막기 위한 대처방식일 수 있다고 논문의 공동저자인 리처드 플라벨 예일대 의학대학원 교수 겸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밝혔다. 대식세포의 염증조절복합체가 활성화됐을 때 바이러스의 세포복제가 중단되는 것이 관찰됐다. 하지만 연구진이 염증반응을 차단하자 대식세포는 전염성 바이러스 입자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는 대식세포가 감염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놀라운 결과’라고 페이리스 교수는 말했다.

두 연구는 SARS-CoV-2가 어떻게 면역세포에 침투하는지를 보여줬다. 연구진은 SARS-CoV-2가 인체 세포에 침투할 때 교두보로 삼는 ACE2수용체를 이들 면역세포는 많이 갖고 있지 않다는 점 때문에 혼란을 일으켰다. 예일대 연구진은 인간과 쥐의 세포실험에서 SARS-CoV-2가 제한된 숫자의 ACE2 수용체를 통해 폐의 대식세포에 침투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이 바이러스는 동시에 항체의 도움을 받아 Fcy 수용체로 알려진 또 다른 표면단백질을 통해서도 면역세포에 몰래 잠입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바이러스가 Fcy수용체에 부착된 항체와 마주쳤을 때 바이러스가 비활성화되는 대신 세포 안으로 침투하는 것이 확인됐다.

리버만 교수는 이것이 바이러스가 ACE2 수용체를 가지고 있지 않은 단핵백혈구에 들어가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Fcy수용체를 가진 단핵백혈구만이 감염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모든 항체가 바이러스 침입을 촉진하는 것은 아니라고 리버만 교수는 밝혔다. 연구진은 화이자의 mRNA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에게서 형성된 항체는 바이러스가 단핵백혈구에 침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mRNA 백신 접종자들에겐 반가운 뉴스라고 페이리스 교수는 밝혔다. 그러나 정확히 어떤 종류의 항체가 바이러스의 단핵백혈구 감염을 촉진하는지 또 다른 종류의 백신은 다른 반응을 유도하는지를 알기 위해선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첫 번째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2-04702-4), 두 번째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biorxiv.org/content/10.1101/2021.09.27.461948v2)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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